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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역사를 공부할 때 눈앞에 보이는 글자만 읽고 말아요. 죽어 있는 텍스트로 접합니다. 그러지 말고 역사 속에 들어가서 인물들과 만나보면 좋겠어요. 그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보세요. 꿈이 뭐예요? 왜 그런 일을 했어요? 그 선택에 후회는 없나요? 꿈이 이뤄진 것 같나요? 이렇게 물어보고 답을 상상해보는 겁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하고 내 삶에 대입시켜서 답해보는 거죠." - 최태성의 <역사의 쓸모> 중
 
 
 역사의 쓸모 표지
 역사의 쓸모 표지
ⓒ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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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E.H.카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습니다. 역사는 사실 그 자체로서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역사가의 주관적 입장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과 해석이 맞부딪히고 교류해 거대한 삶의 물결로 형상화된다는 뜻입니다.

이 책의 저자 최태성 선생님은 이를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고 표현합니다. 이순신과 원균의 일화를 통해 선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을사오적과 대비되는 박상진의 일생을 통해 삶의 비전을 명확히 세울 수 있습니다. 경주 최부자댁을 보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배울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역사는 현재 시대의 사람들에게도 생각 할 거리를 던져주고 삶의 이정표를 세우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에서 역사(한국사)를 두 번 가르쳐 봤습니다. 2014년에 1년 동안, 그리고 지난해 한 학기 동안. 2014년에는 1년 동안 가르쳤던 내용을 지난해엔 한 학기 만에 가르치려니 내용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분량이 적어진 점은 편했으나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기에는 조금 턱없이 감이 들었어요. 그러나 분량과 진도의 압박을 떠나서 고민했던 점은 어떤 식으로 우리 역사를 가르칠 건가 하는 문제였어요.

단순 사실 나열 암기식 학습은 아이들도 금방 지루해하고 진정 의미 있는 역사 공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설민석 선생님이나 이 책의 저자 최태성 선생님처럼 화려한 언변과 강의 솜씨를 지닌 것도 아니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2014년의 역사 수업은 정말 부끄러운 점이 많습니다. 제가 학창시절 그토록 싫어했던 저절로 잠이 오는 수면제 같은 수업을 하지 않았나하는 반성이 듭니다. 그나마 반에 국사 영재학생이 있어서 아이들과 주거니 받거니 수업이 가능했다는 게 다행이면 다행이었습니다.

지난해엔 자료실에 있는 역사 만화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때그때 아이들에게 물음을 던졌어요. 북아트를 활용해 고려시대 문화유산책자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갑신정변 당시의 급진 개화파와 온건 개화파의 주장을 역할극으로 꾸며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잘 따라왔지만 어딘가 100% 만족스럽지 못한 수업이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역사를 배우는 일과 현재와의 연결고리를 찾아주지 못한 것이었어요. "도서관에 있는 한국사 만화책들을 많이 읽어봐라" "한국사 자격검정시험에 응시해봐라"고만 했지 정작 우리가 배운 것들을 어떻게 내 삶에 적용시킬까라는 문제는 던져 주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인생을 사는 동안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알 수 없기에 그때마다 막막하고 불안하지요. 하지만 우리보다 앞서 살아간 역사 속 인물들은 이미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그 수많은 사람의 선택을 들여다보면 어떤 길이 나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 본문 11쪽
  
이 책을 통해서 일연스님의 삼국유사에 실린 단군신화가 단순히 신화로만 끝나지 않고 국난의 시대에 어떻게 우리 민족을 집결시켰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미천한 신분을 극복한 장보고의 일생을 보며 불굴의 의지를 다지게 됐고, 유배지에서도 수많은 책을 남겼던 정약용을 통해 좌절하지 않는 인내를 배웠습니다. 대동법 확대에 일생을 건 김육을 통해 몸을 던진다는 것의 의미 또한 깨달았습니다.

우리반 제자들과 공부할 때도 단순 사실 나열을 넘어서 역사적 사실 속에 숨겨져 있는 의미들을 함께 탐색해보았으면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역사를 어떻게 내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22가지의 통찰을 풀어가며 안내해줍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역사는 사람과 만나는 인문학이고 그 만남을 통해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길을 보여주는 책이죠. 최태성 선생님의 경험과 진솔한 생각들도 한 사람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게 합니다. 역사와 소통하는 살아있는 유기체로서의 한 인간을요.

책을 읽다보니 제 수업의 빈약한 점을 여실히 깨닫고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역사수업에 대한 기대를 한껏 품고 글을 마치려 합니다. 부족한 점 많은 수업이었지만 저와 제자들은 3월에 꿈봉투를 작성했던 그 마음으로 미래에 대한 꿈을 다졌습니다. 선덕여왕이 황룡사 9층 목탑을 세워 신라인들을 하나의 힘으로 모았던 것처럼 말이에요.

아이들의 꿈과 비전을 남은 2월의 역사수업을 통해 더욱 다지는 날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혼자 꾸는 꿈은 몽상이나 망상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처럼요. 그리고 오늘 읽은 이 책을 잊지 않고 앞으로 제 역사수업에 적용해보렵니다. 최태성 선생님이 책에서 남긴 말씀으로 제 생각을 대신하겠습니다.
 
"저는 역사를 알리는 사람으로서 일연 스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일연 스님은 휴짓조각처럼 버려진 이야기들을 주워 펴서 우리에게 남겨준 분이잖아요. 저도 사람들이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역사,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 역사를 재미있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끊임없이 생명력을 불어 넣고, 이 시대에 맞는 의미를 찾아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지요."

덧붙이는 글 | 브런치 https://brunch.co.kr/@lizzie0220/78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은이), 다산초당(다산북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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