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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청탁 메일 한 귀퉁이에 '일본 쪽 여행이 주춤한 요즘, 어디로 떠나면 좋을까요?'라고 쓰여 있었다. 그동안 일본이 좋은 여행지였던 이유를 생각해 봤다. 가까운 거리, 익숙한 환경과 음식 그리고 소도시를 여행하는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었다.

'이 조건을 대체할 만한 곳이 어디일까?' 생각하며 벽에 걸린 세계지도를 바라봤다. 대번 눈에 들어온 건 대만 타이완 섬이었다. 비행기로 2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깨끗하고 반듯한 도로를 따라 늘어선 맛집 그리고 일본과 중국의 문화를 모두 품고 있는 이 땅이라면 어떨까. 

세계 곳곳에서 한 달씩 40여 차례를 살아본 우리에게 사람들은 종종 "여행한 도시 중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라고 묻는다. 사실 한 도시에서 한 달씩 살아보는 여행을 하면 정이 가지 않는 도시가 없다. 그럼에도 좀 더 편애하는 도시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그게 바로 타이베이(Taipei, 臺北)다. 
 
 대만 타이베이의 랜드마크 ‘타이페이101’의 전경
 대만 타이베이의 랜드마크 ‘타이페이101’의 전경
ⓒ 김은덕,백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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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단골손님에게 예의를 지키는 법 

타이완 섬에서 가장 큰 도시, 타이베이는 작은 소품 같은 아기자기함과 큰 붓으로 커다랗게 한 획 그어놓은 것 같은 호방함을 함께 지니고 있다. 골목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상점은 영화 속 세트처럼 잘 꾸며 놓았다. 시내 중심에 위치한 융캉제(永康街)라는 거리를 걸어보면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타이베이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중심에서 발걸음을 옮겨 한 골목 더 들어가 보라고 권한다. 그래야 방송에서 보여주는 타이베이의 모습이 아닌 진정한 이 도시의 매력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베이를 여행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음식이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우육면이 특히 그렇다. 사람들 입에 좀 오르내리는 식당이라면 각자 자신들의 비법으로 우려낸 육수와 고명으로 들어가는 소고기의 육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런 가게들은 한눈에 봐도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킨 흔적이 역력하다. 

맛집이야 한국에도 있지만 이 도시에서 두드러지는 맛집의 특징은 간판마다 '19XX년부터 시작한 집', '삼대째 이어져 온 가게' 이런 식의 문구가 적혀 있다는 점이다. 기본 10년부터 50년이 넘은 식당이 동네 곳곳에 포진해 있다.

장사가 잘되면 더 넓은 곳으로 점포를 확장하거나 프랜차이즈도 고려해 볼 만한데 이들은 좀처럼 가게를 넓히려고 이전하거나 이름만 빌려주는 프랜차이즈 식의 사업 확장을 고려하지 않는다. 원래 하던 가게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단골손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골손님이 식당을 대하는 태도도 주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부모가 자신의 자녀와 함께 이용하고 다시 손주의 손을 잡고 또다시 식당 한편에 자리 잡고 앉는다. 주인이 대를 이어 자리를 지킨다면 손님들은 다른 형태로 대를 이어 가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타이베이다. 좁고 허름하지만 터줏대감처럼 동네를 지키고 있는 식당에서 우리 같은 여행자들이 맛있는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들의 우직함 때문일 것이다.

지진만 잘 피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곳 

타이완 섬은 과거 스페인, 네덜란드, 청나라, 일본 등에 점령당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덕분에 다양한 역사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타이베이 북부에 위치한 항구 도시 지룽은 일본 해군이 주둔했던 지역으로 다양한 암석과 동굴이 기괴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진 지우펀이나 온천욕을 할 수 있는 베이더우 등 타이베이 인근의 여러 지역을 둘러볼 수 있다.

이렇게 좋기만 할 것 같은 타이베이도 한 가지 단점이 있다. 그것도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다. 우리 부부는 대만을 여행할 때마다 지진을 경험했다. 한 달씩 머무는 여행 패턴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실 일본만큼이나 지진이 잦은 곳이 타이완 섬이다.

지진을 처음 만난 건 8층에 위치한 숙소에 머물렀을 때다. 그날 지진의 강도는 진도 6에 가까웠다. 건물과 땅이 흔들리는 단 10여 초 동안 내 몸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지진이 지나가고 난 뒤 자연의 힘 앞에서 발가락도 꼼짝할 수 없다는 현실 자각만이 남았다. 

타이베이를 여행할 때 지진을 무시할 수 없지만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가끔 발생하는 일이라면 대비에 소홀할 테지만 지진이 잦기 때문에 오히려 열심히 그리고 아주 대비를 잘해 놓았다. 수많은 지진에도 지금껏 멀쩡히 서 있는 건물들이 그 증거 아니겠는가.  
 
 타이베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원은 지진대피용 공간이자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열린 공간이다
 타이베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원은 지진대피용 공간이자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열린 공간이다
ⓒ 김은덕,백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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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타이베이를 여행하기 위해서 예산은 얼마나 준비하면 좋을까? 서울 물가의 3분의 2 수준이라면 적당하겠다. 타이베이 시내를 움직이는 건 대중교통이면 충분하다. 버스, 지하철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잘 구비되어 있고 교통카드인 '이지카드'를 사용하면 이용료의 20%를 할인받을 수 있다.

교통뿐 아니라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체크카드처럼 쓸 수 있어 편의점, 드러그스토어(의사의 처방이 없이 판매가 가능한 의약품 및 건강·미용 관련 상품이나 식음료를 구매할 수 있는 상점), 식당 등에서 사용 가능하다.

우리처럼 한 달씩 머물고자 할 때 타이베이는 집을 구하기도 어렵지 않은 도시다. 다만 집 안에 제대로 된 부엌이 갖춰진 곳을 찾으려면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침부터 저녁 식사까지 집 주변 식당에서 해결하는 타이베이 사람들의 생활 습관 때문에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워 먹을 정도 수준의 아주 간소한 주방만 있는 집이 많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은덕, 백종민 시민기자는 여행작가입니다. ‘한 달에 한 도시’씩 천천히 지구를 둘러보며, 서울에서 소비하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한 달에 한 도시> 유럽편, 남미편, 아시아편 <없어도 괜찮아>, <사랑한다면 왜>가 있습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19년 10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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