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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분홍빛 겹벚꽃의 낙화, 낙화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으니 또한 가는 봄도 기꺼이 보낼 수 있다. ⓒ 김민수
봄이 진다.

봄이 지는 증거는 꽃의 낙화로 극명한 현실이 된다. 짧은 봄날을 위해 1년을 수고하여 피워낸 꽃일지라도 '화무십일홍'은 커녕 사나흘도 지나지 않아 떨어지는 목련 같은 꽃도 있다.

봄은 짧다.

짧아서 아쉽고, 아쉽게 보냈으므로 봄날은 추억되고, 긴 겨울 끝에 맞이하는 봄날이 고마운 것이리라.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부른 T.S. 엘리엇의 <황무지>는 우리에게 언제인가부터 현실이 돼버렸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영원히 기억해야 할 잔인한 기억이 되고 만 것이다.

꽃다운 청춘들이 진도 앞바다에서 영문도 모르고 속수무책으로 죽어간 이후, 봄이 와도 봄을 느낄 수 없었다. 봄을 애써 느끼려고 했어도 사치 같아서 쉽지 않았고, 떨어진 꽃들은 마치 그 아이들 같아서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다.
낙화 철쭉도 이제 하나 둘 꽃을 떨군다. 그렇게 피어났다가 떨어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김민수
지금껏 진상규명이라고 할 것도 없이 지지부진하니 살아있음이 오히려 부끄러운데, 잔인한 계절보다 더 잔인하게도 망각의 기억으로 우리를 몰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이들과 함패거리가 돼 '레드 콤플렉스'에 이어 '옐로우 콤플렉스'에 빠져사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떨어지는 꽃조차도 마음 편하게 보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는 비로소 조금 보인다. 거의 봄날의 끝자락에서 그 떨어진 꽃들의 의미가 조금씩 보인다.

낙화한 꽃은 슬퍼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천 개의 바람>의 의미가 이제서야 와 닿는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낙화 낙화한 꽃들이 연록의 새싹들 사이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김민수
슬픔에 머물러 있는 것은 낙화한 꽃의 뜻이 아니다. 그렇게 떨어짐을 통해 또다른 삶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니, 떨어진 꽃을 위해 살아가는 삶이란 슭픔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헛되게 하지 않는 것이리라.

오히려 떨어진 꽃이 위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위로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부를 노래는 어떤 노래인가?

그들이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가고 있다'는 것을 믿고, 그들로 인해 어두운 시대에 한 줄기 빛이 비추게 하는 것이 살아남은 자들의 할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결국, 슬픔의 노래가 아니라 기쁨의 노래를 부르고 승전가를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낙화 숲 속에 아침햇살이 찾아와 낙화한 꽃들을 환하게 비춰준다.ⓒ 김민수
그랬다. 비로소 가는 봄날을 맞이할 수 있었다.

슬픔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는 진정한 의미는 그 슬픔이 찬란한 기쁨이 되게 하는 것이다. 슬퍼하는 것은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다.
애기똥풀 떨어지는 꽃이 있어 피어나는 꽃도 있는 것이니 가는 꽃에게 또한 감사를 한다.ⓒ 김민수
숲은 가는 꽃과 오는 꽃들이 어우러지며 4월의 숲에서 5월의 숲으로 변신을 하고 있었다. 마침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빛났으므로 그들의 변화는 급격한 듯하면서도 서두르지 않았다.

짧고 아쉬운 봄이었지만, 천천히 걸었던 이들은 이미 충분히 깊고 충만하게 봄을 보고 느꼈을 것이다. 짧으므로 오히려 천천히 느릿느릿 걸어가며 바라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어쩌면 자연의 섭리요, 순리를 보는 방법일 터이다.

낙화한 꽃이 "이젠 날 위해 울지 말아요"라고 말한다.

어느새 잔인한 달 4월의 끝자락이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는 4월을 넘어 5월 역시도 잔인한 달의 연속이었다. 그 모두 극복해야 할 아픈 역사들이지만, 아픔에만 머물러 있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덧붙이는 글 | 4월 29일, 매봉산 산책로에서 담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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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