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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끼
 이끼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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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의 은박지 그림처럼
돌에 새긴 푸른 이끼의 점묘화
-이상옥 디카시 '연화산에서'
 

건강을 위해서 지인들과 고향 인근의 연화산 등산을 자주 한다. 연화산은 고향 마을에서 진주 방향으로 8km 가량 가면 있다. 연화산은 5백m가 넘는 제법 높은 산이다. 북쪽 기슭에는 유서 깊은 옥천사와 백련암, 청연암, 연대암 등의 암자가 있고 특산물로 송이버섯과 산딸기 등도 유명하다. 특히 옥천사는 연화산이 연꽃잎처럼 둘러싸고 있는 명지에 소재하고 있는 천년 고찰이다. 옥천사 대웅전 뒤의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옥천샘은 위장병,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고향에 살면서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연화산을 등산하는 즐거움이 크다. 연화산을 등산하다 보면 연화산의 꽃무릇도, 이름 모를 버섯도 만난다. 가끔 멀리 산자락에는 고라니가 뛰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며칠 전 연화산을 역시 지인들과 등산을 하는데, 낙옆 속에 누가 일부러 전시라도 한 듯 돌에 푸른 이끼가 입혀 있는 걸 보고 문득 이건 자연이 빚은 완벽한 한 편의 설치미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미술사에 '레디메이드(ready-made)'라는 새로운 예술을 제시한 이는 마르셀 뒤샹이다. 레디메이드는 뒤샹이 남성용 변기를 '샘'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회에 출품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주지하다시피 '샘'이 1917년 뉴욕 독립미술가협회 전시에 출품하려다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1999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무려 1700만 달러에 낙찰되며 재평가를 받은 것은 예술사에 있어서 최대 사건의 하나다.

뒤샹이 한 것이라고는 변기에 'R. Mutt 1917'이라고 서명하고는 샘이라 명명한 것 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레디메이드라는 새로운 예술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 리처드 해밀턴, 로버트 라우센버그,  백남준 등 세계적인 거장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마르셀 뒤샹의 위대함 점은 일상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야를 제시한 것이 아닌가. 예술이라는 것이 꼭 인간이 의도적으로 예술품이라고 제작한 것만으로 한정되지 않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그럼 점에서 디카시도 어쩌면 레디메이드인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아름다움의 의미를 포착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경남 고성군에서 연화산에 세운 꽃무릇 자생지임을 알리는 나무표지
 경남 고성군에서 연화산에 세운 꽃무릇 자생지임을 알리는 나무표지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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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화산 꽃무릇이 자생한 산길을 선두에서 걸어가는 리더.
 연화산 꽃무릇이 자생한 산길을 선두에서 걸어가는 리더.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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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화산에서 푸른 이끼 낀 돌을 보며 아, 이것이야말로 자연 스스로 만든 설치미술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이중섭의 은박지 그림처럼/ 돌에 새긴 푸른 이끼의 점묘화"라고 호명했다. 자연은 이중섭처럼 화선지가 없어 자연이 스스로 이끼를 한 점 한 점의 점묘법으로 새겨 놓은 것이다. 나는 그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렸을 뿐이다.

나뭇잎이 떨어져서 부엽토가 되고 부엽토는 씨앗을 받아 송이버섯도 꽃무릇도 산딸기도 키워낸다. 또한 자연은 스스로 푸른 이끼의 점묘화 같은 설치미술을 도처에 전시하고 있다. 등산하며 새삼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 옷깃을 여밀 수밖에 없었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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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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