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전경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전경(자료사진)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검찰이 증인신문이 예정된 참고인을 일방적으로 불러 조사한 경우 수사기관 진술 내용은 물론 법정 증언의 신빙성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재판부에서도 언급했던 판례다.

지난 11월 28일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이명박 정부 시절 양재동 화물터미널 복합개발사업(파이시티 사업) 시행사 대표 A씨에게 접근해 '실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연결해주겠다며 5억 5천만 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기소된 이아무개씨의 항소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주요 증인의 검찰 진술조서와 법정 증언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였다.

2012년 9월 21일,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이씨의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은 항소심 첫 공판 전날인 그해 11월 15일 A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1심 판결 등을 보여주며 본인이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른 부분을 알려달라고 했다.

1심 무죄 후 법정에 선 증인, 어디까지 믿을까

다음날 검찰은 법정에서 이 진술조서를 증거로 제출했으나 피고인 이씨 쪽에서 부동의하자 A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한 달 뒤 법정에 나온 A씨는 11월 조사와 같은 취지로 얘기했고, 2013년 4월 5일 반대신문이 이뤄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새로운 조서는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A씨의 항소심 증언을 토대로 1심과 달리 이씨의 혐의 중 4억 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법정 증언을 증거로 믿을 수 없다며 증명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 판단은 항소심과 동일했다. 대법원은 "무죄판결이 선고되자 검사가 항소한 후 항소심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는 사람을 미리 수사기관에 소환하여 일방적으로 이 사건 진술조서를 작성했고, 그 내용 또한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이며, 이 사건 진술조서를 작성해야만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으로 A씨의 증인신문이 이뤄진 점을 보면 그의 증언이 미심쩍다는 게 대법원 결론이었다. A씨는 법정에서 당시 검찰 진술조서가 자신이 말한 대로 쓰였다며 비슷한 취지의 증언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법정에 나오기 전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수사기관의 영향을 받아 이 사건의 공소사실에 맞춰 진술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며 A씨의 항소심 증언을 두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은 검사와 피고인이 공개된 법정에서 공방을 벌여 사건의 실체를 판단해야 한다는 당사자주의와 공판중심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특히 이 판결에서 강조한 점은 재판에서는 피고인과 검사가 대등한 지위라는 '당사자주의'다.

대법원은 이 원칙에 비춰 볼 때 검찰이 1심 무죄 선고 후 별다른 이유 없이 항소심 증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을 소환,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남기는 것 역시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이라고 했다. 또 이 경우 조서와 일치하는 법정 진술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부분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처음으로 명확히 정리됐다.

정경심 재판부가 언급한 이유

대법 판결의 불똥은 정경심 교수 재판으로 튀었다. 지난 12월 10일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는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를 언급하며 이 판결 이야기를 꺼냈다.

"이 사건에서 조범동씨 (관련 증거) 부분이 남았는데, 예를 들면 피고인이 기소된 이후에, 공판절차에서 증인신문이 가능함에도 검찰에서 (조씨를) 불러서 조사했다면 (그때 만들어진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조범동씨 재판에서도 변호인이 다툴 수 있을 것 같다. 검찰과 변호인 입장을 듣고 싶다. (증거 채택 동의 여부를 표시하는) 인부서를 제출할 때 대법원 판결 적용/미적용, 동의/부동의 나눠서 (표시)해달라."

앞으로 재판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으니 증거 관련 의견을 달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19일 4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변호인이 언급도 안 한 판례를 재판부가 거론한 것 등이 부적절하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검찰은 또 재판부가 이 판결처럼 기소 이후 증거자료들의 증거능력 제한 관련 판례를 찾아 정리해달라는 주문을 준비명령이 아니라 법원 실무관이 검찰에 전화하는 방식으로 전달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건과 연관 있는 판례가 나왔으니 재판부가 법정에서 검찰과 피고인 양쪽에 의견을 요구한 일은 당연한 소송 지휘라고 반박했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관련 법리를 갑자기 툭 꺼내는 것보다 법정에서 같이 얘기해보고, 의견을 묻는 것은 오히려 다른 사건에선 검찰이 원하는 구도일 때도 많다"며 "(문제된) 대법원 판결 법리를 갑자기 만드는 게 아니고, 오히려 검찰이 검토해보게끔 기회를 주는 것인데 그 자체를 한쪽 편을 든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