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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바라는 내용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바라는 내용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8.4.11
ⓒ 김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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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이었다. 아빠는 집 바깥에서 노동했고, 엄마는 집 안에서 가사와 육아를 했다. 돌이켜보면 집 안에서 목소리가 가장 컸던 사람은 아빠였고, 그만큼 가족의 중요한 결정도 대부분 남성 중심적인 사고에 기초한 경우가 많았다. 그때마다 엄마는 고분고분 아빠의 말을 잘 듣는 작은 목소리, 혹은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가 자라 결혼을 하고,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어린 시절 엄마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집안일이, 육아가 이렇게 힘든데 왜 아빠에게 함께 하자고 말하지 못했을까 원망과 동시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엄마가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결혼 후 남편이 집안일을 함께 해주어 일손을 덜긴 했지만, '육아'는 오롯이 내가 담당해야 했다. 처음이기에 서툴고 생소했던 육아에 대해서, 모든 일들을 혼자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은 항상 긴장되고 두려웠다. 아이는 3시간마다 깼고, 자연스레 수면 부족과 함께 기본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외출은 생각도 못하는 고립된 생활이 이어졌다. 육아가 고문처럼 느껴졌다. 아이에게 미안했다.
   
독박육아에 지쳐있던 내게 손을 내밀어준 것은 한겨레에 연재되던 한 편의 글이었다. 어느 날 장하나 전 국회의원의 한겨레 연재글 '엄마정치'를 읽게 되었는데, 글 속에 담겨있는 어떤 강력한 위로의 메시지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내가 겪고 있는 불합리한 부분들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글의 말미에 적혀있던 장하나 전 의원의 '우리 만납시다'라는 말을 읽고 나는 펑펑 울었다.

이후, 2017년 6월 11일, 드디어 '정치하는엄마들'이라는 단체의 창립총회가 열렸고, 그 날 나는 정치하는엄마가 되었다. 처음 접한 '정치하는엄마들' 활동은 그동안 내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 투성이었다. 한 명씩 마이크를 들고 돌아가며 육아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고, 함께 있던 사람들은 서로의 마음을 잘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도, 울기도 했다. 토론을 진행할 때는 맨 뒤편에 있던 아이들이 북적거렸지만, 아무도 불편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정치하는엄마들의 정관은 나를 매료시켰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엄마들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로 모든 엄마가 차별받지 않는 성평등, 사회 모든 아이가 사람답게 사는 복지 사회, 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비폭력 사회,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옹호하는 생태 사회를 목표로 정치활동을 한다'는 것을 가장 큰 방향성으로 삼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안에는 여러 가지 소모임이 있었는데, 먼저 함께 책을 읽었다. 내가 함께한 소모임은 <엄마들의 책장>이라는 독서모임이었다. 주말에 하루 시간을 내어 다른 엄마들과 페미니즘, 가사노동, 육아, 교육과 관련된 책을 읽고, 그림책이나 영화 등을 통해서도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눴다.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큰 배움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함께 비슷한 고민을 하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힘이 되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는 서로의 힘을 모아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국회로, 청와대 앞으로,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칼퇴근법과 보육 추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이 나의 첫 외침이었다. 그 자리엔 남편과 아이도 함께 해주었다.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 앞에 서니 떨리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엄마들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 고맙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자유발언에 손을 들었다. 떨려서인지, 절박했던 마음 때문인지 발언을 하며 울컥하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신문과 뉴스에는 우리 가족의 모습이 실렸고, 많은 사람들의 댓글이 달렸다. 기사와 댓글들을 읽으며 내가 외친 말 한마디가 사회적인 이슈로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이로써 직접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치하는엄마로서 활동을 이어오면서 엄마들의 답답한 독박육아 현실을 더욱 가까이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한 대리인들, 직업 정치인들은 출산과 육아에 대해 근본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다. 최근 김성태 의원이 내년부터 출산지원장려금으로 250만원을 지급하겠다며 외쳤던 출산주도성장론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동떨어진 문제인식을 보여준 사례다. 진정으로 여성의 독박육아를 해결하고 출산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은 출산수당 지급뿐만 아니라 부모가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는 정책이다.

일례로 스웨덴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과 남성 모두 일과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 아빠 할당제를 통해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제도의 틀을 바꾸고 성별 분업을 해체시켰다. 즉, 그들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오히려 '성평등'에 먼저 집중했고, 그 결과 스웨덴은 1.89명(2017년 기준)대 출산율을 유지한다. 세계 최상위권이다. 초저출산국 한국과는 기본 대응 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물론 아이를 직접 키워보지 않은 이들이 독박육아에 시달리는 엄마들의 고충을 완벽히 이해하고, 출산에서 육아에 이르기까지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속속들이 알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의 당사자인 엄마들이 목소리를 내야하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말한다. 사실 '우리 모두가 엄마'라고. '맘충'과 같은 혐오표현이 들려오는 요즘, 이미 우리는 모두 엄마가 낳은 자식이고, 앞으로 진짜 엄마가 될 수도, 혹은 옆집에 사는 아이의 따뜻한 이웃으로서 엄마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놓쳐온 '엄마의 감수성'을 우리 모두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는 것을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인지 경험하고 있는 요즘이다.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 한 이후로 일상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정은 더욱 민주적으로 변했고, 엄마의 감수성으로 채워진 나의 자존감은 높아졌고, 그만큼 아이를 마주하는 일이 편안해졌다. 이러한 변화가 그냥 생긴 것이 아닌 것을 알기에, 앞으로도 끊임없이 엄마의 목소리로 외치고 싶다. 앞으로 내 목소리를, 정치하는엄마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희망한다. 엄마들이 행복해질수록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마주할 세상도 더욱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서울청년정책LAB 블로그 및 페이스북을 통해 2018년 12월 18일 발행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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