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 기간을 맞아 김용균재단이 보내온 기고를 4회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말]
 박선욱 간호사 산재 승인을 촉구하는 시위 중인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박선욱 간호사 산재 승인을 촉구하는 시위 중인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
ⓒ 최원영

관련사진보기

 
얼마 전 소설가 김훈의 "죽음의 자리로 또 밥벌이 간다"라는 특별기고글을 보았다. 제목을 본 순간부터 심장이 덜컹하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죽은 자리로 일하러 나가는 그 심정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근무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서 사망한 고 김용균씨가 일했던 발전소 현장에 출근해야 했던 그들의 동료들은, 서울아산병원에 입사한 지 6개월 만에 자살한 고 박선욱 간호사가 일하던 중환자실로 출근해야 했던 간호사들은 과연 괜찮은 걸까.
     
김용균씨가 사망한 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개정되고 특별조사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왔지만, 개정된 산안법은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 불리고 있고 권고안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병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년이 더 지났지만 현장은 변한 것이 별로 없었다.

얼마 전, 간호사의 어머니라는 중년여성에게 전화가 왔다. 퇴근하는 딸을 데리러 갔는데 주차장 바닥에 누워 발버둥 치며 죽어버리겠다고 했다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신규간호사들도 나를 찾아와 자살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들에게서 박선욱 간호사가 겹쳐 보였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다고 호소하는 신규간호사들이 찾아왔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산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
 
 박선욱 간호사가 일하다 숨진 아산병원 가는 길에 붙인 약속 "이제는 바꿀게"
 박선욱 간호사가 일하다 숨진 아산병원 가는 길에 붙인 약속 "이제는 바꿀게"
ⓒ 최원영

관련사진보기


지난 2월 15일 박선욱 간호사의 1주기가 지나고, 산재로 인정되었지만 변한 것이 없는 현장을 보며 올해 봄은 유독 괴로웠다.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죽음'이었다. 차라리 내가 너무 힘들다는 말을 유서에 남기고 죽어버릴까, 그러면 뭐라도 바뀌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서너 살의 어린 친구들이 죽고 싶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은 견디기 힘들었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이 나를 괴롭혔다.

그들 중 누군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두려워서, 내가 했던 말들을 곱씹으며 잠을 설쳐야 했다. 그런 괴로움 끝에 나는 신규 간호사 중 누군가가 자살하기 전에 차라리 내가 먼저 죽는 게 낫겠다, 좀 편해지고 싶다, 어차피 누가 죽어야 바뀐다면 내가 먼저 죽어야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결국 나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휴직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가 죽은 자리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그 자리에서 일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단지 출근해서 주어진 일을 한 것뿐인데 죽음에 이를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런 환경을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그것은 누군가가 '또'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용균씨가 죽은 그 자리에, 박선욱 간호사가 죽은 그 자리에 출근하는 누군가가 제2의 김용균과 박선욱이 되는 것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일이 반복되는 상상만으로도 나는 너무 괴롭다.
     
하지만 괴로운 시간을 흘려보내며 깨달은 것이 있다면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산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에 누군가의 죽음이 불씨가 될 수는 있지만, 그 불씨가 꺼지지 않게 지키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매년 2000여 개의 불씨가 일터에서 흩날린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불씨가 아니라 수많은 불씨가 무의미하게 스러지지 않도록 지켜낼 사람들이다. 나는 살아남아서 김용균과 박선욱이 남기고 간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지키기로 다짐했다. 당신과 내가 그들이 남기고 간 빛을 함께 지켜냈으면 좋겠다. 12월 2일부터 10일까지, 김용균 1주기 추모 주간의 매일 촛불을 함께 지키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연속 기고 ①] 내 손 잡아준 문 대통령의 말씀은 왜 말뿐이었나

덧붙이는 글 |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주간을 맞아, 광화문 광장에는 분향소와 1주기 추모 전시 '보이지 않는 고통에 대하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매일(2~10일) 저녁 7시(8일 일요일은 5시), 광화문 광장에서는 작은 추모 문화제가 열립니다. 12월 7일 토요일 저녁 5시, 종각역에서 1주기 추모 촛불문화제가 열립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는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의 후원회원이 되어 주십시오. bit.ly/김용균재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