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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년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하는 말들이 있다.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뜻의 삼포세대는 옛말이다. 이젠 취업과 내 집 마련도 포기한 오포세대, 희망과 인간관계까지도 포기한 칠포세대까지 등장하니 2030세대의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청년들이 좌절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며 자신의 삶은 꾸려나간다. 소소하더라도 확실한 자신의 행복을 찾으며(소확행), 미래 또는 남을 생각하지 않고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한다(욜로). 미래를 위해 지금을 참고 견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행복을 위해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맞추려 노력한다(워라밸).

한 마디로 말하면 '적당히 벌고 잘 살기' 아닐까? 사회적 기준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자신의 기준에 따라 '잘' 사는 것, 이것이 젊은이들이 찾아낸 라이프 스타일이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보려 애쓴 누군가를 통해 우리도 우리만의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적당히 벌고 잘 살기' 위해 10년간의 직장생활을 그만 둔 청년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 있다.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적당히 벌고 잘 살기> 표지
 <적당히 벌고 잘 살기> 표지
ⓒ 슬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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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벌고 잘 살기>의 작가 김진선은 공부와 쉼, 일의 균형을 맞추는 실험을 하며 새로운 일하기 모델을 탐구했다. 2년간의 탐구와 실험을 통해 그녀는 자신만의 삶을 찾아 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서 살고 있는 공동체들 소개하며 삶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자신에게 맞는 삶을 찾아갈 용기를 준다.

느리지만 자기 일을 멋지게 해내는 사람을 뜻하는 출판사 '슬로비'는 자신만의 재능과 잠재력으로 신나는 삶을 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고 하니 그러한 출판사의 취지에 딱 맞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작가 김진선은 가치관이 뚜렷하다. 별 뜻 없었다고 하지만 비영리단체 '아름다운가게'를 첫 일터로 삼았으며, 이후 네이버에서 해피빈 서비스를 기획·운영하며 공익 콘텐츠를 발굴하는 일을 했다.

그럼에도 반복적인 회사 생활에 회의를 느껴 인문학 공동체에서 공부를 하게 된 그녀는 회사에서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협동조합'에 대한 스터디를 시작한다. 공부는 질문을 남겼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공부를 마치고 이후 함께 공부했던 11명 중 9명이 이직을 하거나 전혀 다른 일로 옮겨갔단다. 질문은 답을 찾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함께 공부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공부와 밥과 우정의 공동체'를 표방하는 인문학 공동체 '남산강학원+감이당'이 그러하다. 적게 벌고 적게 쓰는 공동체 생활을 하며 함께 공부하고 내공이 쌓이면 강의, 출판을 통해 자립이 가능한 곳이다.

이곳에서의 공부를 통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고민한 작가는 친구들과 함께 답을 찾아나가기로 한다. 현재 7명의 문화기획자들로 이루어진 '십년후 연구소'는 '스스로 재미있고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가급적 '많은 친구'와 '생계를 유지할 수단'으로 하고 싶었단다.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옥상 흰색 방수페인팅을 통해 에너지 절감을 꾀하는 '화이트루프 쿨시티', 한글그래픽 티셔츠를 상품화하는 '입는한글'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그렇게 친구들과 재미있는 일을 꾸리며 살아가는 공동체도 있다. 마르쉐친구들은 도시형 장터를 운영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친구가 되는 시장, 농부와 요리사와 수공예작가들의 자립적 삶의 기술을 응원하며 서로가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시장, 이벤트가 아닌 일상으로 자리매김하는 시장을 꿈꾸며 재미있을 만큼만 일을 키운다는 마르쉐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마르쉐친구들처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가치로 일을 만들고, 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 네이버 메인페이지에 공익 콘텐츠를 선정해서 소개하는 일을 했던 작가는 복지단체나 공익단체 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가 혁신적인 방법으로 빈곤이나 환경 등의 사회 문제를 풀어가는 것을 보았다. 대학교를 돌며 전공 서적 벼룩시장을 열었던 '테이블 마운틴', 동네에 헌책방을 열어 각종 소모임과 뮤지션들의 공연도 하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등을 보며 가능성도 엿보았다.

정답은 없다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재활용 소재로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 신발 한 켤레가 팔릴 때마다 빈곤 지역 아이들에게 한 켤레씩 기부하는 탐스슈즈, 인도의 폐지와 폐비닐을 가져와 재활용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공정무역 기업 홀스티 역시 가치를 추구하는 사업을 벌인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꿋꿋하게 가치와 의미를 잃지 않고 나아가는 기업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희망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p.157
 
작가 김진선은 그들에게 힘을 얻어 자기 삶의 가치를 찾아낸다. 그리고 자신처럼 회사를 나와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작은 인생 학교'라고 할 수 있는 책모임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위해 일을 벌이는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소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저 혼자 살아내기 어렵고 막막한, 적게 일하면서도 잘 살고 싶은 사람들에겐 말이다.

작가는 책 전반에 걸쳐 적게 쓰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동주거를 통해 주거비를 절약하고, 소비에 의미를 두는 삶이 아닌 최소화하는 삶을 보여준다. 소비가 줄면 적게 벌어도 되고, 적게 일해도 된다. 이것이 행복이다. 그 행복 안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적당히 벌며 잘 사는' 방법이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정답은 없었다. 각자에게 맞는 가치를 찾아내어 행동하는 것, 그것이 정답이다. 적게 벌고 적게 소비하는 삶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소박한 삶을 꾸리는 사람도 있겠다. 내면을 채우기 위해 공동체 속에서 최소한의 소비를 하며 공부하는 삶을 택한 사람도 있다.

공통점은 단 하나, 물질로 향해있던 가치를 정신으로 되돌리는 것. 절망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삶인지도 모른다. 잘 살고 싶은 이여, <적당히 벌고 잘 살기>를 읽으며 잘 사는 방법을 얻어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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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배우고 싶은 두 아이의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