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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7일, 혐한(嫌韓) 관련 영상을 주로 다루는 일본 유튜브 채널 <각각의 주장(それぞれの主張)>에는 "일본제일당 아이치 토리카에나하레 작품집 영상"이 업로드 됐다. 문자 그대로 '전시회 영상을 담아놓은 영상이구나' 하고 넘기기에는 노출된 썸네일이 너무나도 문제적이었다. 평화의 소녀상의 모습을 조롱하듯 의자에 앉아 있는 두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실제 영상 내용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이를 확인한 일부 한국 언론에서도 <아이치 토리카에나하레> 전시회의 내용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내놨다. 다만 관심이 크진 않았다. 극우단체가 주관하는 혐한 전시회가 개최됐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각각의 작품들이 상징하는 악질적인 요소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분석은 없었다. 이에 필자는 해당 혐한 전시회 영상에 나타난 작품들과 관련 설명들을 보다 자세히 뜯어봤다.

폄훼와 조롱, 이토록 문제적인 전시 
 
 아이치 토리카에나하레에 전시된 작품 '직수입기생'. 평화의 소녀상을 성적으로 폄훼, 비하하고 있다(유튜브 채널 それぞれの主張 갈무리)
 아이치 토리카에나하레에 전시된 작품 "직수입기생". 평화의 소녀상을 성적으로 폄훼, 비하하고 있다(유튜브 채널 それぞれの主張 갈무리)
ⓒ 최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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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문제적인 부분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성적인 폄훼와 희화화다.

영상이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는 것은 '직수입기생(直輸入妓生)'이라는 제목을 단 그림이다. '위안부'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과 비슷한 차림새의 소녀가 주인공인다. 그러나 이 그림에는 '날조된 종군 위안부', '매춘' 등의 모욕적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이에 더해, 그림 상단에는 '나누무(なぬむ)'라는 히라가나가 적혀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후원 시설인 '나눔의 집'에서 '나눔'을 음차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특정하고 있는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전시물은 또 있다. '과렴선치(寡簾鮮恥: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는 뜻)'라는 제목의 작품이 그렇다. 해당 작품에는 "강제 연행으로 성노예가 된 것은 아니다. 대동아전쟁 당시 대일본제국이 모집한 위안부(매춘부)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설명이 이어진다. 

여기서도 '위안부' 피해자를 성적으로 폄훼하는 이미지가 부각된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당한 아픔을 욕되게 하려는 일본 극우세력 특유의 프레임이다. 

평화의 소녀상 조롱 퍼포먼스도 문제적이다. 이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실행한 것은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 극우주의 정당인 <일본제일당>의 대표이자 혐한단체인 '재일(在日)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재특회)의 설립자다.

그는 흰색 저고리에 검은색 치마, 고깔을 쓰고 의자에 앉아 소녀상의 모습을 따라 했다. 어깨에는 우스꽝스럽게 생긴 '장난감 새'를 얹어 놓았다. 본래 평화의 소녀상 어깨 위에 놓인 새는 '자유와 평화', 돌아가신 분과 살아 있는 사람을 연결하는 '영매'의 의미를 지닌다. 이 의미를 고려한다면, 정말 심각한 조롱이다.
 
 위안부 소녀상 조롱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사쿠라이 마코토(우측).
 위안부 소녀상 조롱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사쿠라이 마코토(우측).
ⓒ 최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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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이런 도발적 퍼포먼스를 자행한 '사쿠라이 마코토' 본인은 "'라이따이한(한국인 병사와 베트남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을 설명"하려 했을 뿐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는 상황이다(관련 링크).

안중근 의사,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을 불태우는 작품도 있었다. 지난 '아이치트리엔날레'에서 쇼와 일왕(昭和·1926∼1989)의 초상이 불타는 모습이 담긴 영상 작품이 전시된 것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배설적 작품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쇼와 일왕이 불타는 작품(작품명 '태워져야 하는 그림')의 작가는 '시마다 요시코'라는 '일본인'이다. 누가 그렸는지, 그림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아보지도 않고 그야말로 '앞뒤 없는' 혐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관순 열사도 폄하의 대열에 끼워 넣었다. 해당 작품은 유관순 열사의 사진 옆에 '더럽다, 추하다'는 뜻의 한자인 '추(醜)'자를 써놓은 반면, 조선 출신으로 일본군 중장의 자리에까지 올라 태평양전쟁 등에 참전했다가 B급 전범으로 처형 당한 '홍사익 중장'의 사진 옆에는 '곱다, 아름답다'는 뜻의 '려(麗)'자를 써놓았다. 일제에 충성한 한국인을 높이고 식민지 지배에 저항한 사람을 배격하는, 명백한 파시즘적 사고와 분별 방식이다.
 
 유관순 열사의 사진 옆에 추하다는 '추(醜)'자를 써놓은 반면, 조선 출신으로 일본군 중장의 자리에까지 올랐다가 태평양전쟁 등에 참전했다가 B급 전범으로 처형당한 '홍사익 중장'의 사진 옆에는 '곱다, 아름답다'는 뜻의 '려(麗)'를 써놓고 있다
 유관순 열사의 사진 옆에 추하다는 "추(醜)"자를 써놓은 반면, 조선 출신으로 일본군 중장의 자리에까지 올랐다가 태평양전쟁 등에 참전했다가 B급 전범으로 처형당한 "홍사익 중장"의 사진 옆에는 "곱다, 아름답다"는 뜻의 "려(麗)"를 써놓고 있다
ⓒ 최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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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도 태극기의 건곤감리를 바퀴벌레로 표현한 구조물, '범죄는 언제나 조선인' 등의 문구가 쓰인 카드(카루타)도 전시했다. 그야말로 혐한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대잔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혐한

전시회를 개최한 '일본제일당'은 이번 전시회가 지난 8월 '위안부 소녀상 전시'로 논란이 됐던 <아이치트리엔날레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에 대한 문제제기, 즉 비난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관련 링크).

백번 양보해 이러한 그들의 주장을 수용한다고 해도, 그들이 문제 삼아야 했던 것은 '아이치트리엔날레'라는 예술제의 표현 범위와 일본 개최 당국에 대한 부분이지, 한국에 대한 일방적 혐오가 아니다. 실제 표현의 부자유전에 참여한 16명의 아티스트들 상당수는 일본인이며, 그들이 그토록 분개하는 작품들 또한 그들과 같은 일본인의 작품이 많다.
 
 쇼와일왕의 사진이 타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 '태워져야 하는 그림'(시마다 요시코)(표현의 부자유전 공식 홈페이지)
 쇼와일왕의 사진이 타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 "태워져야 하는 그림"(시마다 요시코)(표현의 부자유전 공식 홈페이지)
ⓒ 최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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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한국을 향한 혐오 전시회를 개최했다. 그야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됐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혐한 표현들을 쏟아낸 것이다. 극우들은 이 전시회의 내용이 자기들의 '표현의 자유'였다며 상관하지 말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화의 소녀상 전시 행사, 즉 아이치트리엔날레를 개최하고 후원한 나라가 한국이었는가? 극히 일부의 한국인 예술가가 참여했고 작품 중 일부가 한국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었을 따름이다(관련 링크).

배경에 어른거리는 재특회

그렇다고 해도 해당 혐한 단체(일본제일당)는 이런 논리가 통할만한 영역의 사람들이 아니다. 일본제일당은 천황제 강화, 혐한, 반이민 정책 등을 표방하고 있는 극우 정당이다. 이 정당의 대표인 '사쿠라이 마코토'가 '재일(在日)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아래 재특회)의 설립자임은 앞서 말한 바와 같다.

그리고 이러한 재특회와 이번 전시회를 개최한 일본제일당은 거의 동일한 단체로 볼 수 있다. 사쿠라이 마코토가 재특회 회장을 사임한 이후 재특회의 주요 멤버와 활동이 일본제일당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특회와 거의 동일한 슬로건, 배외 정책을 당 정책으로 내걸고 활동 중이다. 당의 정책 목표 중 하나로 '한국과의 국교 단절'을 내걸고 있는 점과 '조선학교에 보조금 지급을 반대'하고 있는 점 등에서 그 노선이 일치한다(관련 링크).
 
 혐한, 한일 단교 시위를 하고 있는 사쿠라이 마코토(중앙)(유튜브 각각의 주장 갈무리)
 혐한, 한일 단교 시위를 하고 있는 사쿠라이 마코토(중앙)(유튜브 각각의 주장 갈무리)
ⓒ 유튜브 각각의 주장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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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한국인의 권리와 자격 등을 박탈하고 오직 일본인 우선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배외주의를 내세운다. 한국과의 '단교', 한국인 추방 등을 공공연히 외치고 있다.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를 일삼는 가장 대표적인 단체이기도 하다. 지난 2009년에는 재특회가 교토 조선학교를 습격, 어린이를 상대로 폭언을 하고 단상을 집어던지는 등 폭력 행위를 일삼기도 했다.

특히, 재특회의 시위에는 '한국인을 대학살 하자'거나 '한국인 여성을 강간하자' 따위의 충격적인 망언도 오르내린다. 아래는 지난 2013년 츠루하시에서 열린 재특회 시위에 참가했던 한 일본 여중생이 발언한 내용이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여러분, 저는 한국인이 밉고 미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아아.. 정말 죽여버리고 싶다. 끝까지 그렇게 거만하게 군다면 남경대학살이 아니라 '츠루하시 대학살'을 일으킬 거예요." - 2013.2.24. 오사카 츠루하시에서 열린 재특회 시위 중(영상)

이와 같은 활동을 일삼는 단체 또는 정당이 정상적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그러나 일본 내 혐한은 버젓이 행해지고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지지를 얻고 있기도 하다. 이번 혐한 전시회 또한 일본 내 '공공시설'(아이치현 소재 '윌 아이치')에서 개최됐고,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시민단체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이를 막지 못했다. 진짜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혐한을 그대로 방조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극단의 극단을 부르고 있다는 말이다.

일본 정부, 아베 총리에게 일본제일당과 재특회는 '역사 수정', '일본 제일주의'를 실천해줄 일종의 '친위 세력'이기도 하다. 그 증거로 지난 2018년 4월에는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가 재특회가 일으킨 시위에 응원 메시지를 보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한 국가의 퍼스트레이디, 그것도 선진국을 표방하는 일본의 퍼스트레이디가 차별·배외주의 단체에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는 말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 또한 자신의 저서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를 통해 이를 지적하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이러한 아베 총리 부인이 "차별주의 단체 리더들과 깊은 관계에 있"으며 이는 "차별 단체에 보증을 주는 행위"라며 비판했다(관련 링크).

재특회와 같은 종류의 혐한 단체가 사회 전면에 부각되어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다. 일본에게 묻는다. 혐한의 교본과 같은 만화책 <혐한류>를 발매한 국가는 누구인가? <대 혐한 시대>, <반일 한국인 격퇴 매뉴얼>과 같은 사쿠라이 마코토의 저서가 용인되는 사회는 어디인가? 혐오를 부추기는 쪽은 누구인가?
 
 재특회 사쿠라이 마코토의 저서 '대혐한 시대'
 재특회 사쿠라이 마코토의 저서 "대혐한 시대"
ⓒ 최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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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칼럼니스트, 작가 한국 근현대사 및 일본 역사/정치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 역사 팟캐스트 채널 <역사와 사람 이야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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