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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새벽 화재로 사망자 7명을 비롯해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종로 한 고시원 내부 모습. 원룸은 1.5평 규모로 1인용 침대와 책상, 의자가 간신히 들어가는 규모다.(사진 출처: 고시원 홈페이지)
 9일 새벽 화재로 사망자 7명을 비롯해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종로 한 고시원 내부 모습. 원룸은 1.5평 규모로 1인용 침대와 책상, 의자가 간신히 들어가는 규모다. (사진 출처: 고시원 홈페이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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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의 고시원에 놀러 가 하루 잠을 청한 적이 있었다. 고시원 중에서는 나름 넓은 방이었지만 단 하루 머무는 것조차 불편할 정도로 사람이 살기엔 열악한 수준이었다. 창문이 존재하지 않다 보니 볕은 기본이고 환기도 전혀 되지 않았다. 개인 화장실도 없어 공공 화장실을 써야 했다.

잠만 잘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지만, 주거 공간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말 그대로 '집다운 집'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나는 고시원에서 잠을 청하는 동안 거의 사람이 죽어 눕는 '관'과 같다고 느꼈다.

이 때문인지 11월 9일 2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한 종로 고시원 화재 사건에 대해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사망한 이들 중 일부는 창문조차 없는 방에 거주하다 탈출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고시원은 금전적 여유가 부족할 때 최후의 보루로 선택하게 되는 공간이다. 잠을 잘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갖추고 있으며 보증금 없이도 살 수 있는 유일한 주거 공간이기 때문이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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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기사를 통해 나는 청년층의 행복주택 일화를 이야기하며, 몸을 뉠 수 있는 방 한 칸의 절실함에 대해 토로했던 바 있다. (관련 기사 : 본인들 집이라면, 쓰레기 소각장 옆에 지었을까?) 이번 사건을 접하며 '대한민국 하늘 아래 제대로 된 방 한 칸을 원하는 이들이 나 하나가 아니란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오히려 나보다 더욱 절실한 이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낡은 건물에 대한 소방법의 미비 등 화재 발생 원인 자체의 문제도 심각하다. 조속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앞서 근본적인 주택 정책에 대한 필요성을 생각해본다.

누군가 세상을 떠나는 일은 언제나 마음이 아프다. 안타까운 사고로 잃지 않아도 될 목숨을 잃는 것은 더욱 애통하다. 이번 사건이 안타깝게 다가오는 이유는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인재라는 점 때문이다. 주거 취약 지역의 화재 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 초 경남 밀양 세종병원과 종로5가 여관 화재 사건 등이 줄줄이 떠오른다.

이러한 사건, 사고와 관련해 글을 작성했던 기억만 올해 서너 번은 넘는 듯하다. 그때마다 나는 사고에 관한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시정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유사한 사고가 반복될 것임을 적어 내려갔다. 분명 우려했던 일임에도 막을 수 없었다는 현실을 마주하며 무력함을 느낀다.
 
 9일 새벽 화재로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 관수동 고시원 앞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들이 놓여 있다. 이날 헌화한 윤성로 전국세입자협회 국장은 "나도 10년 전에 두 달간 고시원에 살았는데 옆 방에서 자는 사람 코고는 소리까지 들리는 열악한 공간이었다"면서 "(오늘 희생자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찾아오게 됐다"고 밝혔다.
 9일 새벽 화재로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 관수동 고시원 앞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들이 놓여 있다. 이날 헌화한 윤성로 전국세입자협회 국장은 "나도 10년 전에 두 달간 고시원에 살았는데 옆 방에서 자는 사람 코고는 소리까지 들리는 열악한 공간이었다"면서 "(오늘 희생자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찾아오게 됐다"고 밝혔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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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취약 계층에 대한 주택 정책이 탄탄하게 설계되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주거 취약계층에게 창문 한 뼘이나마 달린, 사람이 살 수 있는 집다운 집이 제공되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창문조차 없는 작은 방 한 칸에서 유명을 달리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집을 가지지 못한 무주택자들이 주택을 가질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게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주거권을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누리고 있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지난 5월 방한한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인권이사회 적정주거특별보고관은 "정부가 주거권을 인권으로 인식하여 국가적인 주거 복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주거 취약계층의 안전사고는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가 10월 24일 발표한 자료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통계청과 토지주택연구원, 한국도시연구소가 2017년 5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수행한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피스텔을 제외하고 고시원, 고시텔 등 비주택에 거주하는 인구는 37만여 명(수도권 19만 가구, 지방 18만 가구)이다. 1인 기준 14제곱미터인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의 비율이 무려 49.2%에 달했다. 하지만 내년도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안 '주거 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내년도 주택도시기금의 주택계정 예산안은 전년 대비 1689억 원이 감소한 25조 2635억 원이다. 이 중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관련 예산은 2.2%, 국민임대주택의 경우는 9.4%로 매우 낮은 편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현재 최저 소득계층에 해당하는 주거급여 수급가구 중 공공임대주택 거주 비율은 26.6%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디 이제라도 정부가 '주거권은 인권'이라는 인식을 두고 공공임대주택 확대, 주거 취약계층 전세 임대 지원 등 관련 제도에 대한 확충과 보완 대책을 조속히 세우고 이행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것은 단순한 투정이 아니다. '또 이렇게 죽어 나갈 수많은 이들의 아까운 죽음을 이젠 좀 막아달라'는 간절한 호소다.

사람이 죽으면 관 한 짝의 공간만이 공평하게 주어진다지만, 사는 동안 그런 공간에서 삶을 누리다 가는 이것만큼 쓸쓸한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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