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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에 대하여 저보다 더 많이 아시더라구요"

어느 학부모가 담임선생님을 존경하며 한 말이다. 그렇다. 자신이 일년동안 담임을 하면서 스스로를 평가할 때 한 학생에 대하여 그 학생의 부모님보다 더 많이 파악하고 있다면 성공한 담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되돌려 생각해보면 내년에 내가 담임을 맡게 되었을때 부모보다 학생에 대하여 더 많이 아는 것을 하나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1년 동안 담임 역할을 해보자.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교사인 우리가 행복해지는 비결은 학생들과의 돈독한 관계 유지가 핵심이다. 선생님은 학생을 사랑하고 학생은 선생님을 존경할 때 그 속에 진정한 배움의 길이 열린다.

그러면 1년간의 담임 노릇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일단, 2월말에 내가 1년동안 우리반을 어떻게 꾸려갈까에 대한 로드맵을 짜야 한다. 가장 큰 그림으로 우리 반의 경영철학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가장 깨끗한 반을 만들어 보겠다.' 든지 '아이들간에 왕따가 없이 서로 존중하는 반을 만들어 보겠다' '하루에 한명씩은 반드시 상담한다.' 든지 등등 담임으로서 행복한 우리반을 만들기 위한 철학을 세우는 것이 행복한 담임이 되는 출발이다. 이러한 경영철학에 기초하여 로드맵을 디테일하게 짜야 한다.

모든 걸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디테일로 승부한다. 첫날 교실에 오면 아이들은 낮설다. 새로운 교실, 새로운 친구들 모두가 다 낮설다. 따라서 담임은 첫날 처음 아이들과 대면할때 어떻게 이러한 낮설움을 빨리 털어버리고 서로간에 익숙하게 만들어 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자리배치를 모둠별로 해준다. 뽑기 쪽지나 모둠별 좌석표를 미리 준비한 다음 아이들 하나하나 나와서 쪽지를 뽑도록 한다. 어렇게 하면 자신이 뽑은 운명에 따라 모둠이 정해지고 자리도 배치되고 짝궁도 운명처럼 만난다. 그리고 모둠원 친구들도 생긴다. 이른바 울타리를 쳐주는 것이다. 이러면 아이들은 모둠원끼리 곧바로 친해진다. 낮설움은 끝났다. 모둠장도 이따 점심때까지 뽑으라고 한다. 그러면 자가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하든 룰을 정해 모둠장을 뽑아온다.

자리배치가 끝나면 담임 훈화를 한다. 우리는 운명처럼 만났다.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말씀을 인용하든 나는 친절한 담임이 되겠다는 서약을 하든 친절함과 단호함을 확실히 하는 담임이 되겠다 든가, 지각이나 복장등 생활지도가 기본중의 기본이라든가. 청소시간등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협력하지 않는 자는 용서를 안하겠다든가 등등 2월말에 첫날 첫시간에 아이들에게 해줄말을 미리미리 스마트폰에 메모해 두었다가 최대한 엄숙한 상태에서 담임 훈화를 한다.

훈화를 하고 난 후 '첫날 첫마음'이라는 주제로 짧은 글을 쓰게 한다. '1년간의 나의 각오'라든지 '고3으로 생활한다는 것' '중학생이 된 나의 각오' '고등학생이 되어서' 등등의 주제로 짧은 글을 쓰게 하면 아이들은 심각해지면서 글을 잘 쓴다. 글을 쓰는 종이는 담임이 노트를 한권씩 사서 선물해주어도 좋고, 편지지나 예븐 메모장에 써서 제출하도록 하면 좋다. 쓴 글을 걷어오게 하여 담임이 일일이 읽으면서 아이들과 공감하고, 마지막에 담임 사인도 해준다. 짧은 멘트를 하나씩 써준다면 금상첨화.

노트를 사 준 경우는 수시로 하는 담임 훈화를 적도록 하면 좋다. 모둠을 나누어 놨으니 월요일은 수성모둠 화요일은 금성모둠 수요일은 지구모둠 목요일은 화성모둠 금요일은 목성모둠 이렇게 모둠장이 걷어오라고 하여 담임이 읽어보고 사인을 해준다. 가끔씩 아이들에게 정호승의 '항아리' 같은 좋은 글을 나누어 주고 읽고 난후 소감을 노트에 쓰라고 하면 자신을 반성하면서 좋은 글을 쓴다.

이렇게 첫날이 저물어 간다. 첫날 담임은 우리 교실엘 수십번 갔다와야 한다. 아이들에게 우리 담임이 정말 우리에게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켜주는 첫날이다. 이렇게 하면서 아이들에게 믿음을 주고, 아이들은 담임을 좋아하게 되고, 담임은 우리반속으로 점점 더 빠져든다.

아이들 파악을 하려면 개개인별로 아이들을 만나보아야 한다. 수시로 아이들의 안색과 눈빛을 살피며 아이들에게 '어디 아픈 곳 있니?' '어제 밤에 늦게 잤어?' '중학교 생활 적응 잘 돼?' '고3 되니까 긴장되지?' 등 아이들의 안부를 묻는 말을 수시로 해준다. 담임의 넛지 효과다. 아이들과의 친밀감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면서 곧바로 아이들과의 첫상담을 시작한다.

첫상담 날짜와 시간을 아이들에게 공지하여 아이들의 공부 계획에 차질이 없게 배려한다. 그냥 담임이 편한 시간에 아이들을 부르는 것보다 아이들을 배려해야 한다. 첫상담때 아이들과 무슨 대화를 할까를 생각하면서 상담용 질문지를 만든다. 약20개정도 만들면 이 질문들을 가지고 상담을 하면 빠트리는 이야기 없이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첫상담은 짦고 굵게 해야한다. 끝번호까지 한바퀴를 도는게 중요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끝낸다.

모둠별 집단상담을 할 수도 있다. 여건이 가능하다면 모둠별로 방과후에 남겨서 집단상담을 한다. 집단상담프로그램을 구안하여 재미있고 의미있게 진행한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모둠별로 선생님 집으로 초대를 해서 하루밤을 같이 지내는 방법도 있다. 우리반이 5개 모둠이라면 5일만 투자하면 확실하게 아이들을 내손안에 두고 1년을 생활할 수 있다. 짜장면을 사주든 피자를 사주든 담임 수당 13만원을 다 쓰면 된다.

깨끗하면 안 버린다. 교실이 깨끗해야 아이들도 밝아진다. 청소도 모둠별로 구역을 정해 돌아가면서 하도록 한다. 먼지나 티끌이 하나 없는 반을 만들자는 서로간에 다짐을 하면서 최대한 교실을 깨끗이 하면 아이들도 잘 따라준다. 그래서 처음이 중요하다. 처음에 잘못 길들여지면 1년내내 돼지우리에서 사는 반이 된다. 여학생반 같은 경우 어느날은 스카치테이프를 일일이 나누어주고 반대로 동그라게 접어서 교실 바닥에 있는 머리카락을 잡아보라고 한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기도 하고 반성도 한다.

학급의 이벤트도 많이 만들어서 진행하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아이들의 생일을 전수조사하여 월별로 생일잔치를 해주면서 반전체가 축하해주면서 노는 시간을 갖는다. 이런 이벤트는 항상 아이들 눈높이에서 담임이 생각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난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서툴더라도 그냥 시행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지나가기 때문이다. 친구 도시락을 싸와서 모둠별로 나누어 먹는 추억의 도시락 시간, 사자성어로 친구의 장점 표현해보기. 돌아가면서 우리반 일기 쓰고 리플 달기, 자율학습때 촛불 켜놓고 공부해보기 등등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우리반 앨범을 인터넷에 만든다. 어느 모둠에게 시켜서 우리반의 모든 행사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면 훌륭한 우리의 추억거리가 된다. 학기초에 나누어준 노트에 아이들이 쓴 좋은 글을 우리반 블로그 게시판에 올려 공유하고 리플도 단다. 생일잔치때 음식해먹는 사진, 활짝핀 목련나무 아래서 모둠별로 찍을 사진, 체험학습 사진, 체육대회 사진 등 1년간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다.

체육대회, 수학여행, 체험학습 학교의 모든 행사는 학생들에게는 일생에 한번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교사들은 매년 하는 행사지만 아이들에게는 일생일대 딱 한번의 추억을 쌓은 소중한 행사이기 때문에 담임은 최대한 머리를 짜내어 이벤트를 만든다. 체육대회때 모조리 예선탈락하고 할일 없이 천막아래 쭈그리고 앉아 있을 수도 있다. 이 때를 대비하여 한바퀴 돌고 배구공 잡기, 신발 던져서 상자에 넣기, 영어 알파벳이 가장 많이 들어간 사람 찾아오기, 모둠별로 990원 먼저 맞추기, 모둠별로 혁띠등 끈으로 연결하여 가장 길게 만들기, 모둠별 여왕벌 잡기 닭싸움 등을 준비하면 재미있게 아이들과 놀 수 있다.

불광불급이다. 미쳐야 미칠 수 있다. 담임으로서 우리 반에 푹빠져서 1년을 생활한다면 담임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