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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2002년 결혼중개소를 통해 남편 김아무개(50대)씨를 소개 받아 아이를 낳고 살았다. 결혼 후 베트남에 있는 두 여동생을 초청했다. A의 동생인 B는 형부 김씨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 당했다. 또다른 동생 C 또한 입국하던 날 김씨에게 성폭행 당했다. 성폭행을 거부하다 고막이 파열되어 청력을 상실했고, 임신과 낙태를 하기도 했다.

가해자 김씨는 처제들이 성관계를 거부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아내 A를 구타했다. 묶어놓고 때리기도 했고, 쇠파이프와 주먹으로 사정없이 구타했다고 한다. 처제들이 없을 때는 3개월에 한 번 정도 폭행했으나 처제들 입국 후에는 한 달에 세 차례 정도 매질했다. 김씨는 비좁은 생활 공간에서 세 자매를 번갈아가며 성폭행했다. 또 처제들을 인근 농장에서 일하도록 하고, 수시로 찾아가서 성폭행을 저질렀다.

위 이야기는 '베트남인 처제 상습 성폭행한 형부' 사건으로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사건 개요다. 흔히 말하듯 '짐승보다 못한 짓'을 서슴지 않았던 김씨는 2011년 1월에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한 남자가 저지른 이 일은 한국 사회 결혼이주민들의 열악한 인권 현실을 살피게 하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언론은 이 소식을 사건사고 정도로 다뤘다. 결혼이주민들이 이런 일에 처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살피지 않았다. 이 사건을 제대로 책임 지지 않은 건 국가도 마찬가지였다.

'은밀하게' 사건에 접근하고자 하는 태도에서 세 자매의 인권이나 사건의 실체는 간 곳 없었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후 입만 열면 '죽고 싶다'던 피해자들과 그 일로 마음에 상처를 입고 분노하던 베트남 국민에게 정부가 나서서 사과하는 일은 언감생심이었다. 사실상 인신매매와 성폭행이 벌어진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최소한의 약속조차 없었다.

피해자의 고막 복원 수술과 출산, 체류 연장, 귀국 등에 아무런 지원도 없었다. 어떤 지원책을 마련한다고 나서던 정부 관계자들에게 피해자들은 뭔가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었지 목적이 아니었다. 권력자들은 뭔가 하는 시늉이 필요했고, 단지 언론이 잠잠해지기만을 바라는 듯했다.
 
굳은 표정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굳은 표정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1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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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들, 베트남 여자 선호'... 여성이 물건입니까?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결혼이주여성을 비롯한 한국 사회 이주민을 바라보는 권력의 시선, 인식의 천박함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대표가 지난 3일 친딩중 베트남 경제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입에 올린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이야기가 그렇다.

이날 이 대표는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친딩중 경제부총리를 만나 한국·베트남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은 베트남의 가장 큰 투자국이다. 베트남은 남북 동시수교국이자, 북한의 전통적 우방으로 한반도 평화정책에 중요한 당사자다. 그런 면에서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경제부총리와 여당 대표의 만남은 이상할 게 없다.

이 자리에서 친딩중 부총리는 "많은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 남자와 결혼했고,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한 뒤, '한국과의 관계는 아주 특별한 관계'라고 했다. 이에 이해찬 대표는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을 많이 하는데, 다른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아주 선호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 발언을 두고 '여성을 상품화 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몰이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현근택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야당의 말꼬리 잡기 식 비판이 너무 과하다"라며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다문화 인구동태에 따르면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 중 27.7%를 차지해 1위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친딩중) 부총리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실제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10월 통계월보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 체류외국인은 237만 명이다. 그 중 베트남 국적 결혼이민자는 4만 2천 명으로 여성이 95%(4만)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대표가 이러한 통계를 알고 있어서 말했다기보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그의 인식을 드러냈다고 보는 게 맞다. '베트남 여성들을 선호하는 편'이라는 발언은 한국사회 기득권 남성들이 갖고 있는 인식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을 비롯한 캄보디아, 필리핀 국적 여성들과의 결혼 과정에서 불거졌던 인신매매와 인권침해 논란은 대한민국이 회피해선 안 될 부끄러운 일이다. 일반적인 한국인들은 원정 성매매로 물의를 일으키는 남성들에 대해서 분노하고 부끄러워한다. 반면, 결혼에 이르면 남성뿐만 아니라 이주여성까지 비난한다. 이런 이중성은 '여럿 중에서 어떤 것을 특별히 좋아함'을 뜻하는 '선호'라는 단어에 그대로 묻어있다. 결혼이주여성을 마치 '골라잡을' 수 있는 상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1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다문화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1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다문화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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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차별과 편견 없는 다문화 사회'를 원한다면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 함께 했던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베트남 여성 결혼 선호'라는 말이 "최근 베트남 여성들에 대한 한국 내 가정 폭력 문제도 많다는 점 등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변명으로 솔직하지 못한 태도다.

이주민 활동가의 입장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아쉬운 모습을 종종 보여왔다. 지난 11월 29일 더불어민주당은 여의도 중앙당사 2층에서 다문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자리에서 이해찬 대표가 참석해 당직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축사를 했다. 그는 "다문화 가족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하여 제도와 관행의 개선, 국민적인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는 선두 역할을 다문화위원회가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문화위원회는 국내 체류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족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을 위한 정책수립과 제반활동을 목표로 출범한 위원회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체류 외국인 중 가장 많은 이주노동자와 재외동포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짚지 않았다. 다문화가족을 강조했을 뿐이다. 다문화위원회가 꾸려졌다고 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이유다.

강신성 전 다문화위원회 위원장은 이임사에서 지방선거에서 다문화위원회 부위원장 다섯 명이 당선되었다는 점을 성과로 꼽았다. 더불어 대선 기간 동안 다문화선거인단을 꾸려 활동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민주당이 현장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당 정책에 반영하는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펴는 것 같진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다문화위원회 부위원장들에게 월 5만 원의 직책 당비를 요구했다. 다문화위원회에서 발언권을 높여야 할 구성원들, 현장 전문가들 중 박봉 등으로 인해 직책당비를 감당할 만한 여력이 없는 이들은 위원회 구성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해찬 대표가 임명장을 수여했다고 해서 현장 목소리를 경청할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베트남과 교류협력을 논하면서도 상대방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여성을 상품화하는 부적절한 발언이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다문화시대에 대한 좀 더 폭넓고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이주민에 대한 철학도 없고, 이해도 없다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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