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연세대 청소노동자 송영호씨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대한민국은 OECD 최고수준의 초고령사회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2017년에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26년에는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2050년이 되면 고령인구 비율이 OECD 2위에 오른다고 한다.
 
이런 대한민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복지 지출률은 OECD 최하위다. 노인자살률은 10년 넘게 OECD 1위에 머물러있다.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에서 노인의 삶은 완전히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 수많은 노인들이 생존을 위해 노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최소한 법은 보장받고 있는지, 어떤 부당함이 존재하는지 등에 대한 정부차원의 조사도 공식통계도 없다. 불안정 노동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청년세대에만 쏠려 있는 상태다.
 
노년 노동실태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3년마다 한 번씩 이뤄지는 노인실태조사가 전부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7년 실태조사를 보면 만 65세 이상 노인의 30.9%는 현재 일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단순노무종사자(40.1%)로 나타났다. 농림어업을 제외하면 주로 청소·경비·가사·조리종사자들로, 이중 상용근로자는 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은 주당 40시간 이상이 32.8%로 나타났으며, 월평균 근로소득은 29만 원 이하가 가장 높은 비율(32.5%)을 차지했다. 노동의 목적은 생계비 마련이 73.0%로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노년 노동의 실태는 그야말로 비참하다.
 
최저임금1만 원과 알바노동자운동을 벌여온 허영구 (평등노동자회 대표), 필자 (알바노조1기 위원장), 신현창 (평등노동자회 사무국장) 등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의 도움을 얻어 노년 노동자 8명을 만났다. 이들은 청소·경비일을 하다 70세에 정년퇴직한 노동자들로, 퇴직 이후에도 여전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스스로 '알바식'으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는 이 만남을 통해 가장 밑바닥에 있는 노년 노동의 실상을 파악하고, 노동운동가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기로 했다. 본 기사에는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의 일부만을 간추렸으며, 향후 본격적인 인터뷰와 실태조사를 통해 보다 깊숙한 실상을 알릴 계획이다.

 
인터뷰에 응했던 박**님의 일하는 모습 얼굴과 일하는 곳이 확인 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지 몰라 사진에 어두운 효과를 넣었습니다.
▲ 인터뷰에 응했던 박**님의 일하는 모습 얼굴과 일하는 곳이 확인 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지 몰라 사진에 어두운 효과를 넣었습니다.
ⓒ 구교현

관련사진보기

 
 
일하다 다쳐도 아무 책임 없다?
 
한 노년 알바노동자는 일을 시작할 때 '일하다 다치면 회사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일종의 각서에 서명을 했다고 말했다. 쓰라고 해서 쓴 것이고 일 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산재는 신청할 수 없는 줄 알았다고도 했다.

다른 노동자는 같이 일하던 경비노동자가 어느날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고 소장에게 혹시 산재보험 되는지 조심스레 물어봤는데 "우린 산재 그런 거 없어"라는 짜증 섞인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각서든 사용자의 거부든 관계없이 산재보험의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고 알려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일하다 다치면 아무런 보상 없이 그냥 퇴출되는 신세였다.
 
깜깜이 월급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다행히 근로계약서를 써도 못 받았다고 했다. 뭔가 불리해 보이는 조항이 있었지만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하고 서명했다고 했다. 최저임금이 무시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세금 뗀다고 월급이 적게 나온 경우도 있다고 했다. 물어봐도 제대로 된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대부분 급여명세서조차 받지 못했다. 사실상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형편이었다.
 
값싸게 부려도 되는 노동
 
한 청소노동자는 70대 이전과 이후 일당의 차이가 크다고 했다. 경력과 관계없이 나이 많으면 무조건 일당이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청소 일을 10년 넘게 해서 노하우도 있고 일이 있는 것에 감사하며 더 열심히 일하는데, 왜 임금을 적게 주냐"며 항변했다. 일을 얼마나 잘 처리할 수 있느냐는 나이의 많고 적음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나이가 많은 이가 경력이 있다면 젊은이보다 더 일을 잘 해낼 수도 있다. 그런데 노년아르바이트노동시장에선 일단 나이가 많다면 임금을 깎는다. 그가 무엇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를 살피려 하지 않는다. 노년 노동에 대한 무시와 차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부당해도 말할 수 없다
 
용역업체가 바뀌거나 소장이 마음 바뀌면 쉽게 잘릴 수 있다고 했다. 어차피 계약서도 없이 하는 일이니 오늘 당장 잘려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특히 최근엔 50대부터 청소·경비 같은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이 많아 일자리 경쟁이 심하다고 했다. 그래서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어도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보험료 내고도 실업급여 못 받아
 
60세에 청소 일을 시작해 70세에 퇴직할 때까지 10년간 고용보험료를 냈지만 작년에 퇴직한 사람들은 실업급여를 못 받았고, 올해 1월 15일 이후 퇴직한 사람들은 실업급여를 받았다. 고용보험법 10조2항 65세 이후에 고용된 자에 대한 피보험 자격 제외 조항이 올 1월15일자로 개정됐기 때문이다.

당초 법에서는 65세 이전 '하나의 사업자'에게 고용된 자에게만 65세 이후에도 실업급여를 적용했다. 청소 경비 노동자들의 경우 용역업체가 자주 바뀌다 보니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올 1월 15일부터 65세 이전 고용된 사람 중 '사업주가 바뀌더라도' 피보험 자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법이 바뀌었다. 

우리가 만난 노동자들은 모두 65세 이전에 고용됐고 사업주가 1회 이상 바뀌었다. 올해 1월 15일 이전 퇴직자는 실업급여를 못 받고 이후 퇴직자는 받은 것이다. 길게보면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보험료를 냈으니 실업급여액도 상당했을텐데 이를 받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일해야 하는 형편
 
70세가 넘어도 한 달에 100만 원은 있어야 먹고 살 수 있다고 했다. 지금껏 최저임금 받으며 일 해왔기에 재산을 모을 수도 없었는데, 자식들도 먹고사는 게 힘드니 의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어렵게 집 한 채 마련했다는 노동자들도 집 있다고 돈 나오는 것도 아닌데 되려 기초연금 못 받으니 오히려 손해라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돈 들어가는 일은 많은데 갈수록 걱정이라고 했다. 한 노동자는 젊은 시절에 한 푼이 급해 보험을 하나도 들지 않아 이제 와서 들었더니 보험료가 수 십 만 원이라 부담이 너무 크다고 했다. 월 100만 원 벌기위해 계속 일할 수밖에 없고, 그 돈 받아선 돈을 모을 수 없으니 계속 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터뷰에 응했던 이**님의 일하는 모습 얼굴과 일하는 곳이 확인 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지 몰라 사진에 어두운 효과를 넣었습니다.
▲ 인터뷰에 응했던 이**님의 일하는 모습 얼굴과 일하는 곳이 확인 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지 몰라 사진에 어두운 효과를 넣었습니다.
ⓒ 구교현

관련사진보기

 
그들에게도 노조가 필요하다
 
"별 보고 나가서 별 보고 들어왔다."

한 노년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집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첫차로 출근해 청소 일을 하고 오후 4시에 퇴근한 후에는 봉제공장에서 자정까지 일했다고 한다. 막차 타고 퇴근하면 새벽 2시에나 잠을 잘 수 있었다고. 그렇게 일했던 노동자는 70세가 넘은 지금도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일할 생각인지 묻자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라고 답했다. 그에겐 휴식이 필요해 보였다. 당장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최소한 법이라도 지키는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은 힘이 없다. 그 또한 용역업체 바뀌면 계약해지 될지 몰라 다른 일자리도 알아봐놓았다고 했다. 이런 노동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할까.
 
우리가 만난 노동자들은 모두 한때 청소·경비노조의 조합원이었다. 인터뷰 도중 그들의 눈빛이 가장 반짝일 때는 바로 노조 경험을 말할 때였다. 소장 말이 곧 법이고 계단에서 쪼그려 쉬면서 일하던 우리가, 집회를 열고 파업을 하고 소장을 내보냈다. 월급도 껑충 올랐다. 정말, 진짜 좋았고 좋았다며 한창 들떠서 말했다.

그런데 지금 일하는 곳에는 노조가 없어 완전히 천지차이라고 했다. 노조 할 때는 뭘 해도 기가 살았지만, 여기선 뭘 해도 눈치 봐야 한다고 했다. 우리도 노조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노년의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도 노조가 필요하다. 노조를 통해 뭔가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노동자들이 앞장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해야 할 이야기들도 많을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노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바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알바노조 1기 위원장,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