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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에 갔다. 눈꽃 산행이다. 지난여름 야생화 탐방 코스에서 내려가는 길만 구천동 어사길로 바꿨다. 아침 일찍 출발한 덕분에 곤돌라 표 사는 곳 앞에 줄을 섰다. 기다리는 것도 즐거웠다.
 
설천봉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눈꽃 산행의 출발지다. ⓒ 정명조
 
설천봉 고사목 죽은 나무도 겨울이면 되살아나 파란 하늘 아래서 하얀 꽃을 피운다. ⓒ 정명조

눈꽃 산행
 
설천봉에 올랐다. 하얀 눈으로 온통 덮여 있다. 단단히 준비하고 향적봉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국립공원공단에서 내건 '설국으로 오세요'라는 플래카드가 바람에 흔들거린다.

대설주의보에도 설천봉과 향적봉 대피소의 탐방로를 개방한다고 한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를 믿고 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향적봉을 향하는 사람들이 걱정되기도 했다. 환상의 눈꽃 길이 이어진다. 탄성이 연이어 터진다. 모두 웃음 가득한 채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한다.
 
향적봉 설천봉에서 2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칼바람이 정상석 주위의 눈을 모두 날려 버렸다. ⓒ 정명조
 
향적봉 대피소 눈 덮인 대피소 주위 나무에 눈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 정명조
 
향적봉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중봉으로 향한다. 덕유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나무마다 서리꽃 위에 눈꽃이 피어 아름다움을 더한다. 이곳에서는 죽은 나무도 겨울이 되면 되살아난다. 해마다 다시 살아나 하얀 꽃을 활짝 피운다. 겨우내 그 화려함을 자랑한다.
 
파란 하늘과 서리꽃 앙상하던 나무에 서리꽃이 앉았다. ⓒ 정명조
  
고사목 아름다운 풍경이 사람들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 정명조
 
중봉 덕유평전에서 올려다본 중봉이 파란 하늘 아래 놓여 있다. ⓒ 정명조
 
중봉 전망대에 도착했다. 여름에 푸른색으로 덮였던 덕유평전은 온통 하얀색으로 변해 있다. 이곳에서 여름엔 사람들이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쉽게 떠나지 않던 곳이다. 지금은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사진을 찍고 서둘러 덕유평전으로 들어선다.

덕유평전
 
덕유평전 중봉과 백암봉 사이 펀펀한 땅이 하얀색으로 변했다. ⓒ 정명조
 
중봉 전망대에서 덕유평전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시원해진다. 마음이 넓어진다. 세상을 모두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산행의 효과다. 덕유평전을 걷는다. 오던 길과는 다르게 바람도 없다. 손도 시리지 않고, 땀도 조금씩 난다. 야생화 탐방을 위해 지난여름에는 비를 맞으며 걸었다. 지금은 눈길을 걷고 있다.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한겨울 산행의 묘미를 만끽하며 걷는다. 신기하게도 머릿속을 맴돌던 복잡한 생각들이 하나씩 정리가 된다. 산행의 또 다른 효과다.
 
백암봉에 도착한다. 갈림길이다. 계속해서 동엽령으로 갈지, 송계사로 내려갈지, 아니면 향적봉으로 되돌아갈지를 결정한다. 갈 사람은 서둘러 가고, 남은 사람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향적봉으로 향한다.
 
향적봉에서 백련사를 거쳐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눈꽃과 서리꽃에 흠뻑 취한 덕분에 내내 지루하다. 멀리 바라보는 경치도 별로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2.5km 걷다 보니 백련사에 도착한다. 신라 때 창건된 절이다. 일제강점기에는 모든 건물이 일본식 초가로 되었다가 한국 전쟁 때 불타 없어졌다. 1960년대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구천동 어사길
 
무주 구천동에 어사길이 있다. 300여 년 전 어사 박문수가 충청도를 거쳐 무주 땅 덕유산에 들어가며 걸었던 길이다. 구천동에서 백련사에 이르는 옛길을 2016년 무주군에서 복원했다. 약 5km에 이르는 산책길이다.
 
조선 영조 시절이었다. '박문수전'에 의하면 구씨와 천씨가 많이 살던 구천동에 유씨 성을 가진 한 가족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거짓 모함으로 유씨 가족 모두 죽기로 했다. 어사 박문수가 억울한 사연을 듣고 바로잡았다는 옛이야기가 전해 온다.
 
백련사부터 시작하여 거꾸로 어사길을 걸어 내려왔다. 향적봉에서 오던 가파른 내리막길과 다르게 잘 닦인 길이다. 기존에 있던 자연탐방로를 옆에 두고 계곡을 따라 아기자기한 길이 이어진다.
 
한참을 내려오니 커다란 바위 위로 흐르던 물줄기가 여러 개의 폭포를 이루며 떨어진다. 비파담(琵琶潭)이다. 선녀들이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목욕한 뒤 비파를 뜯었다는 곳이다.
 
비파담 선녀들이 구름을 타고 내려와 비파를 뜯었다는 곳이다. ⓒ 정명조
 
어사길이 시작되는 월하탄(月下灘)에서도 폭포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선녀들이 달빛 아래서 춤을 추며 내려오는 것 같다. 여울진 바위를 타고 쏟아지는 폭포수가 달빛에 비치면 장관을 이룬다는 곳이다.
 
월하탄 어사길 시작점이다. 여러 줄기의 폭포수가 쏟아져 내려온다. ⓒ 정명조
 
구천동 계곡에 유난히 선녀들이 자주 내려온다. 자그마한 폭포와 작은 여울과 흩어진 바위가 선녀들을 유혹한다. 그들도 소박하고 아담한 정취가 좋은가 보다.

겨울 산행의 아름다움은 아무래도 눈꽃과 서리꽃이다.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어 행복하다. 겨울만이 아니다. 사계절 내내 덕유산은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 벌써 봄이 기다려진다. 초록으로 덮인 남덕유산을 오르고 싶다. 벌써 여름이 기다려진다. 원추리꽃이 한창인 덕유평전을 또 걷고 싶다. 벌써 가을이 기다려진다. 단풍으로 곱게 물든 어사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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