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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을 때 나는 강진의 다산 초당과 다산 올레길, 문익환 목사님의 뜻을 이은 문익환학교를 찾았다. 나는 그저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싶어 다산길을 걸었지만 다산의 삶과 길에서 새로운 길을 찾은 사람이 있다. 
  
다산의 사람그릇  18년 유배지에서 적약용을 만난 진규동 박사의 저서
▲ 다산의 사람그릇  18년 유배지에서 적약용을 만난 진규동 박사의 저서
ⓒ 레몬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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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사람그릇>(레몬북스)을 펴낸 진규동 박사는 1979년 KBS에 공채로 입사해 34년 간 몸 담은 뒤 정년퇴직했다. 그후 인생 3막을 다산의 유배지 강진에서 시작했다.

진 박사는 다산에 심취해 거처를 아예 강진으로 옮기고 다산의 심부름꾼을 자처했다. 다산의 정신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실천과 고민을 이어오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산의 사람됨이나 삶의 자취보다는 다산의 위대한 학문적 업적과 광범위한 저술에 주목한다. 그러나 저자는 특이하게 다산의 저술보다 그의 18년간 강진에서의 유배 생활에 더 관심을 갖는다. 그때 다산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다산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으려 한다.
 
2년 전 친구들과 함께 찾은 다산의 유배지 강진 다산초동에서 그와의 만남은 우연이었고 이는 위대한 축복이었다. 인생 3막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면서 이정표를 찾던 중 방문한 유배지 강진은 나에게는 현대판 유배지나 다름이 없었다. 그 유배지가 다산의 위대한 철학의 성지가 되었듯이 나에게도 인생 3막의 소중한 무대로 3가지 만남의 축복이 된 것이다. -15쪽
 
그는 강진의 다산초당을 찾았다가 다산박물관에서 일할 기회를 얻는다. 다산 초당길을 118회나 걷고, 다산박물관 교육전문가로 다산의 유배지에서의 삶을 깊이 들여다 보게 된다. 마침내 저자는 다산의 삶의 궤적을 통해 자신의 내면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는 인생 3막을 뿌리내릴 곳이 강진이며 다산의 길임을 깨우치고 강진에 살아갈 터를 잡는다. 다산이 유배 생활을 어떻게 승화시켜 새로운 삶의 길로 전환했는지에 관심을 기울였고 마침내 그 역시 자신의 길을 찾게 된 셈이다.

글은 모두 7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금수저의 황금시대, 2장 무너지는 건 한순간은 다산의 출세와 유배의 배경을 들려준다. 3장 자연만이 그를 감싸주네, 4장 사색과 위민의 시간, 5장 그리움과 사랑의 속삭임, 6장 나라다운 나라 백성다운 백성 다산의 꿈은 다산의 유배 생활 전반과 저술 다산의 철학과 사상을 소개한다. 마지막 7장 다산학의 산실 다산 초당은 현대에 다산의 저서와 정신을 어떻게 실천적 과제로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저자는 특별히 다산의 독서, 자녀 교육, 민중에 대한 연민, 글을 쓰는 목적에 주목한다. 다산은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는 시대 정신이 담겨야 참글이라고 보았고 자식에게도 제사보다 자신의 책 한 편 읽어주고 베껴주는 것이 참이라고 가르쳤다. 삶의 고통과 물질과 권력의 유혹으로부터 무엇이 자신의 삶을 지켜낼 수 있는 길인지를 책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서신으로 가르친다.

다산은 600여 권의 책을 저술한다. 그러나 그는 <주역사전>과 <상례사전> 두 권만 물려줄 수 있다면 나머지는 모두 폐기해도 좋다고 여길 만큼 소중한 저서로 여겼다. 두 책 모두 하늘의 이치를 깨우쳐야 사람의 도리를 다할 수 있다는 점을 일러주는 책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인은 자연과 하늘의 섭리를 거스르고 욕망과 부와 권력 욕심에 자신의 혼을 팔아 삶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주역사전'은 바로 내가 하늘의 도움을 얻어 지어낸 책이요 절대로 사람의 힘으로 통할 수 있고 사람의 지혜나 생각으로 이룰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이 책에 마음을 가라앉혀 깊이 생각하여 오묘한 뜻을 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로 나의 자손이나 붕우가 되는 것이니 천 년에 한 번 나오더라도 배 이상 나의 정을 쏟아 애지중지할 것이다. - 160쪽
 
다산은 <경세유표>에서 조선사회 개혁을, <흠흠신서>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목민심서>에서 백성을 위한 공직자 매뉴얼을 제시했다. 다산의 실학 정신은 머리만이 아닌 실상을 보고 깨우쳐 제시한 대안이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는 평등주의자이자 휴머니스트요 교육자이자 훌륭한 관리며 학자였다. 그를 있게 한 그 모든 근간에 책과 자연을 가까이 하고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 가르침이 있었음을 아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잘 알 수 있다.
 
폐족이 되어 학문을 힘쓰지 않는다면 더욱 가증스럽지 않겠느냐. 다른 사람들이 천시하고 세상에서 비루하게 여기는 것도 슬픈데, 지금 너희들은 스스로 자신을 전시하고 비루하게 여기고 있으니, 이는 너희들 스스로가 비통함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너희들이 끝내 배우지 않고 스스로 포기해 버린다면, 내가 지은 저술과 간추려 뽑아 놓은 것들을 장차 누가 모아서 책을 엮고 바로잡아 보존시키겠느냐. - 두 아들에게 부침 임술(1802년 12월) 강진l 유배지에서/ 다산시문집 제 21권

다산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희망 없는 유배지 삶을 그의 생애에 가장 찬란히 빛나는 시간으로 바꿔냈다. 현대는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는 세상,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각박하고 희망 없는 세상이 되었다.

여기 200년 전 다산이 꿈꾸었던 '나라다운 나라 백성다운 백성' 세상을 꿈꾸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다산의 구슬을 꿰어 보배로 남길 꿈을 꾸며 강진에 와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고 가라고 권한다.
 
우리들의 삶의 여정이 아무리 고달프고 우울할지라도 어찌 18년의 유배 생활에 비할 수 있겠는가를 생각하면 조금은 위로와 힐링이 될 것이다. 용모는 습관으로 인하여 변하고 형세는 용모로 인하여 이루어진다.(중략)
18년 다산의 유배 흔적을 따라 새소리 바람소리 오솔길 벗삼아 오르내리며 다산의 마음 헤어려 보니, 나라 사랑 백성 사랑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 없고 주인 없는 세상은 어디에도 없다. - 234쪽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인생의 갈림길에 서서 헤메고 있는가. 이정표를 잃고 생의 목표를 잃은 채 절망 속에 자신을 가두고 우울과 벗삼고 있는가. 훌훌 털고 일어나 다산의 유배지 강진의 다산초당을 찾아 다산 올레길을 걸으며 새로운 길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다산의 사람그릇/ 진규동 지음/ 레몬북스/ 14,800원


다산의 사람 그릇 - 18년 유배지에서 정약용을 만나다

진규동 (지은이), 레몬북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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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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