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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지하철
 대한민국의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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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높은 시민의식 모범 답안지는 어떻게 생겼을까. "개념 없는 사람"이란 말이 우리의 입에 딱 달라 붙은지 오래다. 얼마 전 '컵라면녀'로 논란을 붉힌 대중교통 음식물 반입 사항에 대해 강제조항, 심지어 벌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이 강세를 보이고있다. 

참 이상하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수백 건의 뉴스 중에서 지하철에서 컵라면 먹는 사람 목격담이 베스트 기사에 오른다는게 결코 정상적 사회의 일면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이런 일에 갈고랑이를 걸어 옴짝달싹 못하도록 전국적 생매장을 시켜버리려는 현상이 이상하다. 모 뉴스업체에서 "지하철 컵라면녀 누구?"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채택하는 것도 그렇다.  

'승객들 사이에서 시비가 붙어서 경찰서라도 갔나?'라고 나름 추측하며 기사를 클릭했다. 얼굴이 가려진 사람 한 명이 출입문 가까이 측면으로 서서 컵라면을 먹고있는 사진과 간단한 목격담이 소개되었다. 그 외 해프닝은 별 다른게 없었다. 다른 승객과 싸웠다는 내용도, 컵라면 용기를 버리고 도망갔다는 내용도 없었다. 포털사이트 N사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기에 여차하여 다른 사이트에도 접속해 보았다.역시 실시간 1,2위를 달리고 있었다.  

천 개 이상 달린 댓글들은 찬반 토론이랄 것도 없다. 모두가 비슷한 의견이었다. 정신 나갔다, 꼴불견이다, 저건 잘못 되었다고 비난하고 지적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다. 허나 그 사진 한장을 말미삼아 모든 것을 지레 판단하는 의견이 주류였다. '분명히 중국인이다', '맘충', '인성쓰레기', '아줌마들은 다 저렇다', '평소에 어떻게 행동하고 다닐지 안봐도 뻔하다'와 같은 밑도 끝도 없는 인신 공격이었다. 이런 댓글들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려면 같이 매장을 당할 각오부터 해야한다. 너도 저렇게 해봤으니까 저 인간을 대변하는구나, 라는 소리를 듣게된다.  

사회에서 아직 대다수의 의견이 확립되지 않은 일의 허와 실을 찾는 것은 크레딧을 줄만하다. 하지만 표면적인 잘못(에티켓 어김)이 완연히 드러났을때 힐난을 보태는 것보다 쉬운 일은 없다. 여론에 몸을 맡기고 그 흐름을 따라가기만 하면된다. 이미 정해진 도덕적 척도로 '도 아니면 모'로 판단하기만 하면된다. 뒤집어 말하자면, 해당인물에게는 이미 잘못이란 딱지가 씌워져있기 때문에 당신의 비난은 하나마나 차이가 없게된다.  

대중교통 음식 반입 및 섭취는 꾸준히 논란이 되었다. 올 초, 퇴근시간 지하철 내 아이에게 피자를 먹이는 여성이 화제였다. 작년에도 저작년에도 비슷한 일들을 인터넷에서 반본적으로 보았다. 이런 류의 기사들은 오로지 소수의 목격담에 의해서만 기사화 된다는 것이 문제다. 스토리가 있는 사건 사고도 아니기에 조사도 힘든다.  

소위 "진상포착"은 우리 사회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조금이라도 비매너 (혹은 비매너라고 고려되는) 행동을 보면 사진촬영부터 한다. 인터넷 각종 커뮤니티에는 고발 글들이 수 없이 많다. 몇 년 전, 등산복을 입은 한국 중년 여행객들이 외국의 공항 구석에서 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음식을 먹는 고발글이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10대 때부터 서구권에서 근 10년 생활을 한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관광객들말고 그 고발자의 행동말이다.  

2018년 초에 도입된 서울 시내버스 음식물 반입금지 세부 규정은 권유차원이다. 반입 허용과 금지의 예시가 자세히 나와있다. 궁극적으로 이는 운전기사들의 재량이다. 하지만 언론과 여론은 아직 이것도 만족스럽지 못한가보다.  
 
서울시내 음식물 반입금지 세부기준 서울 시내버스에서 음식물 섭취 일부를 금해달라는 세부 기준이 2018년 1월부터 유효되고 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02-2133-2287)에 문의사항을 제기할 수 있다.
▲ 서울시내 음식물 반입금지 세부기준 서울 시내버스에서 음식물 섭취 일부를 금해달라는 세부 기준이 2018년 1월부터 유효되고 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02-2133-2287)에 문의사항을 제기할 수 있다.
ⓒ 서울정보소통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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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에서는 아동비만률 증가를 저지시키기 위한 방침으로 대중교통 음식물 섭취를 금지하자는 논란이 일었다. BBC에서 한 인터뷰를 통한 바, 뜬금없다는 여론이 일었다. 비효율적인 방침일뿐 아니라, 출퇴근시간과 이동 중에 스낵을 먹는 것까지 제한하면 어떡하냐는거다.

미국에서는 도시마다 다른 양상을 띈다. 포틀랜드(오레곤주)에서는 음식을 가지고 탑승은 가능하나 섭취는 벌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드물다) 시애틀은 권유 사항으로 되어있고, 뉴욕시에서는 지금으로서 벌금을 매기는 규항은 없다.   

싱가폴에서는 특이하게도 버스에서는 벌금이 없고 지상철 (MRT)에서만 벌금이 적용된다. 웃긴 일화가 있다. The Indendent News의 2018년 7월 7일자 기사에 따르면, 버스에서 아이스크림을 조용히 먹고있던 중년 여성을 한 남자 승객이 휴대폰으로 촬영했고 여성은 신고해라고 부추기며 화를 냈다고한다. 시민들끼리 서로 사소한 일상을 감시하고 고발해야하는 폭소극의 수혜자는 누구일까?

더 나은 공공질서를 위해 협조하려는 전반적인 노력은 높이 살만하나, 매너와 에티켓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얼음틀에 얼음을 얼리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음식을 먹는 행동은 무임승차라든지 폭력과 상해, 몰카처럼 반드시 피해로 귀결된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공중도덕은 주어진 사회내 구성원 다수의 문화적, 암묵적 동의를 모은 것이기에 아무리 옳아보이는 권고 사항도 오류를 동반할 소지가 있다. 대중 교통에서의 음식물 반입 및 섭취 행위가 질서위반행위 법률로 강제화 될 수 없는 이유다. 시민의식 계도를 과태료 부과로 실행한겠다는 발상은 획일적인 잣대로 우리 사회의 융통성을 없애는 책략이다. 매너와 비매너를 선과 악으로 혼동하면 위험해진다.

학교다닐 때 학칙을 어긴 친구는 깊게 생각할 여지없이 비난을 받거나 혼나지 않던가. 그리고 반 아이들은 학칙을 어긴 친구를 쉽게 판단한다. 학칙이 용납할만한 내용인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미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만들어진 규칙 안에서 어긋나 버린 사람에게는 두 번, 세 번의 섬세한 고려도 필요없거니와 예외적인 상황을 남겨두는 '빈공간'마저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 사람이 처했을 예외적인 상황을 남겨두는 것, 이것이 바로 관용이다.

지하철과 버스에서 무언가를 먹는 민폐 시민. 그리고 이를 전국민이 알 수 있도록 인기기사를 쓰고 목격담을 퍼나르는 성실한 기자들과 시민들. 이 둘 중 도대체 누가 더 비정상적이고 비도덕적인지에 대한 판단은 이제 각자의 몫이다. 힌트가 필요하신 분들께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도덕 교육의 목적은 비판적 사고 함량과 포용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지 예절 규칙을 달달 외우는 것이 아니다.이 사실을 직시해야만 우리는 비로소 자주적인 시민이된다.  '공중 에티켓'이라는 컨셉이 법률로 공포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시민들의 지적,교양수준을 강등시키는 모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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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다 놓쳐버린 것들, 그들의 재해석을 쓰고 싶습니다. 94년생, 밀레니얼 세대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