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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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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회원들이 10일 오전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앞에서 ‘장애등급제폐지 예산반영을 위한 농성 투쟁보고 및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권우성
 
10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차량 한 대가 도착했다. 백발의 꽁지머리를 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탄 차였다. 박 대표는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아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개최하는 '2018년 인권의 날 기념식'에 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사잇길로 이어지는 길목을 막아섰다. 결국 박 대표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내려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전 현직 대통령으로는 두 번째로 세계인권선언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전장연 활동가들은 행사장 인근에 집회 신고를 하고 행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이 막아 서울시의회 앞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박경석 대표는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이해서 장애등급제 폐지가 인권이라는 뜻을 발표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러 왔다"라며 항의했다. 그러곤 시의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는 단계적 사기행각이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땅에 펼쳤다.

경찰이 신고된 집회 장소를 벗어난 불법 집회라며 대형 현수막을 걷으려 하면서 전장연 활동가들과 마찰을 빚었다. 경찰의 해산명령에도 장애인들은 목에 사다리를 걸었다. '장애등급제 폐지가 인권이다'라고 외쳤다.
 
회견 도중 목에 거는 퍼포먼스를 위해 사다리를 펼치려하자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권우성
  
동료들과 함께 사다리에 머리를 넣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가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권우성

"장애등급제 폐지 예산 다 삭감돼"

박경석 대표는 "장애등급제가 진정 폐지되려면 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라며 "그 서비스를 위해 예산이 필요한데 예산 반영이 제대로 안 됐다"라고 지적했다.

조현수 전장연 정책실장은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이하는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단체들은 착잡한 마음이다"라며 "제대로 된 예산반영을 통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해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하고 사다리와 쇠사슬을 걸고 싸웠지만 예산이 다 삭감됐다"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언제까지 차가운 길바닥에서 싸워야 하나"라고 규탄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지난 8일 통과된 예산안에는 전장연이 요구한 예산의 5.5%만 받아들여졌다. 장애인활동지원 이용자 수가 7만8000명에서 8만1000명으로 확대됐을 뿐, 요구했던 10만 명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거기다 장애인활동지원 이용시간 확대, 활동지원 수가 증액도 못 했다. 전장연이 요구해왔던 장애인탈시설 지원, 대구시립희망원 시범사업 등 탈시설 관련 예산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 폐지 공동행동' 이형숙 집행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식에 온다고 해서 만나러 온 것이다"라며 "가짜 말고 진짜 폐지하는 방법을 논의하고자 왔는데 이렇게 무시당했다"라고 절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낙연 총리, 문재인 대통령 등을 상대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투쟁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라고 했다.

15년만에 현직 대통령 참석
 
문 대통령, 2018 인권의 날 축사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일인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인권선언문 낭독하는 시민사회 대표들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일인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11명의 시민사회대표들이 세계인권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우성 서울시 공무원간첩조작사건 생존자, 최지희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 차명숙 대구경북 5.18 동지회 공동대표, 윤종화 촛불청소년인권법재정연대 활동가(풍생고생), 모델 한현민 씨, 가수 이은미 씨, 세월호 참사 피해학생 유미지의 아버지 유해종 씨,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 한종선 형제복지원피해생존자모임 대표,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장, 야콥 할 그렌 주한 스웨덴 대사.ⓒ 연합뉴스
  
문 대통령, 고 노회찬 의원에게 대한민국 인권상 수여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일인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인권상에 선정된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훈장은 고인의 부인인 김지선 씨와 동생 노회건 씨가 대리수상 했다.ⓒ 연합뉴스
  
인권의 날 기념식 국기에 경례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한 내빈들이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일인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 연설 도중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시위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촉구를 요구하는 활동가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 도중 손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세계인권선언은 인류가 추구해야 할 최소한의 인권 기준으로 1948년 12월 10일 유엔에서 채택됐다. 이를 기념하는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15년 만에 참석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이날 기념식에는 각국 외교사절을 비롯해 인권시민단체, 주요 종교계 지도자 등 400여 명이 참석해 주요 인권선언 조항을 선정하고 낭독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인권위는 앞으로도 독립적인 활동을 철저히 보장받을 것"이라며 "정부도 사회적 약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인권은 일상에서 실현될 때 그 가치를 발한다"라며 "국가인권위의 노력은 우리의 삶 속에 인권을 뿌리내리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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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신지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