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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모임' 의혹 해명하는 아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 관저에서 출입 기자들을 만나 '벚꽃 모임'을 개인 후원회 친목 행사로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벚꽃모임" 의혹 해명하는 아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 관저에서 출입 기자들을 만나 "벚꽃 모임"을 개인 후원회 친목 행사로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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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를 둘러싼 한일 언론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일본은 이번 조치를 완전한 승리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그 시작은 24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아베 총리의 발언이었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유예 결정에 대해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발언을 주위에 흘렸고, 한국에는 이 사실이 그야말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선동에 능한 일본 정관계 인사들과 우익 언론의 지원사격도 잇따랐다. 최근 혐한론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 경제 보복을 주도한 세코 히로시게 전 경제산업성 장관 등은 이번 지소미아 유예 결정에 대해 각각 '일본이 의연했다' '일본은 흔들리지 않았다'며 일본 외교의 승리라는 주장에 입을 맞췄다.

'GSOMIA 특설 페이지'까지 개설하며 호들갑을 떨었던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막판까지 한국에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면서 드라마틱한 승리의 현장을 연출하는 한편, "거의 이쪽(일본)의 퍼펙트게임이었다"는 일본 고위 관계자의 도발적 발언까지 전했다. 하지만 협상의 전후관계나 실익을 냉정히 따져보려는 일본 언론의 보도는 별로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관계라지만 제국주의 시대가 아닌 이상에야,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라는 도식이 성립될 수 없는 법이다. 얻은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은 것도 있기 마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일방적인 일본 여론의 행태는 크게 균형을 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같은 일본의 태도는 어디에 의도를 두고 있을까? 이 의문을 타파하지 않는 한 한국은 일본 정부의 의도에 이리저리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이 기사에서는 일본이 이러한 여론 공세를 펴는 현상들을 분석해 봤다.

#1. 이슈 분절화 전략

그동안 한국은 지소미아와 관련된 현 상황에 대해 '일본이 먼저' 안보상의 문제를 이유로 수출을 규제했기 때문에 초래된 사태임을 주장해 왔다. 즉, 한일 갈등을 안보의 영역으로 확산시킨 '진범'이 일본임을 분명히 하고, 국제사회와 미국에도 이러한 앞뒤 사정을 올바르게 전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입장은 정반대다. 일본은 지소미아 종료의 원인이 수출규제 조치에 있다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만일 일본이 그것을 인정하게 되면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할 만한' 원인을 스스로 제공한 셈이 된다. 

때문에 일본은 각각의 문제를 따로 떼어놓고 해결하는 '분절화 전략'을 쓰려 한다. 협상 테이블에 '수출규제'라는 문제지를 치우고 일단 지소미아만 가지고 이야기 하자는 것이다. 일본이 치우고 싶어하는 이 수출규제라는 문제지 속에는 과거 '한국을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며 떠들었던 일본의 '실언'이 담겨 있다. 일본은 이 실언을 '모르쇠' 하고 싶어 한다. 

결정적으로 이러한 분절화 전략은 일본이 한국과의 갈등국면에서 승리했다는 인상을 일본 국민에게 심어주기 용이하다. 수출규제라는 원인을 건드리지 않는 한, 일본 정부는 '지소미아 연장'이라는 성과를 홍보하며 한동안 승전국인 양 행세할 수 있다. 동시에 한국 측의 항의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하고 변죽을 울리며 대응해올 공산이 크다. 그렇게 해야만 '승리'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오래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이 일본의 '분절화 프레임'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3일 저녁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절 타협하지 않겠다"라고 천명함과 동시에 '지소미아와는 별개의 문제로 수출관리의 엄격화를 계속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일본 자민당 시바야마 마사히코 정조 회장 대리가 "지소미아 문제와 이른바 징용공 문제 및 수출관리 정책(=경제보복)은 다른 문제다"고 지적한 일이나, 진보성향의 언론 <아사히신문>이 보도를 통해 "일본은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협정(GSOMIA)의 계속(결정)을 얻었다"라고 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관련 보도] 산케이 신문 ② 산케이 신문 ③ 아사히 신문

#2. 미국의 지지를 토대로 한 '굳히기'

22일 "미국은 지소미아를 갱신(renew)하는 한국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미 국무부의 성명이 발표됐다. 군사적으로 한일의 협력을 바라는 미국 입장에서야 어찌보면 당연한 입장 표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워딩, 특히 '갱신(renew)'에 있다. 여기 '갱신'이라는 말에는 한국이 내건 '조건부 유예'와 '언제든지 종료될 수' 있다는 입장은 구체적으로 고려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일본 여론이 '퍼펙트한 승리'라고 느끼기에 충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는 '벼랑 끝의 약속'이 미국의 입을 통해 '갱신'으로 바뀌면서 일본은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얻게 된 듯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산케이신문>은 '한국에 대한 승리'에 흥분한 나머지 터무니 없는 오보를 내기도 했다. 23일 산케이의 사설은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통보를 유예했고 협정이 "1년간 자동 연장"되었다고 보도했는데 해당 내용은 아래와 같다.
 
한국 정부가 22일 일본 정부에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 종료 통보를 정지한다고 전했다. 23일 오전 0시 실효 위기는 피해, 1년간 자동 연장되었다. - <산케이 신문> 사설 ('19.11.23.)

명백한 오보다. 한국 정부의 '조건부 유예' 입장을 완전히 무시한 채 제멋대로 '1년간 연장됐다'라고 써버린 것이다. 별 것 아닌 듯하지만 이는 대단히 큰 문제다. 간단한 단어 한두 개의 오류가 아닌, 맥락과 의도가 180도 뒤집힐 정도로 '완전히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산케이 신문 해당 사설
 산케이 신문 해당 사설
ⓒ 최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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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인 오보일 가능성도 있다. 생각해 보자. 타 신문에 비해 구독부수가 적다고는 하지만 <산케이신문>은 일본의 6대 일간지에 속하며 140여 만 명이 구독하는 거대 언론이다. 온라인 등을 통해 전파되는 부분까지 포함하면 그 파급력은 배가 된다.

결국 수백만 명의 일본 국민들이 '정말로 한국이 1년간 지소미아를 연장했구나' 하고 잘못된 정보를 입력하게 된다. 그렇게 두어 달이 지난 뒤, 만약 한국이 '지소미아 조건부 유예 결정을 철회'하겠다고 밝히면 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때까지 <산케이신문>의 오보를 믿고 있었던 터라 '1년 동안 지소미아를 연기하기로 합의해놓고 한국이 또 약속을 어겼구나'라고 오해하게 되는 것이다. 강력하게 정정보도를 요청해야만 하는 사안이다.

#3. 한국 여론을 '역이용'

그러나 이러한 일본 승리-한국 패배의 구도 형성은 한국 언론이 스스로 자초한 바도 크다. 일례로 <조선일보>의 경우, 23일 "친일·반일로 나라를 이분(二分), 한미동맹까지 뒤흔든 '혼란의 3개월'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일본어판에 동시 게재했다. 여기서 <조선일보>는 지소미아를 "종료"가 아닌 "파기"라고 표현하고 그 이후 지소미아를 둘러싼 한국 내부의 갈등을 (한국의) "잃어버린 3개월"이라고 짚었다. 이 기사의 내용은 하루 뒤인 24일, <산케이신문>을 통해 인용됐다.
 
8월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의 소동을 둘러싸고 한국의 신문, <조선일보>는 "한미 동맹에 상처를 남기고, 국내에서도 불화와 국론 양분이 이어졌다. 실리, 명분, 국익을 모두 손상한 『잃어버린 3개월』이었다"라고 논했다. - <산케이신문> 보도('19.11.24.)

<산케이신문>과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는 제목까지 비슷하다. <조선일보>가 "친일·반일로 나라를 이분(二分)"했다는 제목을 붙였고, <산케이 신문>은 "지소미아, 한국에서 계속 국론 이분(二分)"이라는 제목을 가져왔다. 한국의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는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는 해당 기사는 25일 19시 현재, <산케이신문>의 지소미아 특설 페이지의 메인을 차지하고 있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 역시 칼럼을 통해 <조선일보>의 보도를 인용했다. 인용된 것은 <조선일보>의 21일 자 보도. 여기서 <조선일보>는 단독으로 미국이 방위비 협상 결렬을 빌미로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미, 주한미군 1개 여단 철수 검토"라는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아사히신문>의 칼럼은 이 같은 <조선일보>의 기사를 어떻게 인용했을까?
 
문 정권(=문재인 정권)에 비판적인 한국의 <조선일보>는 21 일, 트럼프 정권에서 문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강렬한 보도를 했다. (중략) 미국 국방부는 같은 날, 이러한 주한미군 일부 철수의 <조선일보>의 보도를 부인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문 정권에게는 상당한 압력이 되었을 것이다. - <아사히 신문-論座>('19.11.23.)

'주한미군이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위 <조선일보> 기사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 국방부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위험하고 무책임한 결점을 드러낸다"고 말할 정도로 비판했던 보도였다. 한국에서도 상당한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기사의 사실 여부가 일본 언론에게 그리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지 '어떤 한국 언론이 보도했더라'에만 중점을 뒀기때문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와 같은 얼토당토 않은 문구가 삽입되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는 일본에도 널리 알려지고 말았다.
 
 <조선일보> 일본어판의 해당 보도
 <조선일보> 일본어판의 해당 보도
ⓒ 최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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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일본 내 여론뿐만 아니라 한국의 언론까지 일본의 승리를 간접적으로 전하는 마당이니 지소미아 사태를 바라보는 일본 국민들의 시각은 갈수록 객관성을 상실해 갈 것이다.

게다가 현재로서는 의도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바라봐야만 맹점이 보일 정도로 일본 여론의 구멍이 좁은 상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본 언론 동향을 모니터하고 옮겨오되, 그 의도를 다각적으로 분석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예컨대 좋은 접근법으로 '지소미아 조건부 유예' 조치와 아베 총리의 '벚꽃 스캔들'(정부 주최 벚꽃놀이에 아베 총리의 지역구 주민들이 무더기로 초청된 사건 -기자주)을 연관 지어 분석하는 접근을 들 수 있다.

벚꽃 스캔들은 최근 일본 야당이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핵심적인 화두로, 아베 정권의 지지율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지소미아 연장을 '퍼펙트한 승리'로 포장하며 지지율을 회복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는 비판적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향후 국면을 슬기롭게 풀어가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언론뿐만 아니다. 한국 정부도 여기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감정적으론 불쾌하지만 일본 정부가 이런 여론전을 전개하는 이유를 정확히 자문해야만 한다. 만일을 대비하고 끝없는 대비책을 세우지 않는 한 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결정한 선택은 두고두고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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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칼럼니스트, 작가 한국 근현대사 및 일본 역사/정치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 역사 팟캐스트 채널 <역사와 사람 이야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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