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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룡사 앞 만추의 은행나무
 구룡사 앞 만추의 은행나무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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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한 가을 날씨

아침에 일어나자 온 누리가 짙은 안개로 뒤덮였다. 이로 미루어 보아 오늘 날씨는 쾌청할 듯하다. 안개가 걷히자 예상대로 매우 쾌적한 날씨였다. 타작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다. 하지만 이즈음 들녘에서 벼를 낫으로 베거나 탈곡기로 추수하는 농사꾼은 없다. 예전에는 들판에서 하얗게 추수하던 그 많던 농사꾼 대신에 이즈음은 콤바인 한두 대가 마치 머리를 깎는 바리캉처럼 넓은 들을 고즈넉이 누빌 뿐이다. 

창밖 멀리 치악산 멧부리의 추색(秋色)이 나를 유혹했다. 오랫동안 책장 속에 묻어둔 카메라를 꺼내 먼저를 닦고 건전지를 충전시켰다. 오늘 일기 예보를 보니까 기온은 섭씨 4~15도, 풍속 0~1미터, 습도 40~85%이다.

최상의 가을날씨다. 내가 여러 해 살아보니까 1년 365일 가운데 이렇게 쾌청한 날씨는 몇 날 되지 않았다. 대부분 춥거나 더웠고, 비 아니면 눈, 또는 바람이 몹시 부는데다가 이즈음은 황사다, 미세먼지다, 하여 짜증스런 날들이었다. 정말 일년 가운데 쾌적한 날은 손꼽을 정도다.
 
 만추의 매지리 연세대 등교길
 만추의 매지리 연세대 등교길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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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은행잎이 융단처럼 깔린 매지리 연세대길
 노란 은행잎이 융단처럼 깔린 매지리 연세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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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지리 연세대 호수의 가을 풍경.
 매지리 연세대 호수의 가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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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처럼 지고 싶다

아침밥을 먹은 뒤 집을 나섰다. 내가 원주 시민이 되고서 자주 찾는 산책로는 그 첫째가 치악산 구룡사 계곡이요, 그 둘째가 매지리 연세대 캠퍼스요, 그 셋째가 금대리 원주천 산책로요, 그 넷째가 부론 남한강 둑길이다.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그런데 이 산책로는 집에서 미리 정하고 떠나기보다 그날 기분에 따라. 발길 닫는 대로, 시내버스 사정대로다.

문득 지난해 가을에 본 매지리 연세대 캠퍼스의 만추 은행나무 숲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예사 때와는 달리 오늘은 출발에 앞서 먼저 거기로 방향을 정했다.

연세대 캠퍼스 등교 길의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숲의 단풍은 이즈음 절정으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연세대 정문에서 하차한 다음 낙엽진 은행잎들을 사뿐히 밟으며 학생복지회관으로 갔다. 거기서 평소처럼 커피 한 잔을 뽑아든 다음, 매지리 호숫가 벤치에 앉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추의 가을볕을 마냥 즐기면서 지난 인생을 되삭임질했다.

가을볕이 '환장' 하도록 좋아서 나선 김에 곧장 구룡사 계곡으로 갔다. 10월의 마지막 일요일 탓으로 주차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 차들이, 보도에는 울긋불긋한 옷차림의 등산객들이 가득 찼다.

구룡사 어귀 원통문(圓通門)은 가을빛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구룡사 계곡 단풍나무는 절정을 막 지난 듯했지만, 그래도 고맙게 이심전심으로 게으른 단골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마터면 올 가을 단풍 구경을 놓칠 뻔했다.

구룡사에 이르자 은행나무 고목은 흐르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실바람에도 잎사귀들을 흩날렸다. 새빨간 단풍잎과 샛노란 은행잎들을 보니까 갑자기 나도 저 잎들처럼 화려하게 물든 뒤 가을바람에 흩날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한 스님(법륜)은 말씀하셨다. "봄의 여린 새싹도 예쁘지만, 가을에 곱게 물든 단풍 잎은 그에 못지않게 아름답다"고. 문득 나도 그런 잎처럼 내 인생을 마감하고픈 생각이 든다. 그러자 괜히 바빠지는 게 그래서 내 글방으로 바삐 발걸음을 재촉했다.

모처럼 만추의 하루 볕을 만끽했던, 참 좋은 유쾌한 하루였다.
 
 추색에 젖은 구룡사 어귀 원통문
 추색에 젖은 구룡사 어귀 원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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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악산 구룡사 계곡의 단풍나무
 치악산 구룡사 계곡의 단풍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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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룡사에서 바라본 가을 치악의 멧부리
 구룡사에서 바라본 가을 치악의 멧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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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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