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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대에 재학 중인 한 홍콩인 유학생이 홍콩시위 5대 요구안 을 상징하는 다섯 손가락을 펼치고 신변 보호를 위해 자신의 모습을 가렸다.
 경희대에 재학 중인 한 홍콩인 유학생이 홍콩시위 5대 요구안을 상징하는 다섯 손가락을 펼치고 신변 보호를 위해 자신의 모습을 가렸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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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명은 인터뷰이의 허락을 받고 게재했습니다.)

"제 친동생 친구가 실종됐어요. 동생이 그러는데, 시위 자주 참석했던 친구였대요. 실종 전, 친구가 '1주일 동안 경찰이 따라다니는 것 같다'고 했대요. 가족들은 물론이고, 지금 그 친구가 어떻게 됐는지 전혀 몰라요. (경찰에 의한 실종이라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어요. 그런데, 실종된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마저 없는 거죠. 실제로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 체포 당하거나 실종된 사람들이 많아요... 진짜 그래요."

타살의 자살화. 광둥어(홍콩 고유어)를 직역하면 '비자살'이다. 위 발언을 한 사람은 경희대학교에 재학 중인 홍콩인 유학생 엘리스(여)다. 

타국에서도 느끼는 공포... "홍콩 지지하면 죽을 수도"

<오마이뉴스>는 지난 14일 오후, 경희대학교에서 홍콩인 유학생 세 명을 만났다. 칼슨(남), 클로에 (여), 그리고 엘리스 (여)다. 이들의 이름은 안전상의 이유로 본명이 아닌, 영어 이름으로 대체했다. 얼굴이 드러날 경우 신변의 위험이 있어 사진 촬영 시에도 마스크 등으로 가려야만 했다.

이들은 지난 14일부터 경희대 곳곳에 홍콩시위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앞서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한국외대 등에서 다수의 한국 대학생들이 홍콩 시위를 지지한 것에 힘입어 나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놓고 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목숨에 대한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해외에 있는 저희들도 신변의 위협을 받아요. 최근에도 호주에서 홍콩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낸 분이 홍콩 공항에서 체포 당한 일이 있었어요. 누구도 현재 그가 어떻게 됐는지 몰라요. 최근 홍콩에서는 의문사도 잇따르고 있어요. 이게 우리가 두려워하는 '비자살(타살의 자살화)'이에요.

과장이 아니에요. 신변이 드러날 경우 우리는 언제 어느 때든 죽임 당할 수 있어요. 그래서 해외에서조차 얼굴을 가려야만 합니다. 그래도 무엇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한국 분들이 홍콩 사태의 본질과 진실을 아실 수 없으니까요."


검은색 마스크를 벗은 후, 칼슨이 꺼낸 첫마디다. 세 명의 홍콩 유학생들은 최근에 발생한 굵직한 사건들에 대해 말했다. 지난 8일 숨진 홍콩과기대생 차우츠록(周梓樂) 사건과 경찰-대학생 간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던 홍콩 중문대학교 진압 사건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언급한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일부 달랐다.

"차우츠록, 추락 전 이미 사망했다... 사고 가장한 타살"
 
 경희대에 재학 중인 홍콩인 유학생이 검정 옷을 입고 홍콩경찰의 고무탄으로 실명이 된 희생자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경희대에 재학 중인 홍콩인 유학생이 검정 옷을 입고 홍콩경찰의 고무탄으로 실명이 된 희생자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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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슨(아래 칼) : "지난 4일 새벽에 사망한 차우츠록(대학생)의 사건도 비슷합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경찰의 최루탄을 피하다가 떨어져 사망했다'고 보도했죠. 그런데 최근 이를 부인하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중문대학교 의대 정형외과 교수가 차우츠록의 사인을 분석한 보고서가 언론에 나온 거죠. 거기에는 '건물 떨어지기 전에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이 언급됐습니다."

칼슨이 언급한 것은 지난 12일 홍콩 빈과일보(애플뉴스)에 보도된 기사 내용이다. 차우츠록의 사인과 관련해, 홍콩 중문대학교의 교육담당 부학장이자 정형외과 의사인 금타 셰카르 마드유카르 교수는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우츠록은 쓰러지기 전(추락 전)에 이미 의식을 잃었거나, (어떤 것에 의해)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식을 가진 사람은 떨어질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팔을 사용하거나 몸을 구부려 팔이나 다리에 골절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부상 당한 차우츠록의 팔과 다리에는 위와 같은 흔적이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엘리스(아래 엘) : "지금 홍콩의 경찰들에겐 법이 없어요. 과도한 폭력을 자행해도 그들을 막을 것도 없어요. 저희들을 보고 '바퀴벌레'라고 부르거나 사람을 죽여도 그들은 책임지지 않아요. 저희가 경찰의 행동을 규제할 수 있는 '독립조사위'를 구성해 달라고 요구하는 이유죠. 지금 홍콩의 경찰을 막을 건 없어요.

11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중문대학교 사례가 그렇죠. 대학교에서 최루탄 터지고, 경찰이 무력 진압하고. (홍콩) 언론에 따르면 당시 그곳의 최루탄 농도가 정말 짙었다고 합니다. 그 정도 농도의 최루탄 속에 있으면 피부가 타들어갈 겁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학교 지키겠다고 거기에 있던 거죠. 목숨 걸고 싸운 거예요. 그 보도를 보고 이틀간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빈과일보에 따르면, 중국산 최루탄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최루탄보다 연기의 농도가 훨씬 짙은 것으로 나왔다. 빈과일보는 "실제 측정 결과 중국산 최루탄이 터질 때 발생하는 열의 온도가 252℃에 달했다"며 "시위 현장 인근 가게 간판의 페인트가 최루탄에 맞아 녹아내리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런데 왜 홍콩 경찰은 돌연 대학교를 진압 대상으로 삼게 된 걸까? 중문대 학생들이 필사적으로 경찰과 맞서서 지키려고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중문대는 홍콩 인터넷 서버의 중심... 장악되는 순간 끝난다"
 
 경희대에 재학 중인 한 홍콩인 유학생이 홍콩시위 5대 요구안을 상징하는 다섯 손가락과 송환법 철회만으로 안된다는 한 손가락을 상징적으로 펼치고 있다. 신분 보호를 위해 방독면과 검정 마스크로 자신의 모습을 가렸다.
 경희대에 재학 중인 한 홍콩인 유학생이 홍콩시위 5대 요구안을 상징하는 다섯 손가락과 송환법 철회만으로 안된다는 한 손가락을 상징적으로 펼치고 있다. 신분 보호를 위해 방독면과 검정 마스크로 자신의 모습을 가렸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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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에(아래 클) : "홍콩 인터넷(및 서버)의 99%가 중문대학교 내 자료실 시스템에 근거해요. 홍콩 인터넷 서버의 중심이 되는 곳이죠. 여기를 지켜야만 해요. 만일 그곳을 경찰이 장악한다면... 저희는 정말 망하게 되는 거죠.

이번 운동의 중심은 텔레그램과 인터넷이었어요. 여기서 시위대 모두가 실시간으로 소식을 공유하면서 대처해온 거죠. 경찰들도 이걸 알아요. 인터넷을 장악할 경우, 시위대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이걸 지키려고 학교에 들어간 거예요."

: "24일에 있을 선거를 막으려는 의도도 있어요. 저희는 만 18살 이상부터 선거를 할 수 있어요. 즉 대학생부터 선거를 할 수 있는 거죠. 이번 시위의 주축이 젊은 세대들이잖아요. 그래서 (반정부 세력들을) 선거 못하게 하려고 대학교를 진압하려는 것도 있어요."

오는 24일 홍콩에서는 구의회 선거가 열린다. 여론 상 반정부 후보자들이 많은 지지를 받음에 따라, 오는 선거가 현 정국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문제는 선거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여부다. 지난 9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홍콩 대집회 주최 측 얀 호 라이 부의장은 "정부가 선거를 연기할 우려가 있다"며 "일각에서는 정부가 긴급법을 발동해 선거를 2년 연기할 것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국에서 자국의 상황을 보는 이들의 심경은 어떨까.

: "전 지난 여름방학(8월) 때 홍콩에 가서 매주 시위에 참가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한국에 있으니까... 너무 무력감이 들고. 라이브로 상황을 항상 보고 있기는 한데 정말 너무 답답하고 우울해서.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국에서라도 홍콩을 지지해 달라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무섭죠. 화도 나고요. 시위대를 일부러 나쁘게 보도하는 홍콩 매체들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홍콩 현지방송인 TVB. 유일한 무료 방송이에요. 다른 방송을 보려면 돈을 내야 하죠.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친중 방송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홍콩 시위를 보도할 때 시위대들을 일부러 더 나쁘게, 왜곡해서 보도해요. 이 방송을 보면 시위대만 폭력적인 거죠.

그래서 더더욱 해외에 있는 우리들이 나서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 상황은 어떤지, 우리가 무얼 위해 이 운동을 하는 건지 알려야 해외 계신 분들도 진실을 알 테니까요."

6만 8357명과 962명. 교육부가 2018년도 4월에 조사한 중국인 유학생과 홍콩인 유학생의 수다. 71:1이라는 수적 불균형처럼, 홍콩 학생들이 자국의 상황을 소리내어 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얼굴을 가리면서도 시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홍콩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는, 시위의 근본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 "우리는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한 적이 없어요. 중국 분들이 오해하고, 왜곡해서 말씀하신 거죠. 저희가 시위 전반에 걸쳐 주장한 건 5가지 요구사항뿐이에요.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그리고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마지막으로 행정장관 직선제죠.

경찰의 폭력성에 대해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우리의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와 선거권을 요구하는 내용이에요. 민주주의의 기본 권리들이죠. 마땅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본래 약속대로라면 중국은 약속한 50년간 홍콩의 체제를 간섭하면 안 되는 게 맞으니까요."

그가 언급한 '약속한 50년'이란, 중국의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를 뜻한다. 홍콩이 중국으로 이양된 1997년 이후에도 50년간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50년 이후의 홍콩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의 시위가 다른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교육까지 간섭하는 정부... 고유어 교육도 금지시켜"
 
 경희대에 재학 중인 홍콩인 유학생이 검정 옷을 입고 5대 요구안과 홍콩경찰의 고무탄으로 실명이 된 희생자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경희대에 재학 중인 홍콩인 유학생이 검정 옷을 입고 5대 요구안과 홍콩경찰의 고무탄으로 실명이 된 희생자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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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미래는 모르겠어요. 걱정은 많죠. 가족들 모두 홍콩에서 잘살고 있는데 어느 순간 중국으로 변하게 되면 사유재산은 어떻게 보호받을 것이며 내 생활 수준은 어떻게 유지가 될 것인지. 또 언젠가 태어날 내 아이가 중화사상에 근간을 두고 성장할 것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불안한 게 많아요.

물론 교육에 대한 탄압은 지금도 진행 중이에요. 제 친구가 지금 교사로 일하고 있는데, 홍콩 교육부로부터 '현재 경찰이 하는 일이 옳다'고 교육하게끔 강요받는다고 했어요. 이 친구는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어요."


: "또 2016년부터 홍콩의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광둥어(홍콩 고유어)를 가르치지 않고 있어요. 만일 학교에서 광둥어를 사용할 경우 아이들이 벌점을 받아요. 물론 3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더 심해진 것으로 알아요."

유학생이란 신분은 언젠가 홍콩으로 돌아가야 함을 뜻한다. 과연 이들은 홍콩으로 돌아가고 싶을까? 선뜻 대답을 꺼내지 못하던 이들은, 끝내 고개를 저었다. 현재 홍콩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면 이곳에 머물고 싶다는 얘기다.

: "사실 지금 상황에 홍콩 돌아가는 게 너무 겁나요. 저희는 비자가 만료되면 홍콩으로 돌아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혹시 내가 위협받지 않을까, 내가 공항에서 소리소문없이 잡혀가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어요. 내 목숨도 보장되지 않는 거죠. 그래서 한국을 비롯한 해외 분들에게 '현재의 홍콩을 외면할 경우, 또다시 죽는 사람이 나온다'고 전하고 싶어요."
 
 경희대에 재학 중인 홍콩인 유학생이 인터뷰에 나서며 자신의 신변 보호를 위해 검정옷과 마스크등으로 모습을 가렸다.
 경희대에 재학 중인 홍콩인 유학생이 인터뷰에 나서며 자신의 신변 보호를 위해 검정옷과 마스크등으로 모습을 가렸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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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대비하라(If you want peace, be prepared for war). 홍콩 상황을 이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5개월 넘도록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죠."

: "저는 '지금의 홍콩이 세계의 미래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위해 싸우는 거니까요. 그래서 한국 분들에게 부탁드리는 것도 우리를 지지해 달라는 것, 그 하나예요. 행동으로 보여주시지 않아도 돼요. 그저 말만이라도, 그것만으로도 저희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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