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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자전거로 5분만 가면 도서관이 있다. 귀한 보물이 가득한 집채만 한 금고가 곁에 있는 기분. 여유롭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 사이를 걷다가 발길을 붙드는 제목을 봤을 때, 그 내용 또한 마치 찾고 있던 퍼즐 혹은 열쇠처럼 내 마음에 딱 들어맞을 때의 반가움, 해방감, 오묘함이란! 그 보물 이야기를 전한다. 보물과 같은 책 이야기. 형식은 자유. 허구에 허구를 더할 수도, 누군가를 위한 편지가 될 수도. 내 보물을 보여주는 방법은 내 자유니까. [기자말]
모처럼 만화책에 끌렸다. 마스다 미리의 <오늘의 인생>. 누구라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작가의 그림처럼 보는 순간 만화라는 점도 제목도 좋아서 쉽사리 골랐는데 쉬운 선택이 잘한 선택이었다. 별 노력 없이 보석을 찾은 기쁨. 

<오늘의 인생>은 그림일기처럼 작가의 하루 중 일어난 일들을 그렸다. 첫 장은 작가가 자신의 아빠와 서로 물건을 던지며 싸운 이야기다. 가족간 갈등은 내게 갈수록 민감하고 어려운 주제. 그런데 우리집보다 더 살벌할 것 같은 남의 집 부녀 싸움을 만화로 보니 '다들 이러며 살아' 하고 누가 위로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마스다 미리 <오늘의 인생> 중
 마스다 미리 <오늘의 인생> 중
ⓒ 마스다 미리&(주)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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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화를 비롯한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글과는 다른 종류의 여유와 재미, 그것이 가진 힘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어릴 적 학교 미술시간에만 그렸던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는데 최근 1년간 또 손을 놓았다. 재밌으면 그만, 했던 초심을 잃고 더 잘 그려야 한다는, 그래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 이유.   

그런데 많은 것이 그렇듯 그림도 잘 그려야지만 뭔가 할 수 있는 건 아닌 게 확실한 것 같다. 마스다 미리의 그림도 그녀의 인지도를 언급 않고, 출간된 책에서가 아닌 평범한 흰 종이 위의 그것을 본다면 어른이 그렸는지 아이가 그렸는지도 잘 구분이 안 갈 것 같지 않은가. 

작가가 전철에서 기린 우산을 들고 있는 사람을 봤다는 사소하디 사소한 일화를 보면서는 "흐흥" 하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작가가 되느냐 마느냐는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하느냐 마느냐'임을. 전철에서 기린 우산 든 사람 이야기를 쓰느냐 마느냐, 그것이 하늘과 땅, 유와 무의 차이의 시작임을.  
 
 마스다 미리 <오늘의 인생> 중
 마스다 미리 <오늘의 인생> 중
ⓒ 마스다 미리&(주)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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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일기를 쓰고 있다. 당연히 내 하루에 관한 기록이다. <오늘의 인생>이란 책 제목이 와닿았던 이유도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래서 쉽사리 보내버리기도 하는 하루하루가 모여서 나의 인생이 된다는 이 당연한 사실 그리고 진리를 이제서야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에 366일 매일 일기 쓰기 외 몇 가지 목표를 더 세웠는데 그 중에 지금 쓰고 있는 [도서관에서 보물 찾]를 포함, [그 영화 속에 내가], [부산 시내버스 여행기] 이렇게 세 개 테마로 <오마이뉴스>에 비정기 연재 중인 글들을 모두 100회까지 써보자는 것도 있다.
  
잘 쓰느냐 아니냐, 높은 등급 기사로 채택되느냐 아니냐는 신경쓰지 않기로.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작업을 즐겁게, 때로 즐겁지 않더라도 꾸준히 목표를 위해 '계속 하느냐 마느냐'이다. 마스다 미리가 그랬던 것처럼 '내 인생에 닥치는 귀찮은 일 전부를 작품으로 승화해 보이겠다.' 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면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마스다 미리, 고마워요! 이렇게 쉬운 만화를 하루하루 꾸준히 그려줘서. 그래서 위안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나의 기록이 내게 마스다 미리의 이 만화가 그랬듯 누군가 단 한 사람에게 재미와 위로, 또다른 어떤 긍정적인 힘을 주게 된다면 모르면 몰라도 그렇다는 사실을 당사자가 알려주면 나도 그날 하루 얼마쯤은 참으로 행복하고 뿌듯할 것 같다. 
 
 마스다 미리&(주)이봄
 마스다 미리&(주)이봄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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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생 (윈터 에디션 한정 양장본)

마스다 미리 (지은이), 이소담 (옮긴이), 이봄(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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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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