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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매직' 복수비자 발급 가능케 했다"
"땡큐 박항서"... 베트남 국민, 한국의 복수비자 허용에 환호"


위 문구들은 베트남 국민 복수비자 허용을 마치 박항서 감독이 일으킨 베트남 축구 열풍 때문이라고 착각하게 한다. 사실일까?

법무부는 오는 12월 3일부터 신남방국가와의 인적교류 활성화 및 방한 관광객 확대를 위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업인에 대해 10년 유효 복수비자를 도입하는 등 복수비자 대상을 확대·시행할 예정이다.

여기에서 신남방국가는 베트남 한 나라만이 아니라, 입국 시 비자가 필요한 미얀마, 캄보디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라오스, 네팔, 파키스탄, 필리핀, 베트남, 인도, 방글라데시 등 무려 11개국이나 된다. 그런데 유독 베트남을 박항서 감독과 연결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아전인수 격이다. 
 
여권 법무부는 오는 12월 3일부터 신남방국가 전문직업인에 대해 10년 유효 복수비자를 도입하는 등 복수비자 대상을 확대·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여권 법무부는 오는 12월 3일부터 신남방국가 전문직업인에 대해 10년 유효 복수비자를 도입하는 등 복수비자 대상을 확대·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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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은 U23대회에서 준우승하고,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오르더니, 스즈키컵에서는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베트남에서 박 감독 열풍은 한국이 2002년 당시 히딩크 감독을 영웅시하던 모습과 닮았다. 그 열풍을 언론은 2002년과 연결시키며, 박 감독을 '쌀딩크'라 부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의 입국허가 여부 및 사증발급과 관련한 주권 행사를 한 개인의 위상이 좌지우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법무부에 따르면 신남방국가와의 상호교류는 올해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방한 신남방국가 관광객 수 역시 올해 10월말 기준 전년 동기대비 13.8% 증가했다. 법무부는 케이팝(K-POP) 등 한류의 영향으로 신남방국가 국민의 방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유효기간 10년의 단기방문(C-3) 복수비자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모든 해당국 모든 국민이 그런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다. 불법체류나 불법취업 등 국내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적은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전문직업인과 국내 4년제 대학 학사 이상 또는 해외 석사학위 이상을 소지한 사람에 한정된다. 즉, 본국에서 안정적 생활기반을 갖고 있는 이들이 복수비자 발급 대상이지, 해당국 모든 국민이 아니라는 말이다. 반면, 소득수준이 높은 하노이, 호치민, 다낭 거주민의 경우 유효기간 5년의 단기방문(C-3) 복수비자 발급 대상에 포함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 영향으로 '축구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법무부가 복수비자 발급을 결정한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화장품·헤어스타일·의류 ·한식 등 한류 콘텐츠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구매력이 있는 베트남 국민의 방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득수준이 비교적 높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베트남 국민에게 복수비자를 발급하는 것이다. 참고로 2017년 베트남 1인당 평균 연간소득은 2300달러다. 호치민은 5538달러, 하노이는 3500달러로,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대부분의 가정이 맞벌이 가정이라는 측면에서 가구소득은 더 많다고 봐야 한다. 

언론들이 신남방국가들 중 유독 베트남만 집어서 박항서와 연결시킨 데는 법무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보도자료에서 박항서 감독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다시 2002년 월드컵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모두가 붉은 악마가 돼야 했고, 축구에 미쳐야 했던 그 시절. 축구를 즐기는 주체는 축구팬이 아닌 국민이어야만 했다. 박항서 열풍도 마찬가지다. 축구 변방이던 동아시아의 생소한 축구를 볼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으나, 재미로 봐야 할 축구를 또 다시 국가주의를 호소하는 도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닌지 성찰해 봐야 한다. 

박항서 열풍을 대하는 시선이 최소한 2002년과는 달라야 한다. '한국인', '한국계' 등으로 핏줄을 강조하며 자긍심을 찾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워할 것은 그것 아니라도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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