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9년 이주노동 현장 이슈를 통해 차별이 정당하지 않음과 외국인력 제도 운용상의 문제점들을 살펴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기자 말]
 
 이직 제한과 이동 제한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고용노동부 고용복지센터 외국인 고용허가 안내
 이직 제한과 이동 제한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고용노동부 고용복지센터 외국인 고용허가 안내
ⓒ 고기복

관련사진보기

 
지난 22일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 최종견해 이행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한 이 행사에서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실 과장과 강릉원주대학교 김지혜 교수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고용허가제가 강제노동의 문제를 갖고 있으며, 이는 중대한 문제라는 김 교수의 문제 제기에 대해 외국인력담당 과장은 "고용허가제에 대해 강제노동이라는 말을 하지 말라. '이동제한'이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토론회가 끝나고 관련단체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고용노동부 측 입장을 대변한 외국인력담당 과장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동제한을 당하는 존재는 자유인인가, 아닌가? 자유를 제한하는데 강제가 아니면 뭔가?"
"구금시설에 있는 것도 아니고, 노예도 아닌데 이동제한을 당하는 노동자가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다니 놀랍다"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부분을 '이동제한'이지 '강제노동'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는 고용노동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인신 구속에 가깝게 외국인력 고용허가 지침을 변경했다. '브로커 개입 방지를 위한 사업장변경제도 운영 개선 지침'이라는 이름이었다. 고용노동부는 브로커 개입 방지라고 했지만, 실상은 이주인권단체들의 문제 제기 등에 불만을 갖고 그런 활동을 차단하겠다는 목적이 있었다. 그와 더불어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을 최대한 제한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지침이 변경되자, 구직자인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던 '구인 사업장 명단'이 사라졌다. 한국어가 서툴러 그나마 정보 획득에 도움을 받던 이주노동자들로서는 난감할 노릇이었다. 그와 달리, 고용주에게는 '구직 노동자 명단'이 온갖 정보와 함께 전달되었다. 고용주는 이주노동자를 시장에서 상품 고르듯 선택할 수 있는 반면, 이주노동자는 자신이 원하는 지역이나 직종에서 구직할 수 있는 기회마저 차단당했다.

심지어 구직 제안을 거절하면 2주 동안 구직 행위가 중단될 수도 있어서, 최대 3개월 동안 구직해야 하는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원하지 않는 직장이라도 일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고용허가제가 이미 최대 3회로 이직을 제한하고 있는데도, 이직과 직장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 고용노동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내부 지침까지 변경하며 이주노동자 권리를 침해했다. 

고용노동부는 문제의 지침을 변경하며 관련 지침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이직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위반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주노동자는 한국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지침 변경이 "영세기업이 노동자 부족 현상을 겪고 있고, 그런 사업장을 보호하기 위한 변경이다"라고 주장하여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호응한 정책이었음을 시인했다. 

지침 변경 직후부터 이주노동자 노예 노동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촛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조차 이 지침을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 사장들은 젊다기보다 어린 사람 원해

근력은 짱짱하고, 고향에 있는 아들은 아직 초등학생이다. '마흔', 비록 주위에서 흔히 만나는 이주노동자 중에는 나이든 편에 속하지만, 비엔은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다. 같이 입국했던 동료 중에는 그와 같은 나이가 없지 않았고, 누구도 나이 많다고 타박한 적이 없었다. 최소한 고향을 떠나기 전에는 말이다. 

비엔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사장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나이가 많다는 말을 했을 때, 그냥 웃고 넘겼다. 당시만 해도 서른 초반이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도 같은 나이였는데, 농장에서 둘은 가장 젊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가끔 사장이 일손이 급해 용역업체를 통해서 찾은 사람들은 등이 구부정한 60~70대 할머니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 할머니들은 손이 빠르고 지구력도 좋아서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온갖 수다를 떨면서 자리를 뜰 줄 몰랐고, 젊어서 일 잘한다고 비엔과 그의 동료를 추어올려 주곤 했다. 어쩌다 장을 보러 기숙사로 쓰는 비닐하우스를 벗어날 때 만나는 동네 사람 중에 비엔 보다 어린 사람을 만나는 건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최초 배정받은 농장에서 4년 10개월을 일하고, 재작년 성실근로자로 재입국한 비엔과 동료를 기다리는 건 해고통지였다. 둘이 출국한 석 달 동안 일손이 필요했던 사장은 두 사람보다 젊은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농장을 찾기 시작했다. 비엔은 구직 활동 중에 '나이가 많다'는 소리를 종종 들으면서 사장이 했던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비엔이 보기에 한국 사장들은 젊다기보다 어린 사람을 원했다. 이제 고작 마흔인데, 나이가 많다는 소리에 머리가 다 세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이 많다는 타박을 들으면서도 열심히 구직 활동한 덕택에 비엔은 일자리를 구했고, 그곳에서 일이 없어 해고될 때까지 1년 8개월을 일했다. 지난겨울 이야기였다. 다시 구직활동에 나선 비엔은 구인업체에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한없이 서러웠다. 

실직 후에 고용노동부 고용복지센터에 구직 신청을 했지만, 구인업체에서 먼저 연락 오는 일은 없었다. 용기를 내어 고용복지센터에서 받은 문자로 전화를 할 때마다 상대방은 나이부터 물었다. 결과는 한결같았고, 사장이 무심코 내뱉는 말은 상처가 되었다. 비록 말이 서툴러도 상대방이 하는 말이 주는 느낌까지 모르는 바가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외국인고용허가제에서 구직자는 발가벗겨져 간택 기다리는 신세
 
''나이를 봤는데, 너무 많아요. 22~23이면 모를까….''

어쩌다 한 번 와보라고 연락한 사장도 처음 만나면 나이부터 물었다. 비엔의 나이를 몰라서 묻는 말이 아니었다. 사장들은 고용복지센터로부터 넘겨받아 사진이 붙어 있는 비엔의 구직신청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비엔의 전화번호와 생년월일 말고도 언제 최초 입국했고, 어디에서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이유로 이직했는지 등 한국에서의 모든 이력이 적혀 있었다.

성실근로자로 입국했고, 한 곳에서만 일했다는 이력을 봤으면 국가가 보증하는 성실한 사람이구나 할 수 있겠지만, 면접 볼 때 사장은 비엔이 반반하고 만만한지를 먼저 살폈다. 크게 관심 없지만, 혹시나 해서 불렀는지 아닌지는 눈치로 알 수 있었다. 야무지게 일할 수 있는지를 살피려면 간단하게 호미나 낫을 한 번 쥐어보고 일을 시켜 봐도 될 일이지만,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이주노동자가 구직 신청을 하면 고용복지센터는 이주노동자에게 문자로 구인업체 전화번호를 사흘에 하나만을 알려준다. 반면, 한국인이 고용복지센터에서 구직할 때 업체 전화번호만 알려주지 않는다. 이주노동자와 달리 한국인 구인업체는 구직자가 몇 살인지, 국적이 어딘지, 언제 입국했는지 등의 신상 정보를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동안의 이직 사유까지 다 제공받기 때문에 구인업체나 고용주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이주노동자에겐 애초부터 연락하지 않는다. 설령 연락한다 해도 편견을 갖고 이주노동자를 대할 수밖에 없다. 구인업체는 정보 불균형 속에서 구직자를 퇴짜 놓을지 말지를 이미 결정해 놓고도 미리 연락하는 법이 없다. 이처럼 외국인고용허가제에서 구직자는 발가벗겨져서 간택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고 만다. 

고용노동부는 국적 차별하고 고용주는 나이 차별하는 이주정책 철폐돼야
 
고용복지센터 알선 문자 사업장 전화번호만 적혀 있어서 업종 등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다.
▲ 고용복지센터 알선 문자 사업장 전화번호만 적혀 있어서 업종 등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다.
ⓒ 고기복

관련사진보기

 
고용노동부는 이직 횟수와 그 사유 등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주노동자들의 근무처 변경을 사전에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고용노동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부터 이주노동자가 왜, 어떤 이유로 이전 직장을 그만뒀는지를 알려주는 기막힌 서비스를 고용주에게 함으로써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기준을 완화하여 시행하고 있다. 근로감독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사업장 변경 여부를 결정하던 관행을 막기 위해 사업장 변경 기준을 명확히 했다. 사용자의 임금체불 또는 그 밖에 노동관계법 위반, 월 임금의 30% 이상의 금액을 2개월 이상 지급하지 않거나 지연한 경우, 최저임금법 위반 등이 발생할 경우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기준 완화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 되고 있다. 직업 선택의 자유,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면서 이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정책이라고 우기는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 차별을 당연시하며, '이동제한'일 뿐이라는 말로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결정을 비웃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은 여전히 촛불 이전 정부 사람들이고, 인권이니 국격이니 하는 말은 뒷전이다. 

이제라도 고용노동부는 국적을 차별하고, 고용주는 나이를 차별하는 게 일상인 이주정책은 철폐돼야 한다. 촛불정부라면 응당 바꿔야 한다.

[관련기사]
[2019년 이주노동 현장 이슈 ①] 이완영 의원님, 차별은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2019년 이주노동 현장 이슈 ②] 아파 죽겠는데 호랑이연고... 부끄러운 한국의 민낯
[2019년 이주노동 현장 이슈 ③] 고용노동부 행태, 문재인 정부라고 달라진 건 없었다
[2019년 이주노동 현장 이슈 ④] 인생 걸린 문제, 엉터리 통역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