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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아직 석 달이 남았지만 한 해가 기울어져 감을 느낀다. 올해는 첫 학부모가 되는 해였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 혼자서, 스스로, 무엇이든 해보려는 것을 지켜보는 시간이었다.

이제 정말 사회생활 시작이라는 생각, 1학년 때가 중요하니 엄마가 잘 챙겨야 한다는 말들, 유치원 선생님과는 또 다른 담임선생님, 알 수 없는 아이만의 시간들로 채워진 일년이 지나고 나니 결국 아이의 몫이었구나 싶다.
 
 송주현의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담임입니다'
 송주현의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담임입니다"
ⓒ 낮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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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이 처음이라 마음이 복잡한 엄마들이 많다. 지금 1학년 자녀를 둔 엄마들은 내가 잘 한 걸까 고민하고, 7살 자녀를 둔 엄마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한다. 이런 엄마들을 마음 놓게 하는 책이 있다. 엄마는 모르는 초등 1학년의 학교생활을 알려준다는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이다.

이 책은 엄마들을 부추기지 않는다. 그저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묵묵히 바라보라고 말한다. 25년차 현직 초등교사인 송주현 선생님이 쓰신 이 책은 2016년에 출판되어 올해 3쇄를 찍었으니 아이들이 입학할 때마다 나같이 설레고 긴장되는 엄마들의 손길 덕분이 아닌가 싶다. 책의 시작은 이러하다.
 
20년 넘게 교사로서 아이들을 만나 오면서,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교사의 열정이나 부모의 욕심으로 크는 게 아니라,
될 대로 되는 존재라는 것을요.
'아이들은 미완성의 존재'라는 생각이
부모와 교사를 힘들게 하고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을요.

아이들은 저 멀리 있는 '완성'이라는
표지판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아이들 각각은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완결'되지 않았을 뿐이지요. -p. 7
 
오랫동안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담임을 맡으며 느꼈던 바를, 소규모 학교 1학년 8명의 아이들(후엔 2명이 전학 가서 6명이 된)의 생활을 통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칭찬, 경쟁, 선행학습, 일기, 독서, 사회성, 친구, 욕망, 논쟁, 독립, 흥미, 왕따, 반장 등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 속에 아이들의 어떤 마음이 숨어 있는지, 그것이 아이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담임선생님인 자신은 어떻게 대처했는지 조곤조곤 들려준다.

선생님의 글을 보며 부모인 나는 아이들의 삶을 어떤 마음으로 지켜보고 대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생각했다.
 
내가 어느 한쪽 편을 들어 주는 순간,
반대편의 아이들은 그 아이를 공격할 것이다.
그 아이가 미워서라기보다는 선생님의 사랑을 빼앗겨 불안하기 때문이다.
동생이 미워서가 아니라 엄마를 빼앗겼다는 불안감 때문에
동생에게 적대적으로 구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난 대부분 멀찍이서 아이들 사이의 역학 관계를 지켜보다가
누군가의 상처가 임계점에 다다르는 것 같으면
그제야 살짝 끼어들어 판을 바꿔 준다.
웬만하면 아이들 관계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것은
내가 편하고 싶은 속내도 있지만,
어느 정도의 방임이 아이들이 자기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아이들의 사회성은
선생이나 부모의 일방적인 가르침이나 훈수가 아닌,
친구들과의 쌍방 교류를 통해 더 잘 만들어지는 것이다. -p.158
 
우리집의 경우 아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싸우는 경우가 왕왕 있다. 서로 목소리가 커지면 빠른 상황 종료를 위해 싸우면 못 놀게 한다는 엄포를 놓거나,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잘잘못을 따져가며 혼을 내곤 한다. 이 무한한 반복을 끊고 아이들 스스로 조율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도 부모의 몫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된 3월, 다른 엄마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영어학원에 보내느냐는 것이었다. 2학기가 되고는 공부방은 안 가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놀이터에서 놀라치면 금세 들어오는 아이에게 왜 벌써 오냐 물으면 친구들이 다 학원가고 없단다.

이런 아이들의 현실은 곧 부모의 욕망이다. 내 아이가 선행을 하면 공부가 쉽게 느껴지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음으로써 더욱 잘할 수 있다는 기대와 욕망인 것이다. 그러나 먼저 배워서 아는 것은 출발선이 다르므로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진하고 정직한 아이들 세계에서 이는 인정받을 일이 아니라 시기를 받고 왕따를 당할 일일 수도 있다고 선생님은 말한다.

또 반장이 필요하지도 않은 1학년 아이들이 반장이 되고 싶어 하는 것 또한 학교에서조차 권력을 잡길 바라는 부모의 욕망이 반영된 것은 아닌지 우리에게 묻는다.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며 원치도 않는 부모의 욕망을 따르라고 가르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부모들의 욕망에서 아이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른의 역할임을 이 책은 알려준다. 부모의 욕망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망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일임을 이야기한다.

송주현 선생님은 1학년 교실은 가정의 틀에서 벗어난 아이들이 자신의 욕망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실험실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엄마의 욕망과 맞물려있던 자신의 욕망에서 벗어나 진짜 자기 욕망을 찾아가며 주체적인 한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는 시간인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노력하고, 선택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이들에게 필요하다. 우리가 아이들의 독립성을 지켜주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바라보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채로 성장하게 되면 자신의 가치를 자동차나 집의 가격으로 매기는 것 외의 방법을 알지 못하는 어른이 된다.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지 못하니 소유물로 대체하는 것이다. -p.172
 
내가 실제 1학년 학부모여서 그럴까? 책을 읽으며 가슴이 뜨끔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에게 스트레스 주는 뻔한 부모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나 역시 편하자고 마음대로 아이를 진두지휘하는 엄마였다. 나 같은 독자를 선생님은 위로한다.
 
6∼7년간 아이를 키우는 내내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수없이 되묻고 고민해 왔을 테지만,
아이를 학교에 보내게 되면서
부모들은 다시 그 질문 앞에 새로이 서게 됩니다.(중략)
부모들은 자신의 양육 방식이 맞는지 늘 자신 없어 하지만,
일부러 아이를 나쁘게 키우는 부모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세상 모든 1학년 아이들의 현재 모습은
부모님이 최선을 다해 키운 결과입니다.
어느 누구도 거기에 대고 '잘했다', '잘못했다'라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중략)
낳았으니 길러야 하고 이왕 기르는 것 더 잘 기르고 싶어
자신의 삶을 기꺼이 희생하는
교실 밖 모성애를 향한 격려와 위로이기도 합니다. -p.11
 
눈물이 핑 돈다. 나는 희생하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버팀목이고 싶다. 내 부모가 보기에 내가 성에 차지 않거나 믿음직한 자녀가 아니었을지라도 이렇게 굳건히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스스로의 선택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것임을 우리는 믿어야 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꽤나 어릴 적부터 '나 다 컸다'고 생각했다. 어떤 상황이든 나름의 판단과 생각이 있었고, 부모의 말에 반발심이 들기도 했다. 우리 아이 역시 그럴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를 사랑한다. 그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어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생존이 부모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본능적인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계산적으로 생각하고 싶진 않다. 아이들의 짧은 인생은 부모로 가득했기에 절대적인 것이 아닐까?

세상과의 많은 관계들이 생겨날수록 부모에 대한 절대적인 마음도 줄어들겠지만 아직은 많은 일에 부모의 허락을 구하고, 눈치를 보며, 사랑받길 원한다. 가끔은 아이가 왜 그러는지 혹은 어떻게 될지 뻔할지라도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도록 지켜봐야겠다. 이제 아이 인생의 주도권은 아이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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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배우고 싶은 두 아이의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