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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ie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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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누가 임금이 되어야 하는가

<푸른 호루스의 눈동자 1>
 이누도 치에
 이소현 옮김
 pixie house
 2018.10.25.

 
"네 생각대로 살거라, 셉수트. 네 운명은 네 거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냐. 하지만 너라면 분명히 괜찮을 거다. 너처럼 강한 딸을 낳은 걸, 이 어미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단다." (46쪽)

우리 마음 한 곳에 갑갑한 기운이 흐른다면, 우리가 사는 마을이나 나라에도 갑갑한 기운이 모여서 갑갑한 일이 벌어지리라 느낍니다. 우리 마음이 어디로 보더라도 탁 트이거나 밝은 기운이 흐르면, 우리가 사는 마을이며 나라에는 늘 탁 트이면서 밝은 기운이 흐르겠지요.

<푸른 호루스의 눈동자> 첫걸음을 읽습니다. 옛자취를 오늘 눈으로 새롭게 그리는 이야기인데, 사내라는 씨여야 임금 자리를 물려받고, 가시내라는 씨는 임금 자리를 물려받을 수 없는 틀을 옳지 않다고 여기는 셈수트라는 사람이 나옵니다.

사내가 댈 수 없도록 똑똑하고 씩씩하고 기운차더라도 가시내여서 안 된다고 한다면, 아무리 어리숙하거나 덜떨어져도 사내만 임금 자리에 오를 수 있다면, 사내랑 가시내는 어떤 마음이나 보람으로 살아갈까요?

몸에 따라서 자리를 가른다면, 돈이나 이름이나 얼굴에 따라서도 자리를 가르겠지요. 이러면서 꿍꿍이나 뒷돈이나 뒷셈이 판치는 흐름이 생길 테고요. 오늘 우리 삶터를 보면 아직도 금긋기나 줄대기가 판쳐요. 돈으로도 가르고 졸업장이나 얼굴로도 가르지요.

우리는 앞으로 맑은 눈빛으로 서로 바라보면서 밝은 마음으로 삶을 짓는 사랑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옛자취를 읽고 오늘걸음을 살피면서 앞길이 새로울 수 있도록 슬기롭게 어우러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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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원씨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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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몸이 바뀐 두 사람

<나는 마리 안에 1>
 오시미 슈조
 장지연 옮김
 대원씨아이
 2015.10.31.

 
'다 알 수 있구나. 쳐다보는 걸. 그렇다면 이제껏 내가 쳐다본 것도 다 들켰겠네?' (74쪽)

'낙서 따윈 하나도 없고, 성실하구나, 마리 씨는. 내 교과서는 온통 낙서투성이였는데.' (94쪽)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는 눈이 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은 누가 나를 쳐다보는 줄 뻔히 느낍니다. 뻔히 느끼면서도 모른 척하거나 못 느낀 척하지요. 그런데 적잖은 사람들은 멀쩡히 지나가는 사람을 자꾸 쳐다보거나 키들거립니다. 그들 키들거리는 치들은 저희를 두고 누가 키들거리거나 자꾸 쳐다보면 즐거울까요?

<나는 마리 안에> 첫걸음을 읽으면, 시골에서 살던 아이가 대학생이 되어 서울(도쿄)로 애써 왔으나, 아무런 꿈도 빛도 찾아볼 수 없어서 벼랑에서 굴러떨어졌는데, 편의점에서 자주 스치는 고운 아가씨에 마음이 홀린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만화 이야기를 새로 폅니다. 벼랑에서 굴러떨어졌다고 여겨 마구잡이로 지내던 갓 스물이 넘은 대학생은 어느 날 아침에 깨어 보니 '마음이 홀린 아가씨 몸'에 제 넋이 들어갔어요. 넋은 그대로인데 몸이 바뀌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고운 아가씨 몸에 깃든 넋은 어디로? '나'였다고 여긴 몸이 사라지고 '넘볼 수조차 없이 빛나는 아가씨 몸'에 내 넋이 깃들어 버렸다면, 나 스스로 나는 쓰레기와 같다고 여긴 사내가 더없이 맑고 고운 아가씨 몸을 움직이는 넋이 되었다면, 누가 '나'이고, 누가 '나 아닌 숨결'일까요? 길을 잊은 사내는 길을 아예 잃어버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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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K c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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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사랑하는 이 곁에서 별바라기

<별을 지키는 개>
 무라카미 다카시
 안지아 옮김
 AK comics
 2017.3.25.
"내가 기운이 없는 건 결코 돈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야." (39쪽)

"오늘은 별이 참 많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수많은 별의 목소리가 들리는구나." (67쪽)

하루가 바쁘면 낮에도 해가 하늘에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잊기 일쑤입니다. 해를 보면서 날을 살피지 못하고, 시계를 들여다보면서 날을 살피지요. 하루가 고단하면 밤에도 별이 하늘을 밝히는지 안 밝히는지 모르기 마련입니다. 별을 보면서 밤을 헤아리지 못하고, 다시 시계를 쳐다보면서 늦었구나 하고 여기지요.

<별을 지키는 개>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동안 잃었던 마음과 삶과 사랑과 하루와 꿈을 뒤늦게 살피면서 하나씩 찾아나서려고 합니다. 퍽 오랫동안 잊고 지낸 마음을 되찾느라고, 여태 놓치고 산 사랑을 이제부터 생각하려고,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흘려보낸 삶을 한 발짝씩 떼느라고, 다 다르면서 다 같은 몸짓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걸음걸이 곁에 개가 한 마리씩 있어요. 사람들 곁에 있는 개는, 개라는 짐승이기도 하지만, 이 지구라는 별에 사람만 살지 않는다는, 개를 비롯해 고양이도 돼지도 소도, 풀벌레랑 새랑 벌나비도, 냇물이랑 바닷물도, 구름이랑 비도, 눈이랑 번개도 고루 있는 줄 알려주는 자그마한 벗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은 어느 나라나 마을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곳은 지구라는 별에서 어느 한켠입니다. 너른 우주 가운데 하나를 이루는 별에서 살아가는 숨결이 사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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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 편집자로 일하면서, 전남 고흥에서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를 꾸립니다.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읽는 우리말 사전》《골목빛》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