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뷰(OhmyView)>는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의 눈높이로 제품을 꼼꼼히 따져보는 기사입니다. 대상은 따로 없습니다. 자동차든, 휴대폰이든, 금융상품이든...가장 친소비자적인 시각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또 이 공간은 각 분야에 관심있는 전문블로거나 시민기자 등 누구에게도 열려있습니다. - 편집자 말


 삼성전자에서 자체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 바다를 탑재한 웨이브2
 삼성전자에서 자체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 바다를 탑재한 웨이브2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바다폰'이 1년 만에 한국에 왔다. 삼성전자에서 자체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OS) '바다(Bada)'를 장착한 스마트폰 '웨이브2(SHW-M210S)'가 이달 초 SK텔레콤을 통해 한국에 '조용히' 상륙했다. 국내 출시가 늦어진 탓도 있지만 갤럭시S 등 새 스마트폰을 내놓을 때마다 요란했던 분위기를 감안하면 조촐한 데뷔였다.  

삼성에선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웨이브폰을 500만 대나 팔았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 '바다'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다. 지난 1년 사이 애플 아이폰(iOS)과 구글 안드로이드 OS 진영의 양자 구도는 더 확고해졌다. 자체 플랫폼인 '심비안'을 고집해온 '1위 사업자' 노키아마저 최근 MS '윈도폰7' 대열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독자 OS 생존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삼성전자 스스로 안드로이드 보급의 일등공신이었다. 삼성은 지난 14일(현지시각) 개막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2011)에도 '갤럭시S2'와 갤럭시탭10.1을 발표하며 안드로이드 OS를 전면에 내세웠다. 비록 '바다 개발자 데이'에서 차세대 버전(웨이브2는 1.2버전)인 '바다 2.0'을 공개하고 NFC(근거리 무선 통신) 기능을 단 '웨이브578'도 발표했지만 무게감은 크게 못 미쳤다

명색이 삼성 안방인 한국 시장이지만 바다폰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때 '외산 폰의 무덤'이라 불렸지만 이젠 오히려 애플 아이폰, 구글 안드로이드 같은 '외국산'이 장악한 한국은 안방이라기보다 적지에 가깝다.

과연 바다폰은 '후발주자'의 한계를 딛고 한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앱 스토어 경쟁에서 '에코시스템' 형성에 실패한 윈도모바일이나 심비안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삼성 '에코시스템'의 첫 시험대가 될 '웨이브2'를 사흘 동안 직접 체험해 봤다.

[사용자 환경] 안드로이드+햅틱?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삼성전자 안드로이드폰 갤럭시K(왼쪽)와 바다폰 웨이브2
 삼성전자 안드로이드폰 갤럭시K(왼쪽)와 바다폰 웨이브2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웨이브2'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익숙함'이었다. 1년 전 아이폰으로 바꾸기 전 애니콜 휴대폰을 오랫동안 써온 탓인지 '메뉴' 버튼 좌우에 붙은 '통화', '종료' 버튼부터 눈에 익었다. 사용자 환경(UI)은 갤럭시S와 비슷했다. 삼성이 한국형 안드로이드 폰을 만든다며 갤럭시 시리즈에 기존 풀터치폰 햅틱 UI를 결합했듯, 웨이브2 역시 두 가지 특성을 결합시켰다.

메인 화면은 달력, 날씨, 검색 등 '위젯'으로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홈' 화면과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모아놓은 '메뉴' 화면으로 나뉘어 있었다. 메뉴 화면은 3단(3×4) 배열이어서 4단 구성인 아이폰이나 갤럭시S에 비해 단조로운 느낌을 줬고 화면 아래 고정 메뉴도 3개만 설정할 수 있었다.

'음악', '비디오플레이어', '내 파일', '이메일' 등 기본 메뉴는 아이콘 형태로 배치해 놓았을 뿐 기존 피처폰 메뉴 구성 방식과 비슷했다. '음악' 메뉴로 들어가 기능 버튼을 누르면 '음악 공유', '벨소리 설정' 같은 숨은 메뉴가 뜨고, 파일관리자 격인 '내 파일'에선 이동, 복사, 삭제, 이름 변경 같은 메뉴가 나타나는 식이다.

직관성을 강조해 아이들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아이폰과 달리 메뉴 체계가 복잡하다보니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아이폰에 굳이 사용 설명서가 필요 없다면 적어도 웨이브2에겐 170쪽짜리 사용 설명서는 필수처럼 보였다.  

 웨이브2 트위터 앱(왼쪽)과 천지인 한글자판
 웨이브2 트위터 앱(왼쪽)과 천지인 한글자판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하드웨어] 70만 원대 중저가에 갤럭시S 성능

하드웨어 면에서는 크게 나무랄 데는 없었다. '슈퍼 아몰레드'가 3.7인치 '슈퍼 클리어' LCD로 바뀐 정도를 제외하면 지난해 5월 출시된 웨이브(S8500)와 웨이브2 사이에 외형상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몸통을 플라스틱 대신 금속을 사용해 견고해 보였고 아이폰에 비해 좌우폭이 좁아 길쭉해 보이는 디자인도 무난했다.

1GHz 중앙처리장치에 500만 화소 카메라를 사용했고 갤럭시S에 빠졌던 플래시는 어두운 실내에서 조명등으로 써도 될 만큼 꽤 밝았다. 다만 지상파 DMB 시청을 하려면 외장 안테나를 따로 꽂아야 하는 불편이 있었고 내장 메모리가 2GB에 불과해 32GB까지 확장 가능한 외장 메모리는 필수였다. 웨이브2 국내 출시 가격이 갤럭시S보다 20만 원 정도 싼 70만 원대 후반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하드웨어면에서 가격 경쟁력은 갖췄다.

[애플리케이션] 운영체제는 한국형, 앱스토어는 외국형?

사흘 동안 가장 눈여겨 본 건 기본 애플리케이션과 '삼성 앱스'였다. 기본 앱들은 T스토어, T맵 같은 SK텔레콤 제공 앱들 외에 삼성전자에서 직접 만든 페이스북, 트위터 앱이 기본 제공되고 있었다. 웨이브2가 내세우는 '소셜 허브'를 통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문자메시지(SMS), 주소록, 이메일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었고 '미디어 브라우저'를 사용하면 저장된 사진들을 이용해 동영상을 만들거나 사진을 바로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업로드할 수 있는 기능도 눈에 띄었다. 

갤럭시S 같은 안드로이드폰과 눈에 띄는 차이점은 역시 구글 맵이나 구글 검색 같은 구글 전용 앱들이 기본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튜브가 기본 설치돼 있긴 하지만 전용 앱이 아니라 모바일 웹사이트 연결에 불과했다. 바다 기본 웹브라우저인 '돌핀'에서 구글을 기본 검색 엔진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검색 위젯은 구글뿐 아니라 네이트, 네이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었다.  

삼성 앱스가 독립된 것도 눈에 띈다. 갤럭시 시리즈에선 '삼성 앱스'가 SK텔레콤 T스토어나 KT 올레마켓 등 이통사 앱스토어에 '숍 인 숍'으로 입점한 형태였다. 아쉽게도 리뷰 폰에 SK텔레콤 유심(USIM) 지원이 안 돼 T스토어 접속은 할 수 없었지만 삼성 앱스는 와이파이로 접속할 수 있었다.    

2월 16일 현재 삼성 앱스에는 엔터테인먼트, E북, 게임 등 13개 카테고리에 2100여 개 앱들이 등록돼 있었다. 바다폰이 처음 시장에 나온 지난해 5월 앱이 200여 개였음을 감안하면 9개월 사이에 10배로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SK텔레콤 T스토어에 있는 6500개 정도 앱을 활용하면 수적으로 부족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블랙베리로 유명한 RIM '앱 월드'에 등록된 앱도 아직 1만여 개에 불과하다.

다만 앱 숫자만으로 삼성식 에코시스템 검증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당장 유럽 등 해외 시장 안착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언어뿐 아니라 지역성, 실용성 면에서 한국 사용자가 쓸 만한 앱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서울버스'나 '지하철'처럼 실용적인 콘텐츠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유아용 '다음 키즈짱' 외에 그나마 조선일보, 동아일보, 연합뉴스, 씨네21 같은 뉴스 앱들이 대부분이었다.

 삼성 앱스 카테고리 구성과 앱 다운로드 모습
 삼성 앱스 카테고리 구성과 앱 다운로드 모습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애플-구글 싸움에 독자 OS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이제 막 바다폰이 한국에 나온 상황에서 한글 앱 부족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다행히 웨이브2 등장을 계기로 농협이 바다용 스마트뱅킹 서비스를 내놓았고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비롯한 유명 앱들도 바다용이 나올 거라는 소식도 들린다.

바다폰의 승패는 결국 앞으로 국내 개발자들이 얼마나 삼성 '에코시스템'에 자발적으로 뛰어드느냐 달렸다. 삼성은 지난해 초 한글과컴퓨터 창업 멤버인 강태진 전무를 영입한 뒤 세계 각지에서 '바다 개발자 데이'와 앱 콘테스트를 통해 개발자 영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기존 삼성 피처폰을 바다 OS로 바꾸겠다는 '미끼'만으로 개발자들의 자발성을 끌어내긴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은 15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도 바다 개발자 데이 행사를 열고 '바다2.0'을 처음 공개했다. '바다 2.0'에서는 여러 가지 작업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휴대폰으로 교통카드 충전, 주차료 정산과 같은 모바일 결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NFC)', 음성 인식 기능 등을 추가했다. 삼성전자는 NFC 기능이 포함된 웨이브578도 함께 공개하고 바다 2.0 탑재 폰도 3분기에 선보이는 등 바다 탑재 단말기를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바다폰' 눈여겨봐도 '선택'이 쉽지 않은 까닭

 15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크레스(MWC2011)'에서 삼성전자가 주최한 '바다 개발자 데이' 행사에 참석한 개발자들.
 15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크레스(MWC2011)'에서 삼성전자가 주최한 '바다 개발자 데이' 행사에 참석한 개발자들.
ⓒ 삼성전자

관련사진보기


이처럼 바다 플랫폼은 기술적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에코시스템' 성공까지 장담할 수 없다. 국내 앱 개발자들조차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용 앱 개발을 최우선으로 하고 윈도우폰7조차 '옵션' 정도로 여기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바다 OS가 낄 자리는 너무 좁아 보인다. 

강태진 전무는 지난해 5월 서울디지털포럼에서 PC 시장에서 MS 윈도 독점의 폐해를 지적하며 "개발자는 하나에 맞춰 개발하는 게 좋겠지만 소비자는 다양한 OS가 나와야 이익"이라면서 새로운 모바일 OS와 에코시스템 필요성을 강조했다.(관련기사:"'바다폰'만으론 에코시스템 성공 장담 못해" )

바다 OS엔 애플, 구글 등 외국 기업들의 모바일 주도권 경쟁에 국내 업체가 도전한다는 기대감이 크지만 자칫 심비안이나 윈도모바일처럼 중도에 꼬리를 내릴 경우 삼성 옴니아2 사례처럼 앱 지원이 사실상 중단돼 애꿎은 소비자들이 그 피해를 뒤집어 써야 한다.

3일간 짧은 만남으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과 같은 삼성의 자가 발전식 '에코시스템'만으로 한국에 바다 OS가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다. 지금 한국 소비자들은 이미 시행착오를 충분히 거쳤고 그만큼 스마트폰 선택의 폭도 1년 전보다 훨씬 넓어졌기 때문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