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나는 간첩이 아니다' 사진치유전이 옛 남영동 대공분실인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렸다.
 "나는 간첩이 아니다" 사진치유전이 옛 남영동 대공분실인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렸다.
ⓒ 김군욱

관련사진보기

민주인권 기념관에서 사진치유전을 한다는 것은

1970~80년대 대표적인 고문시설로 악명을 떨치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2018년 12월부터 '민주인권기념관' 이름을 바꾸고 임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름만 바꾼다고 역사가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난 10월 30일(수)~11월 17(일)까지 민주인권기념관 5층에서 사진치유자 임종진님이 기획한 '나는 간첩이 아니다' 전시가 진행됐다. 국가폭력 피해자인 다섯 분의 사진치유전이다. 한 사람의 아픈 기억을 치유할 수 있다면 나라의 역사도 치유가 되지 않을까, 이번 사진치유전이 그런 기대를 갖게 하는 전시가 아닐까. 이 같은 생각을 하며 직접 전시장을 찾았다.
 
 사진치유자 임종진 님이 사진치유프로그램을 함께 한 분들의 사진을 보고있다.
 사진치유자 임종진 님이 사진치유프로그램을 함께 한 분들의 사진을 보고있다.
ⓒ 김군욱

관련사진보기

사진치유전에 참가한 다섯 분은 강광보님, 고 김태룡님, 김순자님, 최양준님, 이사영님이다. 1974년부터 1982년까지 울릉도간첩단 사건, 제일동포간첩단 사건, 삼척고정간첩단 사건 등을 통해 간첩의 누명을 쓰고,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수감 생활을 감내하신 분들이다. 지금은 재심 소송을 통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15일 사진치유전 기획자 임종진 님을 민주인권기념관에서 만났다. 

사진'치유'전의 의미

왜 사진 전시회가 아니라 '사진치유전'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임종진 님은 "단지 사진 이미지를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사진을 찍는 행위를 통해 치유 과정을 밟은 분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번 사진치유전을 잘 이해하려면 '나는 간첩이 아니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그들의 이야기' '간첩조작사건 고문피해자 자기 회복 사진치유전'이라는 세 부제를 주목해서 보아야 한다.

"이분들은 국가폭력으로 심각한 위해를 당하셨어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감 등으로 오랫동안 세상과 단절된 분들이에요. 이런 분들에게는 세상 사람들의 위로와 관심, 지지와 공감, 격려 등을 통한 연대의 감정이 필요합니다." 
 
 김순자님이 직접 찍은 사진을 설명해 주고 있다.
 김순자님이 직접 찍은 사진을 설명해 주고 있다.
ⓒ 김군욱

관련사진보기

많은 이들이 사진치유전을 관람하기 위해 민주인권기념관을 방문해주었다. 어떤 분은 꽃을 들고 왔고, 어떤 분은 케이크 등을 선물하며 축하해주었다. 김순자님은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서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었다.

"그동안 너무 억울하고 답답했다. 누구에게라도 내 얘기를 털어놓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내 얘기 들어주어서 정말 고맙다"라며 왈칵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활짝 웃기도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관람객들도 함께 눈시울을 적시며 손을 잡아주거나, 따뜻하게 포옹을 나누며 "이야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기억할게요. 잊지 않을게요. 혼자 아픔을 겪게 해서 미안해요"라며 그녀를 위로하고, 공감하며 연대의 감정을 느꼈다. 이것이 '사진치유전의 힘'이었다. 

사진 치료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사진 치료 프로그램은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서구에서는 이미 저변화 돼 있고, 많이 알려진 프로그램이다. 서구식 사진 치료는 남이 찍은 사진을 보거나 감정을 읽는 정도다. 상담자가 중심이 된다. 하지만, 임종진님은 상담자가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행위 중심'의 사진 치료 방식을 만들어냈다.

그는 "이 방식은 자기 안에서 감정변화가 나와야 하므로 놀기도 하고, 밥도 먹고, 여행도 다니며 충분히 자기를 느끼는 시간을 가져한다. 그러려면 최소 2년은 사진치료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국가폭력피해자인 이분들에게 사진을 찍는다는 의미는 뭘까? 임종진님은 "카메라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대상을 포섭한다는 것이고 대상을 갖는다는 것이다"라며 "낚시하는 사람들이 물고기를 딱 캐치하듯이 사진도 똑같다. 내가 대상을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내 것이 된다는 걸 느낀다"고 설명했다. 

상처와의 대면, 원존재와의 대면

민주인권기념관 5층에 들어서니, 13개의 방에 사진이 가득 차 있었다. 사진은 '상처와의 대면'과 '원존재와의 대면'이라는 주제로 구성됐다. 다섯 분의 사진을 각 방에 전시했고, 임종진님이 치유자의 시선으로 찍은 사진을 한 방에 전시했다.
 
 '상처와의 대면'방에 서대문형무소에 가서 찍었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상처와의 대면"방에 서대문형무소에 가서 찍었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 김군욱

관련사진보기

상처와의 대면의 방에 들어서니 답답한 마음과 울컥한 마음이 교차됐다. 치가 떨리는 장소에서 사진을 찍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버텨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저렸다.

임종진님은 "이분들이 상처의 공간을 찾아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마음의 부담이 덜한 남산부터 해서 서대문형무소를 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남영동까지 이어지게 됐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상처의 공간과 마주했다"고 밝혔다. 그토록 무섭던 공간이고 화가 났던 공간을 어느 순간 담담하게 사진으로 담아냈다. 
 
 '원존재와의 대면'의 방에 고향을 방문해서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원존재와의 대면"의 방에 고향을 방문해서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 김군욱

관련사진보기

원존재와의 대면의 방에는 들어서자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행복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찍은 따뜻한 시선이 그대로 사진에 담겼다. 

임종진님은 "원존재와의 대면은 사건을 뺀 원래의 존재성으로 나를 느껴보는 것이다. 고향을 찾아 어릴적  기억을 느껴보거나, 내가 있는 자연풍경을 보거나, 소중한 사람들 앞에 서 있거나, 이런 감정들을 확인하며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상처와 대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존재와의 대면으로 '행복한 순간'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한 순간에 찍은 사진들은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전달이 된다. 

임종진님은 이번 전시가 절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행복을 찾아가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당당한 인간으로 서다

임종진님은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면서 바라본 다섯 분이 사진 치유 작업을 하면서 변화했다고 밝혔다. 처음 상처와 대면할 때는 불안해하고,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도 모르고 위축된 모습을 보였지만 그런 시간이 두어 번 경험하고는 걸음걸이가 당당해지고, 마음껏 휘젓고 다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너무 좋아요.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해서 가볍지 않게 느껴져요. 이분들은 세상속에 스스로 나온 거잖아요. 본명을 꺼내고, 얼굴을 드러내고, '당당한 인간으로 서 있다'는 것은 이분들에게는 엄청난 일인 거죠. 치를 떨던 공간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이런 변화를 통해서 스스로 자기 치유를 하는 것이죠." 
 
 임종진님이 방문객들이 방명록을 남기고 간것을 읽고 있다.
 임종진님이 방문객들이 방명록을 남기고 간것을 읽고 있다.
ⓒ 김군욱

관련사진보기

임종진님은 이번 사진치유전을 준비하면서 몸도 마음도, 경제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몸은 탈진 상태고,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들어간 비용도 절반 정도를 본인이 부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계속 치유프로그램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국가폭력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임종진님은 '공감아이'라는 사회적기업을 통해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것을 곧 시민단체로 전환할 생각이라고 한다. 내년에는 사진치유양성과정을 통해 활동가들과 동지들을 모아 치유프로그램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진치유자 임종진이라는 사람이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나갈지 기대가 된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에 내가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