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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지만 가끔 서울이 그립다. 대학 시절의 추억이 남아있기도 하고 특히 이맘때, 늦가을 고궁의 풍경이 보고싶은 것이다. 산과 계곡을 물들인 단풍도 아름답지만 고궁과 어우러진 단풍은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중에서도 지지난해 가을에 만났던 창덕궁 후원의 정경은 마치 소중하게 보관해둔 사진처럼 또렷하게 떠오르곤 한다.

창덕궁 후원관람은 여러가지 제약이 따른다. 정해진 시간에 허락된 인원만 입장이 가능하며 해설사의 인솔에 따라 정해진 시간 안에 구경하고 나와야 한다. 단풍철 후원 관람 예약은 매우 힘들다.

나는 아예 현장판매 티켓을 구하기 위해 첫 입장시각 두 시간 전에 돈화문 앞으로 갔다. 쌀쌀한 아침 날씨에도 벌써 수십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다행히 후원관람권을 구입했다. 전각관람권은 따로 구입하여아 한다.

돈화문으로 들어서서 금천교를 지나 국보 제 225호인 인정전 앞에 잠시 멈춰섰다. 11월 30일까지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내부를 공개한다고 하는데 마침 금요일이라 바깥으로 보이는 위엄에 넘치는 모습으로 만족해야 했다. 선정전과 희정당을 거쳐 후원입구에 도착했다. 곧 눈앞에 펼쳐질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며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후원에 들어섰다.
 
 후원에서 처음 마주하는 부용지. 정방형의 연못주위로 부용정,주합루, 규장각, 서향각, 영화당이 단풍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이다.
 후원에서 처음 마주하는 부용지. 정방형의 연못주위로 부용정,주합루, 규장각, 서향각, 영화당이 단풍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이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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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서 처음 마주하는 곳은 부용지이다. 창덕궁 후원의 첫 번째 중심 정원으로 휴식뿐만 아니라 학문과 교육을 하던 비교적 공개된 장소였다. 네모난 형태의 연못 한쪽에 활짝 핀 연꽃모양의 부용정이 다소곳하게 앉아있다. 부용지를 중심으로 정조원년에 건립한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과 서향각 그리고 과거시험을 보던 영화당이 서 있다.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주합루에서 정조는 다산 정약용, 박제가, 유득공 등 신진사류들과 학문을 연마하며 문예르네상스를 꿈꾸었다. 정조가 할아버지(영조)만큼 장수하였다면 조선의 운명은 또 어찌 되었을까 생각해보며 불로문을 지나 애련지로 간다.
 
 애련지 북쪽 끝에 다소곳이 앉은 애련정. 연꽃을 특히 좋아했던 숙종이 이 정자에 ‘애련(愛蓮)’이라는 이름을 붙여, 연못은 애련지가 되었다고 한다.
 애련지 북쪽 끝에 다소곳이 앉은 애련정. 연꽃을 특히 좋아했던 숙종이 이 정자에 ‘애련(愛蓮)’이라는 이름을 붙여, 연못은 애련지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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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련지 북쪽 끝에 사모지붕을 얹은 애련정이 있다. 연꽃을 특히 좋아했던 숙종이 이 정자에 '애련(愛蓮)'이라는 이름을 붙여 연못은 애련지가 되었다. 소박하지만 간결한 정자와 단풍의 조화가 아름답다. 애련지에서 후원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표주박형태의 곡선 연못인 반도지가 있다.

관람지라고도 부르는 연못 주위에는 겹지붕의 존덕정과 특이하게 부채꼴 모양을 한 관람정 그리고 승재정과 폄우사가 각각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서있다. 창덕궁후원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곳으로 기억된다.
 
 표주박형 연못이 한반도를 닮아 반도지(관람지)라 이름붙여진 연못. 연못에도 단풍이 물들었다.
 표주박형 연못이 한반도를 닮아 반도지(관람지)라 이름붙여진 연못. 연못에도 단풍이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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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지 한쪽에 관람정이 서있다. 부채꼴 모양의 관람정은 창덕궁 후원에서만 볼 수 있다. 반도지 권역을 거닐며 정자와 연못, 그리고 절정에 이른 단풍의 조화로운 아름다움에 마냥 가슴이 벅차올랐다.
 반도지 한쪽에 관람정이 서있다. 부채꼴 모양의 관람정은 창덕궁 후원에서만 볼 수 있다. 반도지 권역을 거닐며 정자와 연못, 그리고 절정에 이른 단풍의 조화로운 아름다움에 마냥 가슴이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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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알맞게 자리잡은 정자들과 연못 그리고 절정에 이른 단풍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에 그저 가슴이 벅차오를 뿐이었다. 온통 붉은 빛으로 채색되어 있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듯이 언덕길을 제법 걸어 오르니 큰 바위 아래로 작은 폭포처럼 물이 흐르고 있었다.

후원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옥류천이다. 1636년(인조 14)에 거대한 바위인 소요암을 깎아 내고 그 위에 홈을 파서 휘도는 물길을 끌어들여 작은 폭포를 만들었으며 인조는 '玉流川' 세 글자를, 숙종은 시 한 수를 바위에 새겼다.
 
 옥류천 풍경. 옥류천은 후원 가장 깊숙한 곳에 있다. 소요암에 새겨진 '玉流川' 세 글자는 인조의 친필이고, 오언절구 시는 이 일대의 경치를 읊은 숙종의 작품이다. 소요정(逍遙亭), 태극정(太極亭), 농산정(籠山亭), 취한정(翠寒亭), 청의정(淸?亭) 등 작은 규모의 정자가 곳곳에 서있다. 유일하게 초가지붕을 얹은 청의정이 뒤에 보인다.
 옥류천 풍경. 옥류천은 후원 가장 깊숙한 곳에 있다. 소요암에 새겨진 "玉流川" 세 글자는 인조의 친필이고, 오언절구 시는 이 일대의 경치를 읊은 숙종의 작품이다. 소요정(逍遙亭), 태극정(太極亭), 농산정(籠山亭), 취한정(翠寒亭), 청의정(淸?亭) 등 작은 규모의 정자가 곳곳에 서있다. 유일하게 초가지붕을 얹은 청의정이 뒤에 보인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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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정(逍遙亭), 태극정(太極亭), 농산정(籠山亭) 등 주위에 있는 작은 정자들을 둘러본 뒤 온몸에 붉은 물을 들이고 내려오는 길, 또 한 장의 선명한 사진을 마음속에 쟁여두고 가슴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이 가을을 훨씬 여유롭고 편안하게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창덕궁은 1405년(태종 5년)에 정궁인 경복궁의 이궁(離宮)으로 지어졌으나 왕들은 창덕궁에 머무르는 것을 더 좋아했고 임진왜란 이후부터 대한제국의 마지막까지 사실상 정궁 역할을 했다.

서울에 남아있는 다섯 고궁중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자연을 최대한 살려 과하지 않게 연못을 만들고 정자를 앉혔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한 창덕궁. 새삼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창덕궁과 연결된 함양문을 통해 창경궁으로 왔다. 창경궁에도 아름다운 가을이 내려앉아 있었다.
 창덕궁과 연결된 함양문을 통해 창경궁으로 왔다. 창경궁에도 아름다운 가을이 내려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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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경궁의 춘당지에 빠진 단풍.
 창경궁의 춘당지에 빠진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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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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