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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월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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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무관심하면 그 정치도 당신의 삶에 무관심하다. 일이 바쁘다고 무관심하면, 그 정치는 당신이 일에 지쳐 죽도록 내버려 둘 것이다. 그러니 정치가 한심할수록 정치를 바꾸고자 관심을 써야 하는데, 한국 정치는 상당한 피로와 분노 등 감정적 소모를 대가로 요구한다. 거짓말과 위선을 탐지해 차단하는 마이크가 있다면, 아마도 국회 마이크 90% 이상은 꺼질지도 모른다. 그런 정치를 우리는 삶의 지붕처럼 이고 산다. 그러나 부실한 지붕에선 비가 줄줄 새고 혹독한 추위는 그대로 내리깔리며, 이따금 와르르 무너지기까지 한다.

작가 김훈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치가 시민에게 던지는 먹이 속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먹이를 무는 순간 낚싯바늘을 동시에 물게 된다. 입천장이 꿰여 끌려가고, 도리어 낚시꾼의 먹이가 된다. 어쩌면 한국의 보수정치는 말보다는 차라리 욕설을 하는 게 공동체를 위해 나을지도 모른다.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하게 말이다. 지난 10월 29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연설은 자유라는 가치를 비틀어 거짓과 혐오를 버무린 미끼다.

나경원은 자유를 회복해 경제를 살리겠다며, 즉각적 경제적 자유를 강조했다. "주휴수당제도개선법, 일할권리 보장법 등 소득주도성장 폐기 3법이 최소한의 시작"이라고 했다. 주휴수당은 쉽게 말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일요일은 유급으로 쉴 수 있는 제도다.

한국사회는 월 200만 원 안팎의 저임금을 벌기 위해 너무 많은 노력과 시간을 요구한다. 그런 노동자가 절반에 달하고, 그로인해 세계 최장시간 노동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나마 주휴수당이라도 있어서 휴식이 가능하고 저임금이 보완된다. 그런 주휴수당을 폐기하여 임금을 깎는 법안을 내놓고도 한국정치는 "제도개선"이라고 말한다. 그 법 어디에도 자유한국당이 앞세우는 "평생 일만 하며 살아온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는 젊은 부부, 공부하랴 취업 준비하랴 하루가 바쁜 학생들"을 위한 자유는 없다.

'일할권리 보장법'도 이름과 반대로 이해하면 딱 맞다. 노동자 대표 또는 노동자 개인이 동의만 하면 52시간을 넘겨 연장근로를 시키는 법안이다. 52시간제란 무슨 말인가. 하루가 멀다 야근을 하고도 토요일에도 일하고 겨우 일요일만 쉬는 생활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주40시간이란 말 자체가 사라진 마당에, 나경원은 아예 52시간을 넘겨 일요일도 죽도록 일을 시키는 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노동자의 동의를 받도록 만든다고 하지만, 현실을 숨긴 기만이다. 고용불안 사회에서 회사의 요구에 동의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노동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노조다운 노조에 소속된 노동자라면 모를까, 자유한국당의 과로시킬권리보장법은 사실상 가장 약한 노동자를 가장 혹독하게 부려먹는 법이다. 이러고도 "절대 다수의 근로자의 권익을 외면"한다고 귀족노조 운운하는 자유한국당의 뻔뻔한 정치는 감히 따를 자가 없다.

자유한국당이 말하는 자유의 실체

자유한국당이 말하는 자유는 인권을 배제한 19세기말 '착취의 자유'에 머물러 있다. 19세기 후반 유럽과 미국의 국회의원들은 '노동할 자유'를 명분으로 아동노동규제법안에 반대했다. "가난하면 일을 하고 싶고 공장주들은 아이들을 고용하고 싶어 하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게 그들의 자유시장 원칙이다. 그렇게 오염된 자유주의는 미국의 노예매매 자유를 위해 남북전쟁을 벌였고, 영국의 아편거래 자유를 위해 아편전쟁도 벌였다.

결국 자유한국당의 자유는 강자의 자유고, 약자의 권리에 대한 부정이며, 노동3권 즉 헌법에 대한 부정이다. 나경원이 국회 대표연설에서 세 번째로 강조한 게 "3대 헌법 파괴세력과 단절"이다. 적반하장에 심각한 편견은 자유한국당의 전매특허다. 민주화에 노골적인 반감을 갖고 있는 자유한국당이야말로 '자유', '성장', '공정'과 같은 단어를 교묘히 빌려 사회 곳곳을 접수해 공동체 가치를 위협하는 극우집단이다.

17개 시도 중 10곳에서 국민이 선출한 교육감이 전교조 출신인데, '전교조=교육파괴' 프레임에 집착하는 모습은 정말 고집스럽다. 귀족노조 프레임도 아무 때나 남발하는데, 진짜 귀족정치가 귀족노조 이미지를 만들어 문제 삼는 것도 적반하장이지만, 자유한국당이 눈엣 가시로 여기는 것은 귀족노조가 아니라 노동조합 그 자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다양한 노조법 개악안을 내놓았다. 노조의 쟁의행위를 하나마나한 투쟁이 되도록 공간과 방식을 제약하고,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불법은 돈만 내면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노동자의 불법은 무거운 형량을 더 강화하고 아예 노조 자체를 해산시킬 수 있는 매우 노골적인 노조 적대 법안들이다.

어느 법정에 간들 그처럼 또박 또박 내뱉는 아전인수와 시대착오를 들을 수 있을까. 그러나 국회에선 그리 보기 드문 장면이 아니라는 게 이 나라의 불행이다. 그런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키우는 나무는 푸른 잎이 돋아나는 꿈나무가 아니라, 노동자의 정수리에 내리꽂히는 곤봉이 될 권력의 나무다. 그중 하나인 국회 환경노동위원 초선 신보라 의원은 노조 파괴법 발의에 앞장서고 있다. 그들은 과연 매일 매일 일해도 평생이 불안한 사람들의 처지와 박탈감을 알기는 할까? 무조건 떼쓰고 법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말하기 전에, 노조가 왜 항의하는지 한 번쯤 옳고 그름을 따져보기는 했을까? 노조를 3대 파괴세력의 하나로 규정하고, 노조와 "대한민국의 영원한 단절을 이뤄내겠다"고 말하는 정치니, 무슨 상식을 기대할까. 대한민국 보수정치, 상식도 없는데 양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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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은 사회의 근본이다. 그럼에도 제대로 주목받지도 대접받지도 못한다. 자본주의에는 이를 원하는 거대한 시스템이 움직이고 있다. 이것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매우 드물다. 부지런이 말하고 소식이라도 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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