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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다합(Dahab)에서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OpenWater)부터 다이브마스터(DM)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의 과정입니다. 물 공포증이 있었던 필자가 2018년 12월 27일부터 2월 19일(55일)까지의 생생한 기록입니다.[기자말]
 다합의 새벽
 다합의 새벽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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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다합에서 다이브 마스터 인증서를 딴 지 일 년이 지났다.

귀국해서는 한국의 바닷속이 궁금해서 제주도로 떠난 적이 있다. 처음부터 아름다운 광경에 길들여진 눈은 유월의 범섬 앞바다의 갈색 부유물에 그만 눈물을 흘렸다. 그 거친 파도는 또한 어떠하리.

다합 바다는 잘 가꾼 수족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도도 거의 없다. 외국에서 다이빙했던 사람은 외국에서만 해야 한다는 지인의 말이 옳은 걸까. 담당자는 9, 10월에야 시야가 좋을 거라고 했지만 내 실망감을 위로해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서운할 것은 없었다. 제주도의 지상 풍광은 어디에 뒤지지 않을 만큼 수려하니까.

다이빙에 대한 중독성은 없다. 애초에 산을 좋아해서 등산을 자주 다녔고 집 근처 수영장에서 실컷 수영을 했다. 하지만 다합 블루홀의 짙은 코발트 광활한 바닷속과 나이트 다이빙 출수 전의 수면에 아른거리는 달빛 무늬가 언뜻언뜻 꿈속처럼 스쳤다. 비록 고생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첫사랑처럼 애잔했다. 
  
 다합 거리
 다합 거리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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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방문할 것을 예감해서인지 욕심을 부렸다. 다합을 다시 찾았을 때 내 손길이 닿아 잘 자란 청년이 있었으면 싶었다. 다합에서 얻은 것에 보답하는 길이라고도 생각했다. 한 소년을 후원하기로 했다. 

S였다. S는 센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소년이다. 다합에 막 도착해서 센터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로 향할 때 그가 내 캐리어를 끌어주었다. 영어를 썩 잘한 편이 아니어서 시원한 소통을 할 수 없었지만 배가 고팠던 나를 위해 슈퍼마켓으로 뛰어갔다.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는 빵을 사다주었다. 형편없는 게스트하우스 시설에 다시 호텔로 숙소를 옮겼을 때에도 짐을 옮겨주었다. 직원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아이에 대한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가끔 게을렀고 휴대폰을 자주 봤으며 농담이 지나쳤다. 지나친 농담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나를 유치하게 보복하기도 했다. 센터에서 나눠주는 빵을 나만 쏙 빼고 다른 사람에게는 인심을 쓰듯 던져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는 어렸다.

다합 거리에는 수많은 청년들이 일을 한다. 제법 배운 사람들이 카이로에서 와서 여행자를 상대하기도 하지만 잡일 하는 직원들은 그렇지 않다. 다합 변두리 출신들이 많다. S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들은 밤새 손님들을 호객하고 서비스하고도 아침 일찍 일어나 그날 장사 준비를 한다. 훈련을 끝내고 호텔로 향할 때면 그들이 어두운 밤 불빛을 찾아 날아드는 나방처럼 보이기도 했다.

떠나기 하루 전 센터 대표와 이야기를 했다. 그는 단단한 체격에 보통 키, 속눈썹이 길고 큰 눈에 장난기가 가득 찬 호감형이었다. 다합에서 알아주는 스쿠버다이빙 실력자였다. 잘 웃고 농담을 잘하며 사교적이었지만 나는 그의 무표정한 얼굴을 가끔 접했다. 그는 사업가였다. 그에게 S를 후원할 생각이며 다이브 마스터가 되려면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를 물었다.

간혹 펀 다이빙을 다녔던 O센터에도 문의를 한 뒤였다. 그는 그곳보다 훨씬 더 비싸게 말했지만 나는 그에게 맡기기로 했다. S는 그곳 센터 직원이었고 내가 가까이에서 접했던 훌륭한 강사들이 상주해 있었다. 또한 좁은 동네에서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것도 좋지 않을 터였다.

대표에게 몇 가지 부탁을 했다. 내가 후원하는 것을 비밀로 해달라고. 그리고 훈련을 시킬수록 일도 많이 시키라고. 자라면서 요행을 바라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대신 집안 형편이 어려운 듯 하니 다달이 월급을 챙겨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는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비밀은 없는 듯했다. 대표가 일하는 아이에게 많은 돈을 투자할 리는 없다는 것을 아는 듯 S뿐만 아니라 몇은 눈치를 챘다. 다만 금액은 알지 못했다.
  
 다합의 일출
 다합의 일출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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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꺼번에 돈을 지불할 수 없기에 4개월로 분할하기로 했다. 가지고 있는 돈을 모아서 한 달치를 주고 왔다. 내게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다음 방학 때 여행 한 번 다녀오지 않으면 굳을 돈이었다.

이 돈이 이집트에서는 허드렛일을 하는 소년이 전문가가 될 수도 있었다. 잘하면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나머지 돈은 해외송금을 했다. 귀국해서 60만 원이 좀 못 된 돈을 두 번 송금했다. 월급 받는 날은 유난히 화창해서인지 괜스레 기분까지 좋아졌다.

송금 한 번만 남은 하루 전이었다. S한테 문자가 왔다. 센터에서 해고당했다고. 센터 대표에게 연락을 했다. 마지막 송금이 남았는데 송금해야할지 모르겠다면서 우회적으로 S의 해고 이유를 물었다. 

S는 제일 바쁠 때 출근하지 않았다(S는 시험기간이라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실업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는 의료용 산소통을 고장 냈다는 등 몇 가지 해고할 수밖에 없는 실책을 대표가 나열했다. 하지만 나를 봐서 한 달 후에 다시 고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객관적으로 그 상황을 말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복잡한 관계에 끼지 않기를 원하는 제보자는 이렇게 내게 전했다. S는 오픈워터와 어드밴스 교육까지 들어갔지만 그 뒤로 다이브 마스터 훈련은 받지 않았다. 의료용 산소통은 오래 되어서 스스로 고장 났다. 그는 S가 게으른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이면서 돈을 낭비하지 말라며 나를 걱정했다.

결과를 받아들고 제일 화가 난 대상은 나 자신이었다. 순진하게도 사람을 믿었다? 나는 신중하려고 노력했다. 결정하기까지 다이빙과 다이빙 사이 양지바른 곳에서 찬기를 말릴 때 고민하고 고민했다.

내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제일 상했던 것이다. 또한 약간의 돈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자만적인가를. 대표의 이러쿵저러쿵 하는 평가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가 내린 결정이었기에 내 책임도 일부는 있었다.

대표에게 서운한 것은 있었다. FADI 다이브 마스터는 18세 이상이 가능했다. S는 16세였다. 그래서 2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그는 내게 해주지 않았다. 그랬다면 내가 그렇게 서둘러서 후원하지 않았을 테니깐. 다이브 마스터 훈련은 길어봐야 6개월이다. 2년 동안 질질 끈다는 것은 돈의 위력이 떨어지는 한 관심 밖으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키친'이라는 단골 식당에서 매일 작업을 했다.
 "키친"이라는 단골 식당에서 매일 작업을 했다.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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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살아내는 나는 정신없이 바빴다. 저 먼 곳의 일에 감정과 신경을 낭비할 여력이 없었다. 한 달 뒤 다시 고용한다고 했으니 그때까지 잠시 생각을 접어두기로 했다. S에게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하면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노력하라고 했다. 내가 침묵하는 사이 뜻하지 않는 사건이 터졌다.
  
 다합에 비가 오던 날
 다합에 비가 오던 날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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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강사한테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다(한국인 강사에게도 후원을 말하지 않았는데!). 내 계좌번호를 알고 싶어했다. 그 이유는 이러했다. 센터 대표와 후원자 아버지와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단다. 후원금을 받아놓고 왜 착복하느냐, 해고했으니 후원자에게 주어야 하지 않느냐, 라고 S 아버지가 주장했단다.

그 주장이 먹히지 않자 모스크 최고 지도자를 찾아가 중재를 부탁했단다. 그때야 대표는 그 돈이 왜 S한테 가야 하느냐, 애초 노라(내 애명)의 돈이니 그녀한테 돌려주어야 한다고 했단다.

돌려받았다. 오픈워터와 어드밴스 교육비, 펀 다이빙 비, 해외송금 수수료를 다 뺀 나머지 돈을. 돈이 그 둘을 싸움 붙였고 원래 주인은 가만히 있는 데도 돌아오게 만들었다. 나는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연말 소득공제 영수증도 뗄 수 없는 후원을 했다는 경솔함이랄까. 순수하게 사람을 믿었던 순진함이라고 할까. 나는 그 모든 것을 생각하면서도 기회를 다시 만들어보기로 했다. S에게 말했다.

'너무 내 욕심이 앞섰다. 열여덟 살 될 즈음 다시 기회를 만들어보자. 그동안 영어 공부 좀 하고 K(센터 직원 중 신실한 이슬람교 신자)처럼 진실한 종교인이 되어보지 않을래? 너가 너를 다스릴 수 있게 말이야. 네가 다이브 마스터 되는 날, 내가 다합을 다시 방문하겠어. 약속할게.'

누구나 한때 욕망이 앞서서 실수할 때가 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그 욕망이 또 시작한 일을 끝마치게도 만든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성질이지만 또 한몸이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앞으로 다합과 어떤 인연으로 펼쳐질지 모르겠다. 좋은 의도가 끝까지 결실을 맺을지 아니면 사라질지. 분명한 것은 풍경 속에 사람이 있고 그 사람에 의해 풍경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심이라면 그 진심이 통한다는 것도. 힘든 시간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는 것도. 

여러 가지 생각들이 앞서지만 다합이 내 첫사랑처럼 애잔하게 남아있는 것처럼 내 믿음이 결실을 맺어서 그가 열여덟 살이 되는 1년 뒤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바란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만은 아닐 것이다.
 
 다합의 바닷속
 다합의 바닷속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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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집트 다합(Dahab)에서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OpenWater)부터 다이브마스터(DM)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의 과정입니다. 물 공포증이 있었던 필자가 2018년 12월 27일부터 2월 19일(55일)까지의 생생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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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차노휘는 소설가이다. 2016년부터 도보 여행을 하면서 ‘길 위의 인생’을 실천하고 있다. 200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얼굴을 보다〉가 당선되었고 저서로는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와 소설 창작론 《소설창작 방법론과 실제》, 여행 에세이 《쉼표가 있는 두 도시 이야기》 와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시간들》, 장편소설 《죽음의 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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