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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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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샴(Jimmy Sham, 岑子杰) 홍콩 구의원 당선자 ⓒ 이희훈
 
지난 10월 17일 밤,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쇠망치로 홍콩의 민주 활동가를 수차례 내려친 사건이 발생했다. 무방비 상태로 있던 피해자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 그는 11월 24일에 있을 구의회 선거를 앞두고 선거 운동 중이었다.

"선거 운동을 하면서 두 차례 테러 위협을 받았어요. 이들이 절 겨냥한 건 제가 홍콩 민주화 운동에 적극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또, 저를 공격해서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대중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려 한 것 같기도 하고요. 홍콩 민주화 운동이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인 거죠.

그날(테러)의 공포는 지금도 생생해요. 극복할 수가 없죠. 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었습니다. 지금 홍콩 시민들이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해 말하는 것을 주저한다면, 상황은 빠른 속도로 나빠질 것을 알기 때문이죠. 저를 포함한 홍콩 시민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민주·자유·인권에 대해 말하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지미 샴(Jimmy Sham, 岑子杰). '망치 테러' 사건 피해자이자 홍콩 민주 활동가다. 최대 200만 명 가까이 모인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 '민간인권진선' 대표였다. 그는 지난 25일 또 하나의 직함을 얻었다. 홍콩의 샤틴구 렉위엔 선거구에서 3283표를 얻어 '구의원' 당선자가 됐다.

두 차례 테러 딛고 당선한 백만 시위 주도자
   
지미 샴 구의원 당선자가 투표가 끝난 다음날인 25일 홍콩이공대 인근에서 고립된 학생 구조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홍콩 민주화 시위를 주도해온 지미 샴 민간인권진선 전 대표가 지난 10월 16일 밤 정체불명의 괴한들로부터 쇠망치 공격을 당한 모습. ⓒ '다이얼로그 차이나' 페이스북
    <오마이뉴스>는 지난 26일 오후, 홍콩 현지에서 지미 샴 구의원 당선자를 인터뷰했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목발이 들려 있었다. 아직도 그의 몸에 남아 있는 망치 테러의 흔적이다. 먼저 그에게 안부를 묻자 "몸은 거의 다 나았다. 이것(목발)은 일종의 내 호신용품"이라며 웃었다.

그에게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넸다. 현재 홍콩에서는 그의 승리를 민주화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으로 해석하고 있다. 두 차례의 테러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얻어낸 백만 시위의 주도자, 하지만 그가 손을 저었다.

"일각에서 많은 해석을 덧붙여주시지만, 저는 제가 어떤 것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홍콩 민주화 운동에는 리더가 없습니다. 홍콩 시위는 시민들 모두가 자발적으로 집결해서 움직일 뿐입니다.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건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입니다."

홍콩 민주화 시위 전방에 있던 사람으로서, 민주화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을까?

"전혀요. 사실 제 지역구는 이전까지 계속 친정부파(여당)가 당선된 곳입니다. 이번이 이례적인 거죠. 또, 이 지역구의 유권자들 대다수가 노인 분들입니다. 과거부터 매번 친정부 정당을 지지해 오셨던 분들이죠. 그럼에도 이번에 제가 당선될 수 있었던 건 지난 6월부터 이어져 온 민주화 시위 덕분입니다.

대중들은 시위가 폭력적으로 바뀌는 와중에도 시위대를 지지했습니다. 모두가 경찰의 폭력성에 분노하고 있다는 거죠. 17살 소년을 실탄으로 쏜 일이 알려진 상황에도 경찰은 단 한번의 사과조차 없었습니다. 심지어 정부마저 입을 다물었죠. 홍콩 시민 모두 경찰의 폭력성이 극으로 치닫는 이 상황에 대해 분노하고 있습니다.

경찰에 대한 분노가 친정부 성향을 보이는 정당들에도 이전됐다고 생각합니다. 친정부는 곧 공권력의 폭력성을 두둔한다는 의미인 거죠. 시민들은 친정부파에게 투표할 경우, 더 많은 홍콩 청년들이 다치게 될 거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지금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고 있는 것은 대다수의 홍콩 청년들이기 때문입니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자신의 지역구 내 샤틴 중앙역에서 유세활동 중인 지미 샴. ⓒ 이희훈
 
지미 샴이 선거를 하루 앞두고 자신의 지역구 내 샤틴 중앙역에서 유세활동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지미 샴이 선거를 하루 앞두고 자신의 지역구 내 샤틴 중앙역에서 유세활동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그는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글쎄, 사실 걱정이 더 많아요. 물론 이번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압승한 것은 정말 기쁜 일이죠. 하지만 이 기쁨은 일시적일 뿐입니다. 홍콩은 아직도 변한 게 없습니다. 홍콩 정부는 여전히 시민들의 요구를 듣지 않고 있죠. 앞으로 홍콩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응할지 매우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민주화 운동이 어떻게 진행될지, 홍콩은 어떻게 회복될지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화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으로 받아들이고, 저희를 포함한 사회 전반이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의회 선거 결과에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아직 변한 건 없습니다."


그가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이유
 
인권과 민주주의. 이 두 단어가 지미 샴의 활동을 대표한다. ⓒ 이희훈
 
지미 샴이 당선된 직후 홍콩이공대 고립 학생 구조 집회에 참가해 지지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이희훈
 
지미 샴의 행보는 뚜렷하다. 인권과 민주주의. 이 두 단어가 그의 활동을 대표한다. 현재 그는 범민주 성향의 '사회민주당(League of Social Democrats)' 소속 의원이다. 사회민주당은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가 대표로 활동했던 민간인권진선 또한 같은 가치를 주장한다. 또, 지미 샴은 성소수자 권리 증진과 관련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왜 이같은 행보를 걷게 된 걸까?

"제가 성소수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릴 적 많은 차별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어릴 적 저희 학교 선생님의 일이에요. 학생들 사이에서 정말 인기도 많고 잘 가르치기로도 유명한 분이었어요. 하지만 그는 본인의 성정체성이 드러난 후 학교를 그만두셔야 했습니다. 성소수자셨거든요.

정말 이해가 안 갔죠. 저렇게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사람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는 것 자체가요. 전 이 일을 계기로 성 정체성을 드러내겠다고 결심하게 됐고, 이후 학교의 모든 사람들에게 제가 성소수자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불안하지는 않았을까?

"물론 사회가 제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걱정도 많았죠. 하지만 제가 변하는 게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결심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저는 성소수자에 대한 것과 민주주의는 인권이라는 범주로 묶인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은 모든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얻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니까요. 민주주의와 인권은 사회가 절대 간섭할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목표도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발언권과 공평한 기회를 갖는 것이죠.

다시 말하지만, 인권은 모든 사람의 출생권이자, 누구에게도 빼앗겨서는 안 되는 가치입니다. 우리가 평등을 요구하기 위해서 민주주의가 수반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자신을 'LGBT'라 불렀다.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영어 앞글자를 딴 것으로 한글로는 '성소수자'로 직역한다. 하지만 지미 샴은 인터뷰 내내 '소수자(minority)'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본인의 얘기를 꺼낼 때조차 어떤 거리낌도 없었다. 이처럼 그를 대중 앞에 서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망설임은 없었을까? 답변은 명료했다.

"제 성격 자체가 워낙 부끄러움이 없어요. 그런데 사실 인권에 대한 얘기를 망설일 이유도 없잖아요?"

변한 것은 없다
 
지미 샴이 당선된 직후 홍콩이공대 고립 학생 구조 집회에 참가하던 중 시위대 사이에서 경찰 결혼식에 참석했던 한 시민을 이동시키고 있다. ⓒ 이희훈
  
지난 25일 지미 샴을 비롯한 70여 명의 범민주파 구의원 당선자들은 당선 직후 홍콩이공대학교(홍콩폴리테크닉대학교, 이하 홍콩이공대) 앞에 모였다. 17일 홍콩이공대 안에서 벌어진 경찰의 진압 작전 이후 9일째 학교에 갇힌 30여 명의 시위대를 구출하기 위해서다. 학교에 남아 있는 이들은 경찰에 체포되거나 납치될 수 있다는 극심한 불안감에 거식증 및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미 샴은 다음 날인 26일 오전 3시가 돼서야 홍콩이공대에서 떠났다고 했다. 그에게 현재 홍콩이공대 내부 상황과 범민주파 의원들과 경찰 간의 협상에 대해 물었다.

"25일에 시작된 협상은 다음 날 새벽 3시까지도 계속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범민주파에서 대표로 선정된 5명이 경찰과 협상을 진행했는데, 아직 이들에게서 공식적으로 나온 결과는 없습니다.

우리 범민주파 구의원들이 요구하는 것은 '조건 없는 석방'입니다. 만일 학교에 남은 이들이 경찰에 체포될 경우, '폭동죄'로 기소돼 4~5년에서 10년간 감옥에 갇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잘못한 게 없다는 거죠. 이들은 그저 정부의 잘못에 맞섰을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학교에서 경찰이 떠날 것과 학교에 남아 있는 이들이 조건 없이 석방돼야 한다는 것을 협상의 주요 쟁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범민주파 당선자들의 협상 이후에도 홍콩이공대 상황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경찰 특별팀은 지난 28일 홍콩이공대 내부에 진입해 잔류자 수색을 진행했다. 하지만 18세 여학생 한 명 외에 다른 인원을 더 찾아내진 못했다.

이날 경찰 측은 '발견된 시위자가 18세 이상 성인이라도 곧바로 체포하지 않고 치료를 권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은 시위자를 돌려보내기 전 신상정보를 기록해 추후 기소할 권리는 남겨두겠다고 밝혔다.

선거 이후에도 여전히 시위가 지속되는 홍콩. 그는 홍콩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앞서 말한 대로,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는 리더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홍콩의 미래가 어떻다고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홍콩 시민들은 5대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시위가 길어질수록 지칠 수는 있겠죠. 그래도 포기는 없습니다.

지금도 시민들은 5대 요구를 비롯해, 홍콩이공대에 갇힌 사람들을 위해 시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위의 끝은 홍콩 정부에 달려 있습니다. 정부가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한다면, 투쟁은 끝나고 홍콩은 일상을 되찾겠죠. 물론, 그럴 가능성은 정말 희박하지만요."

 
지미 샴의 손에 들린 목발은 망치 테러의 흔적이다. ⓒ 이희훈
 
5대 요구란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다. 한 시간 반가량의 인터뷰 마지막 질문으로 '구의원으로서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저를 뽑아준 3000여 명의 시민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 또, 사회적 약자들을 비롯해 힘없는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습니다. 이것이 인권을 위해 싸우는 이들 모두가 더는 목숨을 잃지도, 피를 흘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홍콩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이게 가장 분명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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