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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 한국에 온 영국남자 '메브', 펭귄을 닮은 그녀 '펭귄'과 사랑에 빠졌다. 메브의 실제 연인이자 이 만화의 작가인 펭귄은 소소하고도 리얼한 둘만의 연애담을 솔직 발랄하게 그려내기 시작했다. 남녀의 차이, 문화의 차이, 언어와 성격에서 오는 온갖 오해와 사건이 유쾌하다.

특히 엉뚱하고 장난기 많은 메브의 일거수일투족이야말로 작품의 백미. 축구 심판이 오심을 하면 "심판, 눈 못해요. 심판 안경 필요해요"라고 말하고, 펭귄을 웃기려고 아무 데서나 엉덩이춤을 추다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특하게도 슈퍼맨을 '짱남자'라고 즉석 번역할 만큼 우리말 실력이 늘고 있고, 김치 숙성도를 척척 알아낼 만큼 '한국 달인'이 됐다.


'장난왕' 메브와 '복수왕' 펭귄이 아옹다옹 벌이는 깜찍한 일상인 <펭귄 러브스 메브(Penguin loves Mev)>. '한국을 사랑하는 남자 메브'와 '만화를 사랑하는 여자 펭귄'이 만들어내는 화학반응이 사랑스럽다. 지난 8월 28일 서울 신촌에서 <펭귄 러브스 메브>의 작가 '펭귄'을 만났다. 작가의 요청에 따라 '펭귄'이라는 필명으로만 소개한다.

학업을 포기하게 만든 '만화가의 길'

"정식 데뷔한 지 1년이 채 안 돼요. 사실 아직까지 작가라 불리는 것도 어색해요. 그런데 갈수록 독자분들도 늘고, 일도 들어오고, 돈도 받고(웃음). 신기해요.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죠. 재미있어요."

자신의 만화가 이토록 사랑받을 줄이야. 그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그녀는 수줍게 웃었다. 일기를 끼적이듯 시험 삼아 블로그에 올렸던 만화. 한 발 더 용기를 내어 한 포털사이트의 '도전 만화가' 코너에 연재를 시작했는데 차츰 인기가 생겨 정식 데뷔까지 하게 됐다. 지난 5월에는 첫 단행본 출간 기념 팬 사인회도 열었다. 그사이 팬 카페 회원수가 1만 명을 훌쩍 넘었다.

 만화 'Penguin loves Mev'
 만화 'Penguin loves Mev'
ⓒ 홍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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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대학생이었던 그녀. 그림이 아닌 프로그래밍과 친한 컴퓨터과 학과생이었다. 그러다 2학년이던 2008년, 휴학을 하면서 취미 삼아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사실 그녀의 오랜 꿈은 따로 있었다. <마린 블루스>의 정철연 작가처럼 자신만의 일상툰을 그리는 만화가가 되는 것.

"진짜 열심히 그렸어요. 한 1년 동안 그냥 아마추어로. 처음에는 확신이 없었지만 열심히 하면 직업으로 할 수 있겠다 싶어 결심했죠. 제 인생에서 진짜 뭔가 열심히 해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운이 좋았죠."

아무런 보장도 비전도 없었지만 절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그 결과 꿈에 그리던 만화가가 된 펭귄. 학업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과감히 학교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나서게 됐다.

오해 많던 국제연애, 국제결혼

메브와는 본래 온라인 친구였다. 한국에 들어와 영어 강사 일을 시작하게 된 그의 서울 가이드 역할을 맡으면서 둘은 만나게 됐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됐다.

"메브는 착하고 진짜 순진하고, 만화 성격 그대로예요. 다만 만화에서보다는 숫기가 많죠."

메브는 그녀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자 팬이다. 펭귄이 만화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네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라며 기운을 북돋아준 고마운 사람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만화화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면서도 실은 은근히 즐긴다는 메브다. 웹툰 덕에 메브의 팬도 꽤 늘었다.

 만화 'Penguin loves mev'
 만화 'Penguin loves mev'
ⓒ 홍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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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펭귄 러브스 메브>가 사랑받은 큰 이유는 흔치 않은 국제연애가 소재여서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펭귄 자신이 곤혹스러운 상황도 많았다. 외국인과의 연애를 좋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일부 사람들 때문이다. 실제로 웹툰 연재 초기에는 일부 악의적인 댓글에 마음을 상하기도 했고, 길거리에서 "왜 외국인 남자를 만나느냐"며 대놓고 시비를 걸어오는 아저씨들 때문에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하지만 제 만화를 통해 국제연애나 국제결혼에 대한 편견을 오히려 털어냈다는 독자분들도 계세요. 그럴 때면 가슴 속 깊이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죠."
  
사귄 지 3년 반쯤 되던 올해 초, 메브는 지방의 한 대학으로 직장을 옮기게 됐고, 두 사람은 결혼을 결심했다. 메브는 서른하나, 펭귄은 스물다섯의 나이였다. 그리고 지난 7월, 그리스 사이프러스 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처음부터 메브의 됨됨이를 잘 알고 계셨던 부모님은 기꺼이 축복해 주셨다. '펭메' 커플의 연애스토리인 시즌 1이 끝나고 결혼생활인 시즌 2가 시작된 것이다.

"기분 좋아지는 만화" 그리고파

최근 스탬프와 스티커, 엽서 등 <펭귄 러브스 메브> 관련 각종 팬시 상품들이 출시되면서 웹툰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펭귄 작가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엽서들
 펭귄 작가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엽서들
ⓒ 홍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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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이 독자분들 덕이에요. 제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좋아해주는 팬분들이 계셔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고요."

만화를 그리는 일이 너무너무 재미있고,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은 그보다 몇 배 더 신기하고 재미있다니 천생 만화가다. 내공이 쌓인다면 앞으로 극화나 스토리 만화에 도전해 팬들에게 전혀 다른 모습의 '펭귄'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단다.

그리고 이 스물다섯 발랄한 아가씨, 아니 '새댁'의 만화는 계속해서 성장 중이다. 연애에서 결혼으로 사랑이 무르익어가듯 그녀의 작품 역시 더 무성하게 자라나기를. 언젠가 둘만의 2세가 태어난다면 <펭귄 러브스 메브>의 시즌 3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하시라.

"보고 나면 기분 좋아지는 이야기, 그런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미미한 힘이지만 여러분께 기운을 드릴 수 있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어요. 지켜봐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규장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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