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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하고 얽힌 이름을 묻는 청소년이 있었습니다. 묻는 말을 듣고 보니 참말로 아직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사람을 나타낼 '나이 이름'을 지을 생각을 안 했네 하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나이를 어떻게 지나간다고 바라보면서 알맞게 이름을 붙이면 어울릴까요? 저마다 알맞게 우리 나이 이름을 지어 본다면 좋겠습니다.

[물어봅니다]
저는 이제 열다섯 살이에요. 국어 시간에 배웠는데 열다섯 살이면 '지학(志學)'이라 하고, 논어에 나오는 말이라고 해요. 그런데 '지학'이란 말은 중국사람이 지은 말이잖아요?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다른 이름을 지을 수 있을까요?


한자를 바탕으로 한문을 쓰는 중국에서는 마땅히 한자로 새말을 엮어서 씁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한글이란 글씨를 씁니다만, 이 글씨가 없었어도 모두 말로 이야기를 엮어서 나누었어요. 다만 한국은 아직 한글이란 글씨를 마음껏 쓴 지 오래지 않아서, 우리가 스스로 우리 입으로 나누는 말로 새 낱말을 짓는 길이 서툴거나 낯설다고 여기곤 합니다.

중국에서 '지학'이란 한자를 엮은 얼개를 보면, 그냥 두 한자 '지(志) + 학(學)'으로 썼을 뿐이에요. 열다섯 살이라는 나이라면 제대로 널리 배우는 길을 간다는 뜻일 텐데요, 이때에 배움이란 학교만 다니거나 책만 읽는다는 뜻은 아니에요. 온누리를 둘러싼 삶이며 살림이며 숨결을 고루 살펴서 배운다는 뜻이랍니다. 이른바 철이 제대로 들면서 머리가 트이고 마음을 열며 온사랑으로 일어선다는 뜻이라고 할 만해요.

저한테 물어보신 말을 곰곰이 생각하니, '지학'뿐 아니라 여러 가지 이름이 있네요.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같은 나이를 두고서 '약관, 이립, 불혹, 지천명, 이순' 같은 한자 이름이 있네요. 또 일흔 나이를 두고서 '고희'나 '종심'이나 '희수'란 한자 이름도 있어요.

한국에서 쓰는 이름을 보면 아직 '열다섯,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처럼 숫자를 나타내는 이름만 있네요.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나이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북돋우는 이름'을 지을 만하겠어요.
[숲노래 사전]
열다섯·배움나이·배움길·배움눈길·배움철 ← 십오 세, 지학(志學)
스물·의젓나이·의젓길·의젓눈길·의젓철 ← 이십 세, 약관(弱冠)
서른·똑똑나이·똑똑길·똑똑눈길·똑똑철 ← 삼십 세, 이립(而立)
마흔·홀가분나이·홀가분길·홀가분눈길·홀가분철 ← 사십 세, 불혹(不惑)
쉰·하늘나이·하늘알이·하늘눈길·하늘철 ← 오십 세, 지천명(知天命), 지천(知天)
예순·둥글나이·둥글길·둥근눈길·둥근철 ← 육십 세, 육순(六旬), 이순(耳順)
일흔·바른나이·바른눈길·바른길·바른철 ← 칠십 세, 칠순, 고희(古稀), 종심(從心), 희수(稀壽)
여든·트인나이·트인길·트인눈길·트인철 ← 팔십 세, 팔순
아흔·고운나이·고운길·고운눈길·고운철 ← 구십 세, 구순
아흔아홉 ← 백수(白壽)
온·온나이·온길·온눈길·온철 ← 벡 세

배우는 나이라면 '배움나이'라 하면 되어요. 아주 수수하지요. 그러나 수수한 이름부터 생각하면 좋겠어요. 바로 이 수수한 이름에서 새롭게 생각을 지필 이름이 태어나는 바탕이 서거든요. 배움나이란 '배움길'이면서 '배움눈길'이 돼요. 그리고 배우면서 철이 든다는 얼거리로 '배움철'이라 해도 되겠지요.
 
 삶에 걸맞게 바라보는 나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릴 적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떤 살림이요 손길이었을까요?
 삶에 걸맞게 바라보는 나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릴 적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떤 살림이요 손길이었을까요?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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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은 의젓하게 서는 나이라고 느껴요. 이때에는 푸름이 여러분도 어버이 손길을 떠나 스스로 삶터를 부대낀다고 할 만하니 의젓하게 서겠지요? '의젓나이'예요.

서른 살은 그동안 배운 길을 가다듬고 여태 의젓하게 살아온 나날을 되짚을 테니 한결 똑똑하다고 여길 만해요. '똑똑나이'라 하면 어떨까요? 마흔이라는 나이에 이르면 둘레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누가 꼬드긴대서 넘어가지 않을 만하고, 남이 무어라 따져도 가볍게 튕길 줄 아는 나이래요. 그래서 '홀가분나이'라 해보고 싶어요.

쉰이라고 하면 하늘이 흐르는 길을 안다고들 하니 '하늘나이'라 하면 어울릴까요? 예순이라고 하면 이제 모가 사라지고 둥글둥글 어우러지거나 사귄다고들 합니다. 이런 모습을 고스란히 살려서 '둥글나이'라 해도 좋겠어요.

이다음 일흔부터는 우리 나름대로 생각할 대목이에요. 배웠고, 의젓했고, 똑똑했고, 홀가분했고, 하늘을 읽었고, 둥글둥글했다면, 이제는 언제 어디에서나 바르리라 여겨요. '바른나이'라 할 만해요. 여든이라면 바른눈길을 넘어서 활짝 마음을 틔우는 때이지 싶어요. '트인나이'라 해보고 싶습니다.

바야흐로 아흔 줄에 접어들면 이 모든 살림을 곱게 다스리면서 스스로 고운 눈빛이 되는 '고운나이'라 할 수 있다고 느껴요. 그리고 백 살에 다다르면, '온'이란 낱말을 넣고 싶어요. 한국말 '온'은 바로 '100(백百)'이라는 한자를 나타낸답니다. 그리고 '온'은 숫자 '100'뿐 아니라 '모두·모든'을 가리켜요. 그래서 '온나이'라 하면 모든 것을 아우를 줄 아는 너르면서 깊은 숨결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늙어 가는' 몸에 붙이는 나이 이름보다는 '생각이며 마음이 깊고 넓어 가는 결'을 살피는, 우리 나이 이름을 지으면 좋겠습니다.
 "늙어 가는" 몸에 붙이는 나이 이름보다는 "생각이며 마음이 깊고 넓어 가는 결"을 살피는, 우리 나이 이름을 지으면 좋겠습니다.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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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름대로 생각해서 이름을 붙여 본 나이를 갈무리해 볼게요. 배움나이(15), 의젓나이(20), 똑똑나이(30), 홀가분나이(40), 하늘나이(50), 둥글나이(60), 바른나이(70), 트인나이(80), 고운나이(90), 온나이(100)입니다. 저부터 스스로 이러한 나이를 거치는 동안 이러한 숨결이자 몸짓이자 마음이 되고 싶은 뜻을 담아서 이름을 지었어요. 푸름이 여러분은 어떤 이름이 되고 싶나요? 어느 나이에 어떤 마음이자 살림이자 사랑으로 서고 싶나요?

푸름이 여러분도 스스로 나이에 맞는 이름을 지어서 그 나이를 살아내 보시면 좋겠어요. 우리가 스스로 이름을 지어서 그 나이를 살아낸다면 참말로 우리는 그러한 마음이자 눈빛이자 생각이자 사랑으로 살림을 짓고 살아가는 슬기로운 어른이자 사람이 될 만하다고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https://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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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우리말 꾸러미 사전》《우리말 글쓰기 사전》《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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