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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그 누가 그랬던가. 나는 좀처럼 수긍할 수 없다. 고생도 고생 나름이다. 경험이 축적되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의 가치가 깎이거나 인권이 침해된다면 더더욱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을 일이다. 자괴감만 적립해봐야 정신건강에 해로울 뿐.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는 <한겨레> 24시팀 기자들이 2017년 12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직접 체험한 노동 현장에 대한 기록이다. 이들은 제조업 주야 맞교대, 콜센터, 초단시간 노동, 배달대행업체 등에 '위장취업'해 실제 근무하며 각 노동 현장과 노동 형태의 모순을 묻고 또 기록했다.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 책표지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 책표지
ⓒ 철수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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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르바이트와 직장 생활을 하며 겪었던 부당한 경험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흘려 넘겼던 일들 중엔 내가 소심해서 따지지 못한 일도 있고, 관행이란 이름으로 널리 행해지는 일들도 있었다. 그것들이 단지 내 개인의 경험이 아닌 사회적 경험이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노동 현장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널리 공유할 수 있길 바란다. 더 많이 쓰여지고, 읽히고, 이야기되었으면 한다. 더 나은 노동 환경을 만드는 것은 결코 특정한 사람들을 위한 일이 아닐 것이다. 모여진 시선으로 우리 모두의 노동 가치와 인권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첫번째 등장하는 노동 현장은 경기 인천 지역의 화장품 및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의 '주야 맞교대' 노동이다. 2007년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교대 근무'를 납이나 자외선과 같은 '2A급' 발암물질로 분류했고, 주야 맞교대를 법으로 제한하는 나라도 있지만, 한국의 야간 노동 형태는 여전히 유지된다.   

책에 실린 고용노동부의 2017년 6월 통계에 따르면, 교대제를 운영하는 제조업 사업장은 2만 261곳이고 이 가운데 70.7%가 2조 2교대를 운영한다고 한다. 불규칙한 노동 패턴은 노동자들의 몸과 삶을 피폐하게 하지만 쉬이 사라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답은 서글프게도, 간단하다. 

"하루 12시간씩 20대의 기계를 돌리는 것보다 24시간 10대의 기계를 돌리는 게 더 '싸게' 먹힌다. 50%가 가산된 야간근로수당을 주더라도 사람을 부리는 비용이 더 적다. 한 푼이 급한 노동자 입장에서도 야간수당은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기계와 노동자의 서글픈 '윈윈'이다."(p22)

누군가는 스스를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부품같다고 자조적으로 말하지만, 기계가 아닌지라 자주 아프다. 한 조사에 따르면, 생산직 노동자 중 근골격계 증상이 1주일 이상 지속된 사람의 비율이 90%에 이른다고 한다. 수면부족은 기본이고, 밤낮으로 바뀌는 생활 패턴으로 사회적 네트워크마저 단절된다. 

이직률이 높은 것은 당연한 귀결 아닐까. 민주노총의 2015년 전국공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단 노동자들의 단기근속 비율(근속연수 1년 미만)은 37.3%에 달한다고 한다. 더욱이 회사는 편리한 해고를 위해 파견업체를 통해 인력을 채용하니, 노동 생산성이 오를래야 오를 수가 없는 구조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한국의 제조업은 여전히 노동력을 갈아 넣는 낡은 방식의 '장시간 저임금 체제'에 기대고 있다"고 말한다. 

"오래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오래 일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을 뿐이다. 노동자들이 장시간 야간 노동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 고민은 저임금 노동에 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져야 한다."(p64)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전체 노동자 임금 중위값의 3분의 2 미만)는 전체 노동자 중 23.7%로 4명 중 1명꼴이라고 한다. 이들에겐 저녁이 있는 삶보다 저녁거리를 살 수 있는 일이 더 필요하다는 말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매해 계속될 최저임금에 대한 논란, 우리는 노동 현장의 모습을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로 등장하는 노동현장은 콜센터다. 국외연구자들은 콜센터를 '화이트칼라 공장'(White-collar Factory), '전자 착취 공장'(Electronic Sweatshop) 등의 이름으로 부른다고 한다.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업무 특성으로 볼 때 콜센터는 컨베이어 벨트 공장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노동은 '상시화된 성과 평가'라는 이름으로 전자 감시된다. 상담원의 통화·대기·휴식 여부, 하루 누적 통화 수 및 통화 시간, 통화당 소요 시간 등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되는 것이다. 이 때 감시당하는 노동자의 감정과 인권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2013년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콜센터 상담원 540명 중 43.7%가 우울증을 비롯한 서비스업 6대질환(하지정맥류, 근골격계 질환, 소화장애, 생리불순, 성대결절)으로 진료를 받은 적이 있고, 약 25%가 우울증 의심군으로 분류됐으며 40%는 사회심리적 건강 고위험군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건강과 맞바꾼 노동이다. 

콜센터는 고객과 만나는 접점에 있으므로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비용 문제로 이 직군을 아웃소싱한다. 당연히 노동 숙련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니 다시 이들의 노동에 대한 감시는 심화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책엔 이외에도 근로기준법이나 기간제법에서 예외 사유로 분류되어 노동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주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 노동권 앞에서는 개인사업자였다가 일할 때는 소속 직원처럼 일하며 위험한 곡예를 해야 하는 배달기사들의 노동 상황들이 실려 있다.

어느 꼭지 하나 마음을 무겁게 하지 않는 것이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삶의 현장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우리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인권이 천연덕스럽게 침해될 때, 나의 인권 역시 필요에 따라 내동댕이쳐질 수 있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책에 실린 노동 현장이 곧 일상인 이들에게 행여 결례가 되진 않을까 조심스럽다. 그러나 우리는 더욱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간절히 기원한다. 부디, 각 노동 현장들의 실태가 널리 알려져 '모두에게' 바람직한 답안을 찾아나갈 수 있기를, 결코 노동을 위해 건강을 포기해야 하는 일은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 - 정밀화로 그려낸 우리 시대 노동자의 삶, 노동orz

노현웅 외 지음, 이재임 그림, 철수와영희(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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