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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홍콩의 중문대학교 학생입니다. 솔직히 저는 지금 고대에 있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홍콩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고려대학교 학생회관 생활도서관에 광둥어가 울려퍼졌다. 홍콩인들의 고유어다. 

"저는 이 자리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왔습니다. 이게 홍콩에 있는 내 가족, 친구들이 어떤 위협을 받게 되는 일인지 압니다. 하지만 전 한국에서 (홍콩 시위대보다) 더 간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마스크를 벗기로 결심했습니다."
 
 13일 오후 7시,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에서 주최한 '홍콩 민주항쟁 왜 지지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참가 학생들이 홍콩 시위지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13일 오후 7시,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에서 주최한 "홍콩 민주항쟁 왜 지지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참가 학생들이 홍콩 시위지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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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7시,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에서 주최한 '홍콩 민주항쟁 왜 지지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나온 한 홍콩인 유학생의 증언이다. 그의 발언에 현장을 메운 200여 참가자들 사이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이윽고 마스크를 쓴 채 현장에 참석한 홍콩 유학생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홍콩 여학생이 말을 이었다.

"여기 계신 한국인 분들은, 경찰이 자기 대학 캠퍼스 안에 들어오는 것을 상상하실 수 있으신가요? 이게 지금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상황입니다. 한국 여러분. 저희는 영원히 당신들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각자의 언어로 외친 메시지 "광복홍콩" "시대혁명"

참가자들은 행사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50여 명 가량은 행사장 입구 쪽 복도에 앉았다. 해당 여학생의 발언이 끝나자, 복도에 앉은 누군가가 광둥어로 외쳤다.

"홍콩의 자유, 혁명의 시간(Liverate of the HongKong, Revolution of our time)" 

구호는 5차례 이상 울려퍼졌다. 장내에 있는 사람들과 복도에 있는 사람들 모두 함께 외쳤다.

이날 현장을 메운 200여 명 참가자 가운데, 홍콩인은 약 30명이다. 이들을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대부분 마스크로 얼굴을 2/3 가량 가린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눈 외에 이들을 특정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13일 오후 7시,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이 고려대 학생회관에서 주최한 '홍콩 민주항쟁 왜 지지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홍콩중문대학교 재학생이자, 고려대학교 교환학생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13일 오후 7시,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이 고려대 학생회관에서 주최한 "홍콩 민주항쟁 왜 지지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홍콩중문대학교 재학생이자, 고려대학교 교환학생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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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살'이라는 말이 있어요. 자살로 위장해서 사람을 죽이는 거예요. 극단적인 말 같지만, 우리는 정말 이런 게 두려워서 마스크를 쓰고 이 자리에 나온 거예요."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홍콩인 캐리의 말이다. 그는 홍콩 유학생들은 외국에서 소리 소문없이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위협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행사 주최 측은 사진과 영상에서 홍콩인 참가자들의 얼굴을 가리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캐리는 "(한국인들이 듣기엔) 극단적인 말 같아도, 우리 홍콩인들이 체감하는 건 그렇다"며 "한국 언론에 보도되는 것과, 홍콩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과는 일부 차이가 있다"고 했다. 또다른 홍콩인 엠마는 외신에 홍콩인들이 직면한 위험성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희대학교 유학생 사카, 앨리스도 비슷한 말을 전했다. 사카는 홍콩 시위대를 상징하는 방독면을 목에 달고 왔다. 물론 두 사람 모두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사카는 "만일 얼굴이 영상에 찍혀서 인터넷에 공개될 경우, 우리가 비자를 발급받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앨리스도 "사실 오늘 이 곳에 오는데도 걱정이 많았다"고 답했다.

<오마이뉴스>가 토론회 현장에서 만난 8명의 홍콩인 유학생들 모두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이 토론회의 자리를 지켰다. 

한국에서 전하는 홍콩인들의 연대

"You are not alone(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한국말로 '외롭지 않게'. 맞나요? 이 말을 시위대에 전하고 싶었어요. 저는 홍콩에 없으니까... 이곳에라도 참석하면서 홍콩 시위대에게 우리가 지지한다는 것을 꼭 전하고 싶었어요."

캐리의 말이다.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 옆 좌석에 앉은 키위는 "무엇보다도 한국 분들이 홍콩 항쟁의 이유를 명확하게 알아주시고, 함께 지지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곳에 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앨리스도 "한국인 친구 가운데, 송환법이 폐지됐는데 왜 계속 시위를 하는 거냐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가 왜 계속 목소리를 내는지, 우리가 어떤 요구사항들을 외치는지 정확하게 알아줬으면 한다. 그래서 이 자리에 왔다"고 답했다. 

홍콩시위대가 집회 전 과정에 걸쳐 언급한 5가지 요구사항이란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 강경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다. 송환법은 지난 9월 4일 캐리람 행정장관이 공식 폐지를 선언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는 약 1시간 40분 간 진행됐다. 성균관대학교에 재학 중인 홍콩인 유학생 케렌은 잇따른 토론 발언자들의 말을 듣는 동안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토론회가 끝난 후 그에게 소회를 묻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 줄 몰랐다. 많아야 50분 정도 오실 줄 알았는데... 정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내가 행사장에 앉아 있는 게 후회스러웠다. 내가 밖에 있었어야 한국인 분들 한 분이라도 더 여기 들어오셔서 내용을 들을 수 있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답변을 하면서도 케렌은 계속 눈물을 훔쳤다. 
 
 13일 오후 9시,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이 고려대 학생회관에서 주최한 '홍콩 민주항쟁 왜 지지해야 하는가' 토론회를 마친 후, 학생들이 학생회관 앞에서 홍콩 시위 지지 관련 약식 집회를 열고 있다 .
 13일 오후 9시,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이 고려대 학생회관에서 주최한 "홍콩 민주항쟁 왜 지지해야 하는가" 토론회를 마친 후, 학생들이 학생회관 앞에서 홍콩 시위 지지 관련 약식 집회를 열고 있다 .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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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는 오후 9시께 끝났다.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측은 토론회 직후 고려대 학생회관 인근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약식 집회를 열었다. 현장에서도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발언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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