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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부터 다시 군산 한길문고 상주작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가 운영하는 '2019년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로 일합니다. 문학 코디네이터로 작은서점의 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자리를 만듭니다. 이 연재는 그 기록입니다. - 기자말
 

첫 책 <우리, 독립청춘>을 내고서야 깨우쳤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내가 쓴 책을 읽는 사람이었다. 한길문고에서 <우리, 독립청춘>이 '이 달의 베스트셀러 1위'했다는 소식을 들은 밤에는 서점 쪽으로 큰절을 했다. 두 번째 책, 세 번째 책을 내고서도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변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처음인데 이런 부탁해도 될는지요? 저희 '책모임 책산책'에서 작가님의 <소년의 레시피>를 읽고 토론하거든요. 금요일 오전에 시간 되면 오실 수 있나 해서요."
 

메신저로 말을 걸어온 이중근씨.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것저것 재지 않았다. "아! 완전 환영이죠." 사람들이 책을 읽고 모이는 곳도 가까웠다. 한길문고에서 큰 도로를 건너면 보이는 '늘푸른도서관'이었다.
  
 군산 한길문고, 정유정 작가 강연회.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강연을 들은 이중근씨.
 군산 한길문고, 정유정 작가 강연회.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강연을 들은 이중근씨.
ⓒ 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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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날이었다. 생일도 아니고, 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중근씨는 소국 한 다발을 내밀었다. "올~ 뭐예요?" 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앞당겨 받은 아이처럼 좋아했다.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중근씨는 같이 책을 읽는 동료들에게도 커피를 돌리고, 집에서 깎아온 감과 간식거리를 내놓았다.

그는 사흘 일하고 하루 쉬는 개인택시 운전사. 아침에는 아이들을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 데려다준다. 오후에는 어린이집에서 둘째아이를 데려와서 저녁밥을 먹이고, 큰아이 숙제를 봐주고, 다시 일하러 나가서 자정쯤에야 퇴근한다. 소아과 간호사였던 중근씨의 아내는 보험회사 영업 일에 매진하고 있다.

"아내한테 돈을 많이 못 벌어다주는데,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내 할 도리를 더 잘해야죠. 애들 돌보고 살림하는 거는 누가 해도 상관없잖아요. 책은 일할 때도 갖고 다녀요. 군산 시내 신호체계를 잘 알거든요. 긴 신호에서는 조금이라도 읽고, 바뀔 것 같으면 얼른 덮어요. 택시를 대기해 놓고 승객 기다리는 데서는 더 많이 읽고요."

처음부터 책 읽는 사람은 아니었다.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했던 중근씨. 오죽 했으면 11개월 만에 스마트폰 보드가 멈췄겠나. 해골 물을 마신 원효대사처럼, 그때 중근씨도 크게 깨달았다.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 교육청 부모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독서모임에 가입했다. 아이들도 더 이상 "아빠 또 게임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중근씨는 반드시 책을 사서 읽는다. "이 책 읽은 거 맞아?" 물어볼 정도로 깨끗하게 본다. 책꽂이에는 읽은 책이 빽빽한데 읽으려고 사놓은 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나중에는 시골에 있는 아버지 집에 책방을 내볼까도 생각한다.

그는 쉬는 날에 아이들 손을 잡고서 천천히 서점까지 걸어온다. 세 사람의 취향은 다르다. 각자 좋아하는 서가에 가서 신중하게 책을 고른다. 작고 보드라운 중근씨의 아이들은 서점에서 하는 작가 강연회 때도 앞자리에 앉는다.
  
 이중근씨와 아이들
 이중근씨와 아이들
ⓒ 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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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따라온다고 하니까 강연회에 데리고 오는 거예요. 비싼 옷 같은 건 못 사주니까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하죠. 항상 밤 11시 반에서 12시까지 일하니까요. 근무하다가 혼자서 강연회 올 때도 있어요. 작가들은 생각이 많잖아요. '왜 이런 글을 썼을까?' 궁금해요. 저도 책 쓰고 싶거든요."

젊은 시절에 중근씨는 신춘문예에 글을 보내곤 했다. 지금도 택시 운전하면서 듣는 라디오에 문자를 보내고 상품을 종종 받는다. "뭐든 하나씩 쓰세요." 강원국 작가 강연회 때 들었던 말을 가슴에 새기고 다닌다. 글을 쓰기 위해서 더 열심히 읽는다.

혼자 읽고 여럿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 뒤에는 다시 중근씨만의 시간이 온다. 그는 2~3시간을 들여서 독서 토론 하면서 새로 알게 된 이야기까지 정리해서 글을 쓰고 블로그에 올린다. 책을 쓴 작가가 직접 중근씨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준 적도 있다.

"저는 자판을 보고 쳐야 해요. 오래 걸리죠. 그런데다가 밤에 컴퓨터로 글 쓰면 자판 치는 소리가 시끄럽거든요. 식구들한테 피해는 안 줘야 하잖아요. 할 수 없으니까 스마트폰으로 그 긴 글을 써요. (웃음) 시켜서는 못해요. 재밌어서 하는 거죠."

최근에 중근씨는 <나의 할아버지가 탈옥한 이야기>를 독서 모임 동료들과 읽었다. '간단하게 써야지' 라고 마음먹고 시작했는데 점점 빠져들었다. 새벽 4시까지 서평을 썼다. 하필 그날은 초등학교 4학년인 큰애가 현장학습 가는 날. 쪽잠을 자고 6시 반에 일어나서 큰애의 김밥을 쌌다.
 
 이중근씨가 새벽까지 글을 쓰고 쪽잠을 잔 뒤에 오전 6시 반에 일어나서 싼 도시락. 이날 아들은 현장체험학습을 갔다.
 이중근씨가 새벽까지 글을 쓰고 쪽잠을 잔 뒤에 오전 6시 반에 일어나서 싼 도시락. 이날 아들은 현장체험학습을 갔다.
ⓒ 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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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을 기록하는 일은 보람차다.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고 지속된다. 중근씨는 알고 있다. 결과물을 손에 쥐기 위해서 스스로를 다그치면 재미없어진다는 것을. 그래서 읽고 쓰는 일을 편하고 가볍게 여기려고 노력한다.
 
"제가 서브쓰리(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안에 완주)를 몇 번 해봤거든요. 빨리 가면 멋진 경치를 못 봐요. 옆 사람이랑 대화할 정도로 뛰어야 덜 지쳐요. 인생도 그래요. 언젠가 내 책을 쓰고 싶지만 급하게는 안 갈 거예요. 그러면 시야가 좁아지고 흐려지잖아요."


택시 운전할 때도 중근씨는 선명하게 보려고 한다. 느닷없이 폭설이 쏟아지던 올해 초, 운전하던 그는 클랙슨을 눌렀다. 소리를 듣고 멈춘 사람은 나였다. 서점에서 에세이 쓰기 수업을 마치고 났더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집까지는 걸어서 8분 거리, 잽싸게 가는 중이었다. 중근씨는 타라고만 하더니 택시비는 한사코 마다했다.

그 뒤로 중근씨의 존재가 더 크게 다가왔다. 한 달에 두세 번, 그는 한길문고와 예스트서점 작가 강연회에 왔다. 수첩을 꺼내서 작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꼼꼼하게 적었다. 강연 끝나고 작가의 친필 사인을 받을 때는 꼭 아이들 이름을 대는 것도 특이했다.

중근씨에 대해서 아는 것은 점점 많아졌다. 그가 좋아하는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 조르바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 독서 모임에서 처음 읽은 책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책에 나오는 할아버지처럼 성심성의껏 말을 하고 싶어 한다. 그래도 나는 중근씨한테 궁금한 게 있었다.

"눈 많이 온 날에 저 태워준 적 있었잖아요. 왜 택시비를 안 받았어요? 빚진 것 같잖아요."
"승객들한테 1~2천 원 안 받아도 괜찮아요. 그걸로 인덕이 쌓이면 좋고, 아니어도 어쩔 수 없지만요. 택시 기사는 동전 손대는 일을 한다고 쪼잔하게 보는 사람도 있는데요, (웃음) 요새는 택시비도 카드 결제 많아요."


지난달에 한길문고에서는 김은경 작가 강연회를 열었다. 중근씨는 일을 하다가 들으러 왔다. 열심히 메모하고, 책에 사인을 받은 그는 "어차피 일하러 나가는 길이에요"라면서 김은경 작가를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모셔다 드렸다. 그렇게 인덕을 쌓은 중근씨는 깊은 밤에 다시 글 쓰는 사람이 된다.
  
 작은서점 강연회. 중근씨는 때로 아이들과 같이 강연회에 온다.
 작은서점 강연회. 중근씨는 때로 아이들과 같이 강연회에 온다.
ⓒ 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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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독립청춘>, <소년의 레시피>, <서울을 떠나는 삶을 권하다>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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