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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리스본(현지어로는 리스보아, Lisboa)이라는 지명이 1402년 조선에서 만들어진 지도인 '강리도'에 표기되어 있다면? 

먼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자리잡고 있는 이베리아 반도를 본다. 아래 지도는 유서 깊은 주요 도시들을 보여 준다. 우리가 주목할 곳은 1, 2번 지역이다.
  
이베리라 반도  이베리라 반도 주요 도시
▲ 이베리라 반도  이베리라 반도 주요 도시
ⓒ kuoniglobaltravelserv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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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은 물론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리스보아)이다. 2번은 이베리아 반도의 최서단이자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이기도 한, 로카(호카) 곶(Roca Cabo)이다. 바위 곶이라는 뜻이다. 깍아지른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위 곶과 수도 리스본 일대 등을 포괄하여 '리스보아'라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리스보아'는 포르투갈의 수도이면서  그 주변의 광역 공간을 가리키는 지명이이기도 하다(아래 지도).
 
리스보아 리스보아
▲ 리스보아 리스보아
ⓒ 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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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리스보아(리스본)가 강리도에 표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아래 강리도의 부분도를 보자.
 
강리도 이베리아 반도 강리도 이베리아 반도
▲ 강리도 이베리아 반도 강리도 이베리아 반도
ⓒ <대지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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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좌변 이베리아 반도에 많은 지명이 한자로 적혀 있다. 반도의 최서단에는 이런 지명이 적혀 있다. '剌可撒布兒'(붉은 화살표). 지리적 위치로 보아 이곳이 '리스보아'일 것 같다.

그러나 지명의 음을 대조하여 고증해야 한다. '剌可撒布兒'는 중국어로 '라커 사푸아'이다. 강리도를 연구한 카자흐스탄 학자 눌란(Nurlan)은 이를 리스본(리스보아)으로 본다. 아래는 눌란의 해설도인데 좌상단에 '리스본'이 보인다. 여기서 리스본은 수도명이라기 보다는 광역 개념의 지명일 것이다 Nurlan Kenzheakhmet, 'THE PLACE NAMES OF EURO-AFRICA IN THE KANGNIDO', 2016 The Silk Road 14p).
  
강리도  강리도 지명
▲ 강리도  강리도 지명
ⓒ 눌란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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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강리도 연구의 권위자인 스기야마(교토대)는 첫 머리 '라커(剌可)'가 바로 '로카(Roca, 영어 Rock)와 일치함에 주목했다. 그래서 로카 카보(Roca Cabo)를 가리키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강리도의 '로커 사푸아'가 일개 곶인 Roca Cabo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뒷 부분 '사푸아'에 주목해 보자. '(리)스보아 (Li)sboa'와 상응한다. 따라서 '라커 사푸아剌可撒布兒'는 Roca Cabo와 Lisboa를 포괄하는 지역을 가리키는 것임이 거의 틀림 없다. 바꾸어 말하면, '로카+(리)스보아'가 '라커 사푸아'로 옮겨졌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바로 광역의 리스보아 지역에 해당된다.

어쨌든 유라시아 대륙의 서단 '리스본(리스보아)'라는 지명이 강리도에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우리는 리스보아의 지명 탐구를 통해, 이미 14세기에 비서구권에서 지리상의 대발견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유라시아 대륙과 아프리카의 수많은 지명들이 적혀 있는 강리도가 바로 그 증거문헌인 것이다.

리스본 지명과 관련하여 한 가지 매우 흥미로운 일치가 발견된다. 리스보아(리스본)는 북위 약 38도선상에 위치한다. 한반도의 개성(약 38도)이나 서울(약 37도)과 위도가 비슷하다. 오늘날 지도에서 양 지역을 좌우로 이으면 당연히 거의 수평을 이룬다. 그런데 1402년 제작된 강리도에서도 그러하지 않는가! 먼저 현대 지도를 보자.
 
38선 38선
▲ 38선 38선
ⓒ quo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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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아래 강리도와 대조해 보자(물론 강리도에는 아메리카 대륙은 나타나 있지 않다). 노란 선을 주목해 보자.
 
강리도 강리도
▲ 강리도 강리도
ⓒ 류코쿠 대학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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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중심 서울/개성이 지중해의 시칠리섬(붉은 화살표), 포르투갈의 리스보아 등지와 거의 같은 위도상에 위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개성-아테네-지중해-리스본 등을 잇는 북위 38선이 횡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구도는 무엇을 말해 주는 것일까? 한반도의 중심부를 동서 세계의 중심 축으로 설정한 설계로 볼 수 있다. 당시 우리 선조들이 실제로 그런 구도로 세계상을 설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보다시피 그런 구도가 반영되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강리도를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세상의 동서 축은 한반도의 중심부으로부터 이베리라 반도의 최서단을 잇는 선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이 특히 흥미로운 것은 원근법적 구도와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제 강리도를 원근법적 관점에서 바라보기로 하자.
 
강리도 강리도 원근법
▲ 강리도 강리도 원근법
ⓒ 류코쿠 대학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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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각을 바꾸어 보면, 한반도의 중앙에서 서방을 향해 천하를 조망하는 구도가 드러난다. 회화에서 말하는 원근법적 구도와 별로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강리도에서 원근법적 소실점(消失點: vanishing point)은 어느 지점일까? 바로 앞서 살펴본 유라시아대륙의 최서단인 이베리아 반도의 리스본(리스보아) 지역이 된다.

이렇게 보면, 강리도는 한반도의 중심부에서 발을 딛고 서쪽을 향해 천하를 조감하는 지리적 시야를 나타낸다. 이는 중국 중심의 세계상과는 사뭇 다르다. 원근법적 관점은 강리도를 둘러싼 여러 논점들을 재조명해 줄 것이다. 다음 호에서 좀 더 탐사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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