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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공정 사회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 속에 탄생한 '촛불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어떤 개혁을 완수해야 할지 여러 의견을 소개합니다. '반환점 돈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기획은 모든 시민기자가 참여할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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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저녁 MBC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성별 임금격차'로 대표되는 성차별 문제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여성 고용률, 여성 임금 차별, 기업 공공분야에 여성이 지도자로 진출하는 데 있어서 유리천장이 있는 등의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현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 대책에 있어는 엉뚱한 방향의 진단을 내렸다.

문 대통령의 실책은 성차별 문제를 저출산 문제로 성급하게 치환한 것에 있었다. 문 대통령은 "여성 고용률이 높아지면 다시 출산율이 높아진다"며 양성이 동등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현실보다, 결혼과 출산이 줄어드는 현상에 더 관심을 보였다. 여성 차별의 문제를 해결할 이유를 다시금 출산에서 찾는 것은 여성 국민을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인구 증가의 수단으로만 보는 대표적인 성차별적 시각이다.

문 대통령이 드러낸 성평등 의식의 부족함은 정부의 젠더 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2017년 19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공약한 젠더평등 정책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고, 임기의 절반 동안 정부가 도달하거나 실패한 지점에 대해 평가한다.

아직도 갈 길이 먼 '성평등한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이 '성평등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1순위로 공약한 '(대통령 직속) 성평등 위원회'는 방향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진선미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공약보다 여가부의 기능을 복원하고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법무부, 국방부, 대검찰청, 경찰청 등 8개 기관에 양성평등전담부서를 설치하는 방안을 통해 성주류화 정책에 힘을 쏟는 의지를 보였다.

'남녀 동수 내각'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요하게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지만, 온전한 달성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난 8월 개각에서 '여성 장관급' 인사 비율은 30.4%, '여성 장관' 비중은 27.7%다. 대통령은 외교부, 국토교통부, 국가보훈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최초의 여성 수장들을 앉혔다는 점에서는 호평받아 마땅하지만, 자신이 적극적 우대조치의 맥락으로 공약한 '동수'에 도달하려면 다음 개각에서는 최소 4명 이상의 여성 장관을 더 임명해야 한다. 여성 장관 30%는 큰 도약임을 인정하지만, 그 숫자를 자체적인 상한선으로 두지 않길 바란다.

OECD 최고 수준(36.7%)의 성별 임금 격차를 OECD 평균 수준(15.3%)으로 낮추기 위한 공약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정부의 약속이지만 서울시에서 먼저 실행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부터 직원들의 성별, 고용형태별 임금정보를 누리집에 공시하고 있다. 동일한 사업장 내의 임금 격차를 성별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기존 공약에 '고용형태'를 추가해 발전시킨 것이다. 그러나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7년 발의한 같은 내용의 법안은 2019년 현재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모두를 대상으로 삼는 것이 관건인데, 사업장의 특성을 무시하는 법안이라는 반대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정부는 공공기관의 청년고용 의무 비율을 현행 3%에서 5%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개정했다. 해당 법안은 정부의 젠더평등 공약으로 추진되었으나, 여성 비율을 특정하지 않아 여성청년에 일자리를 할당하겠다는 목적은 실현되지 않았다. 기업의 채용·임금과 관련한 정부의 성평등 정책은 대부분 '경영 자율성 침해' 논란으로 인해 법제화되지 못하거나 공공기관에 한정해 소극적으로 적용하는 상황이고, 문 정부의 공약 이행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성평등 정책에 대중이 관심이 표하는 일이 잦아진 점은 고무적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3년간 시행해온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는 여성 고용비율 및 관리자 고용비율을 일정 부분 충족하도록 이끌어 고용 평등을 촉진하는 제도이다. 올 3월엔 여성친화적 마케팅을 하기로 유명한 '알라딘커뮤니케이션'이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부진 사업장 명단 공표 대상 50곳에 포함되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었고, 해당 기업은 사과하고 대처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클럽 내 성폭력 근절 촉구하는 여성들 세계 여성의 날인 2019년 3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에서 '불꽃페미액션'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불태우자 강간문화'라고 쓰인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클럽 내 성폭력 근절 등을 촉구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퍼포먼스 등을 마친 뒤 클럽 '버닝썬'까지 행진했다.
▲ 클럽 내 성폭력 근절 촉구하는 여성들 세계 여성의 날인 2019년 3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에서 "불꽃페미액션"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불태우자 강간문화"라고 쓰인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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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는 왜 부를 수 없는 이름이 됐나

또 다른 공약인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으로 이름을 바꾸어 오는 12월 25일부터 시행된다. 법안에는 데이트폭력, 스토킹, 불법 촬영물 유포 등 신종 여성폭력에 대응하는 정책과 지원 체계에 대한 규정을 담았다.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에만 관련된 기존의 형법들이 포괄하지 못했던 사안들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2차 피해' 개념을 명시했다는 점이 이 법안의 성취이다.

그러나 애초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법명인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의 '젠더'가 '여성'으로 바뀌면서 폭력의 피해자를 여성으로 한정하고 남성과 성소수자를 배제한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젠더'라는 용어를 두고 진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젠더'라는 용어가 외래어인 데다 학술적이기 때문에 법명에 사용해서는 안 되고, 이 법의 취지는 '순수하게 여성 피해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남성을 빼'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성별, 아니 젠더에 기반해 차별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정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태도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018년 12월 24일 논평에서 "여성에게 주로 일어나는 폭력은 인간을 여성과 남성으로 이분하는 성별체계 및 장애, 국적, 인종, 성적지향 등 차별을 만들어내는 사회구조에 기반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조직될 모든 성평등 관련 법안의 조직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이 아닌, 다양한 정체성을 향한 총체적 차별 지형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출산·육아 정책이 여성만을 향해선 안 된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 어린이집과 유치원과 같은 아동돌봄 환경을 개선하는 것 등은 문재인 정부가 '성평등 정책'으로 내세운 다른 공약들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이러한 공약들을 성평등 정책의 영역에서만 생각하는 것은, 여성 차별의 문제를 쉬이 '가족 정책'의 영역으로 축소시킨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여성의 삶을 가정에 종속 시켜 이해하는 것이다.

해당 정책들을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 문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 보편교육의 문제, 노동시간의 문제 등의 영역으로 이관한다면 더욱 다양한 관점에서 국민의 일·가정 양립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젠더정책은 대체로 잘 구성된 공약에 기반해서 이행되고 있다. 절반의 성공만큼이나 눈에 띄는 절반의 실패의 이유를 올바르게 진단하는 것이 공약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적극적인 성평등 조치를 거부하는 민간기업들을 참여시키는 정부의 강제성을 검토해야 하고, 입법 과정에서 '성평등'의 진정한 의미를 훼손하는 세력의 방해를 넘어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평등 국가를 건설하는 데 있어서 반대자들과의 타협은 불가함을 대통령 스스로 인지하고, 더욱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법안들을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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