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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정 의원이 지난 4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재정 의원이 지난 4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이재정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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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얼마남지 않으면서 국회의원들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으나 정작 국회는 멈춰버렸다. 200개의 법안이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민식이법', '유치원3법' 등의 법안이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요구에 막히면서 법안 당사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지난 11월 29일 나경원 원내대표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거사법을 두고 국회 로텐더홀 주변에서 충돌했다. 이날 이 의원은 과거사법을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해달라며 소리치기도 했다. 기자는 지난 4일 이 의원을 직접 만나 당시 심정을 들어봤다.

- 11월 29일 홍익표 의원과 함께 로텐더홀에서 과거사법 처리를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 법사위에 계류 중인 상태였는데 당분간 처리가 어려워졌다. 심정이 어떤가?
"당시에 우리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씨를 위해 뭐라도 해야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홍익표 의원님께 뭐라도 하자고 말했다. 이날 점심 때 (고공 단식농성 중이던) 최승우씨가 119에 실려 가셨지만 고공농성을 하실 때 우리가 뭘 약속해야 내려오실지 별 생각을 다 했다. '우리도 삭발이나 단식을 할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현재는 뭘 해도 그분들이 믿을 수 없는 정국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승우씨에게 드릴 수 있는 말은 최선을 다 하겠다는 것 밖에 없었다. 황교안 대표가 단식을 하던 날 승우씨를 뵈려고 고공농성 현장에 갔었는데 내려가자 말씀드렸지만 승우씨는 '내려가서 죽는다'고 말씀하셨다.

시간이 지나고 로텐더홀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을 때 과거사법에 대해 기자들이 관심을 가지려면 '내가 희화화 되도 좋다'고 까지 생각했다. 정치인들이야 언론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스피커로서 본인을 키우려 쇼를 할 수도 있고 비아냥 거릴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를 조롱하는 건 참지 못했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이 '쇼 하지마라', '탈북자 인권에나 관심가져라', '니 부모한테나 잘해라'라고 웃으면서 지나갔다. 그래서 울컥했다. 정말 인간이 아니었다. 법을 보는데 사람의 삶이 생각나지 않는 사람들은 정치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때론 누군가의 눈물까지 감수하면서 더 큰 대의를 위해 입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발목잡고 있는 법안들로 인해 누구의 목숨을 좌지우지하고 있는지 상상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수사적 표현의 과장이 아니라 이 법안 통과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약자의 목숨줄까지 잡고 있다고 본다. '살인 방조자들'이라고 말한 건 감정을 부여잡고 그나마 이성적으로 말한 것이다."

- 본회의 개최가 무산되면서 200개 법안 통과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당은 민주당 책임이라고 하는데.
"싸움 구경을 잘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판을 볼 때도 있어야하고 싸우지 않는 것보단 활발한 싸움으로 결론을 도출해 내야할 때도 있다. 때론 누구 말이 맞는지 관찰하면서 평가할 때가 있어야한다. 이 과정을 들여다보고 판단하는 것이 국민과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난 자유한국당에게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이냐'라고 되묻고 싶다. 민식이법을 얘기할 때도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법 패스트트랙을 올리지 않겠다고 하면이라고 조건을 걸었다. 민주당이 할 수 있는 건 패스트트랙 여야4당 공조 무효로 하고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 말고는 방법이 없다. 결과적으로 한국당이 원하는 건 패스트트랙 철회다. 다른 안을 제안하면 우린 무조건 수용할 의사가 있다. 그런데 다른 안이 없다.

지금 민생법안부터 통과시키자고 하면서도 민생법안 통과할 때는 타 법안에 대해서 필리버스터 안 하거나 나중에 필리버스터를 하고 민생법안 통과시킬래?라고 물어보면 답변조차 안 한다. 민주당이 정치적이라고 얘기하는데 한 발짝 나오고 하는 것도 정치지만 국민적 공감을 얻어서 제대로 된 협상을 하는 것도 정치다. 패스트트랙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 한국당의 국민적 비판을 부각시키는 것이 협상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이제 '4+1 공조' 체제에 대한 논의를 4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이 과정도 자유한국당과의 협상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이 '친문농단 게이트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나섰다. 야당들과 공조 유지가 가능한가?
"패스트트랙 4+1 공조 체제를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라고 보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바른미래당은 패착한 것이다. 지금 현재 패스트트랙 중 특히 선거법에 대한 나머지 정당의지는 사법개혁 관심보다 훨씬 높다. 선제적인 해결과제가 선거법이다. 현재 안이 어떻게 조정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공조가 흐트러지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 자유한국당을 꼭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
"자유한국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냉정하게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과 관련해서 고집을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정족수를 통해 여기까지 왔고 곧 표결 직전이다'라는 것을 자각하게 만들어야한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면 무게중심도 달라질 것이다. 민주당 내부 의총에도 일부 의원들께서 자유한국당과 같이 필리버스터를 해 막아서는 법안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국민적 합의를 더 이끌어내서 자유한국당을 압박하자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일부 법안의 당사자들이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로 수백개의 법안이 '올스톱' 됐는데.
"유치원 3법은 패스트트랙에 올라왔다. 그러나 196개는 4당이 모두 인정한 법안이다. 오는 12월 31일이면 효력이 중단되는 법안이 있다. 병역과 관련된 법안도 있는데 내년 1월부터 징병이 안 될 수도 있다. 파병동의안 같은 경우에는 파병을 가 있으신 분들이 귀국길에 오르셔야 한다. 시행되고 있는 법안이 중단되었을 때 생기는 사회적 혼란이 엄청난데 이런 법안이 셀 수 없이 많다.

이 같은 법안들을 포함해 196개가 한국당이 동의하고 있었던 법안이다. 한국당 입장에서 유치원3법, 선거법, 사법개혁 등을 명분으로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는 자기들이 찬성한다고 했던 것인데 사실상 196개 법안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이다. '살라미 임시국회'가 열리면 국회가 우스워지는 것은 맞다. 임시회를 열면 하루에 하나의 법안들만 통과시킬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수백개의 법안들을 '살라미'로 통과시키면 엄청난 세월이 걸린다. 국민들께 부끄럽지만 현재로서는 살라미라도 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12월 31일이 데드라인이다."

- 최근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이 사망하면서 한국당이 국정조사와 특검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모든 카드를 남용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도 남용하고 있다. 예전에 우리가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필리버스터를 할 때에는 숙성된 논의와 반대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 한국당 필리버스터는 법을 도구로 남용하고 있다. 특히 툭하면 국정조사와 특검을 얘기한다. 하지만 국정조사를 하는 순간 다른 일들을 하지 못한다. 밀린 법안들과 국정조사 중 어떤 것이 시급한가를 따져야하고 요건과 시간이 되는지를 봐야한다.

계속 시도 때도 없이 국정조사와 특검을 외치고 있는 것은 우리가 말했던 발동의 요건을 무색하게 만드는 행위다. 사실상 정치적으로만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 같은 당 일부 의원님들이 떳떳하니까 특검, 국조 받고 지켜보자고 하지만 이는 국가자원을 낭비하는 행위다. 자유한국당은 국정조사를 주장할 게 아니라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

- 최근 한국당 지도부에 위기가 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황교안 리더십'의 문제점은 뭐라고 보는가?
"자유한국당이 역사 문제를 정리하지 않으면 총선 직전에 터질 문제였다. 그 어떤 리더십도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황교안 대표가 쇄신에 대한 요구나 향후 한국당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비판에 대해서 단식이라는 강공으로 미봉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그에 맞먹는 원내전략을 세웠던 것이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상당했다고 한다.

그동안 채용비리 의혹 등에 휩싸였던 사람들을 당 요직에 앉혔다. 형식적 틀은 각오를 다진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전제되었어야 할 뼈를 깎는 단계를 생략했다. 그러기 때문에 차기 총선에 불출마 하겠다는 의원들도 나오고 있고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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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프리랜서 겸 시민기자. 국회 및 금감원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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