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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먹은 아이도 알지만 일흔 먹은 어른도 어려운 게 실천'이라고 합니다.

일흔 살은 더돼 뵈는 할아버지와 7살쯤 된 손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차량통행이 비교적 적은 한낮에 아파트 앞 교차에 도착했습니다. 두 사람이 집으로 가려면 빨간 신호등이 들어와 있는 교차로를 건너야 했습니다. 좌우를 살피던 할아버지는 오가는 차량이 없자 빨간 신호등이 들어와 있는 교차로를 그냥 건너려는 듯 손자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자신의 손을 잡아끄는 할아버지를 올려다보며 아주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할아버지, 빨간 신호등일 때 건너면 위험해서 안 된대요."라고 했습니다. 아이의 말에 머쓱해진 할아버지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빨간색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뀔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교통신호를 몰라 빨간 신호등이 들어와 있는 교차로를 건너려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빨간 신호등이 들어와 있을 때 교차로를 건너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만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됩니다.

<불교인문주의자의 경전읽기> 
 
 <불교인문주의자의 경전읽기> / 지은이 일지 / 펴낸곳 도서출판 어의운하 / 2019년 1월 10일 / 값 13,000원
 <불교인문주의자의 경전읽기> / 지은이 일지 / 펴낸곳 도서출판 어의운하 / 2019년 1월 10일 / 값 13,000원
ⓒ 도서출판 어의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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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인문주의자의 경전읽기>(지은이 일지, 펴낸곳 도서출판 어의운하)는 자칫 너무 불교적이어서 낯설거나 지루할 수도 있는 여러 경구들을 간추리고 선정해 요즘의 감각과 요즘의 눈높이로 새길 수 있도록 시대적 표현을 덧대 설명한 불교경전 에세이집입니다.

영어나 한자, 어떤 전공분야의 학설이 낯설고 어렵기만한 첫 번째 이유는 그들 전공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는 단어를 잘 모르고, 용어에 내포돼 있는 개념이나 뜻이 생경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글로 된 법전이나 의학 관련 서적은 누구나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읽는다고 해서 다 아는 건 아닙니다. 문장을 이루고 있는 단어, 용어에 담겨 있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읽기는 하였으나 내용은 알지 못하게 됩니다.

불교 경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웬만한 경전들은 한글로 다 번역돼 있습니다. 불교경전에 사용되고 있는 단어와 개념에 대한 이해는 경전에 담겨있는 가르침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전제이자 조건입니다. 경전에 등장하는 단어의 뜻과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며 경전을 읽는다는 것은 전공용어도 제대로 모르면서 전공서적에 써진 한글만을 읽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해탈은 사회화되어야 한다. 불교적 해탈의 사회화하는 명제를 깊이 생각한 불교가 바로 대승불교이다. 현대의 승가와 불교운동가들은 바로 이 불교적 해탈의 사회화라는 과제의 연속성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서재나 강의실에서 고담준론으로 해탈을 논하는 지식인들보다도 오늘도 남의 눈물을 닦아주는 보살행을 쉬지 않는 이들이야말로 불교적 해탈의 사회화를 실천하고 있는 보살들이며 보살인 것이다. -<불교인문주의자의 경전읽기>, 107쪽-
 
아무리 좋은 보양식도 대개의 사람들이 쉬 소화시키지 못하면 널리 애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유능한 조리사가 있어 누구라도 쉬 소화시킬 수 있고, 맛까지 있는 조리한다면 보양식으로서의 가치는 달라질 것입니다.

책에서는 자칫 고두밥으로 지은 밥처럼 입에서만 겉돌 수도 있는 경구들을 누구나 부담 없이 떠먹고 소화시킬 수 있는 미음처럼 풀어 놓았습니다. 인용한 경구마다 팥소를 넣듯 덧붙인 사례와 설명들이 경전을 새기는 행간에 재미라는 맛을 더해줍니다.

책에서는 자칫 불교라는 울타리에만 갇힐 수도 있는 경전을 미움처럼 부드럽고, 팥소처럼 맛나게 읽을 수 있게 꾸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리로만 전해지거나 설법으로만 실천되고 있는 경전 속 가르침을 고명처럼 그러내 다시 한 번 더 강조하며 한국불교의 자화상에 장군죽비를 후려칩니다.

책에서 경전으로 접하는 진의는 깨우침이고, 인문학으로 새기는 내용은 유불선을 관조하는 마음의 평수를 넓혀 줄 여유가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불교인문주의자의 경전읽기> / 지은이 일지 / 펴낸곳 도서출판 어의운하 / 2019년 1월 10일 / 값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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