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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비정규직 대표 100인 기자회견에서 이태성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한전산업개발 발전지부 사무처장은 "오늘도 또 동료를 잃었다"라며 울먹였습니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비정규직 대표 100인 기자회견에서 이태성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한전산업개발 발전지부 사무처장은 "오늘도 또 동료를 잃었다"라며 울먹였습니다.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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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20년차 비정규직 노동자다. 전 오늘 동료를 잃었다. 25살의 꽃다운 젊은 청춘이 석탄을 이송하는 설비에 끼어 머리와 몸이 분리돼 사망했다. 혼자 근무하다 사고가 발생해, 그가 사망한 시간이 정확히 언제인지도 알 수 없다. 밤 10시에 연락 두절이 된 뒤, 새벽 3시 22분쯤에서야 발견됐다."

이태성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한전산업개발 발전지부 사무처장은 울먹이며 이야기했다(관련 기사 : 태안화력발전소 20대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그가 동료를 잃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도 동료 한 명이 기계에 끼여 머리가 파열돼 사망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또 다시 그는 동료의 죽음을 겪은 것이다. 그가 쓴 안전모에는 '발전소 위험의 외주화'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그는 "지난 10월 18일 국정감사장에서 정규직 안 해도 좋으니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다"라며 "그런데 오늘 또 동료를 잃었다, 이제 더 이상 제 옆에서 동료가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라고 말하며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입술을 꽉 깨물며 눈물을 참으려 해도 안경 아래로 눈물이 떨어졌다.

이 사무처장은 이어 "하청 노동자도 국민이다"라며 "더 이상 죽지 않게 하는 길은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기자회견을 연 기간제 교사, 재택집배원, 엘리베이터 수리기사, 자동차 판매원 등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눈물을 훔쳤다.

'비정규직 그만쓰개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하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1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사회 노동의 현주소를 고발하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 비정규직 100인에는 대학원생부터 대학비정규 강사, 대리운전 노동자, 마트노동자, 환경미화 노동자 등이 포함됐다.

발전 노동자의 절박한 호소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KT 하청업체 노동자 김철수씨는 울먹이며 자신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전봇대와 맨홀 등에서 KT 통신시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김철수씨는 "맨홀 안에서 작업하고 올라오다 차에 치여 맨홀 속에 떨어져 죽은 동료를 제가 밧줄로 끌어올린 적이 있다"라며 "119를 타고 대학병원을 가는 내내 손을 주물렀지만 현장 즉사라는 판정을 받았다"라고 했다. 그는 "당시 KT협력업체는 감추기 급급했을 뿐, 산업재해 처리도 해주지 않으려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100인 "1년 6개월 기다렸지만 바뀐 것 없어"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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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노동존중'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변한 게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인천공항을 방문해서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철폐한다고 하고 세월호 참사로 숨진 기간제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겠다고 했을 때, 펑펑 울었다"라며 "이게 나라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이들은 이어 "기다려달라고 해서 기다렸다"라며 "하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현장은 달라진 게 없다"라고 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정부의 최우선 가치는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며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될 수 없다고 했다"라며 "발전소 사망 중대재해 중 97%가 하청업체 노동자이고 조선소, 제철소,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죽는 노동자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공공부문에서는 자회사를 통한 '가짜 정규직 전환'을 하고 있고 민간영역에서는 해고를 하고 있다"라며 "정규직화 제로시대"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개혁에 앞장서겠다고, 10대 재벌그룹 불법파견을 바로잡아 좋은 일자리 40만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라며 "하지만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2월 31일자로 해고되고 현대차 계약직 노동자는 노조 가입을 했다고 해고되는데 불법파견을 저지른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 한국지엠 카허카젬 사장 등 재벌 총수는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지난달 12일 출범한 뒤, 4박 5일 동안 청와대, 국회, 대검찰청 앞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용자를 처벌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의 응답은 전무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런 답이 없다"라며 "재벌 총수들은 청와대로 부르고, 자영업·중소기업체 사장들은 광화문 한 호프집으로 불러 이야기 해놓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왜 만나지 않나"라고 했다.

김 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해가 가기 전에 비정규직과 만나야 한다"라며 "대통령이 말한 비정규직 제로 시대, 함께 잘 사는 포용 국가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동시에 불법파견의 정규직 전환과 사용자 처벌, 공공부문의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노조법 2조 개정(노동자와 사용자 개념 확대)과 파견법·기간제법 폐기 등도 요구했다.

이들은 오는 21일까지 면담 요청에 대한 답을 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답이 없을 시 21일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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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신지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