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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물·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항소심에서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으로 풀려나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9.3.6
 뇌물·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항소심에서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으로 풀려나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9.3.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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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지금부터 고생이지 뭐, 나중에 봅시다."

왼쪽 가슴에 수인번호 '동부(구) 716'이라고 적힌 명찰을 단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원의 보석 허가를 받아들인 직후 지지자들에게 건넨 말이다. 이 전 대통령은 "고생하셨다"라며 다가온 한 지지자의 손을 잡으며 별다른 표정 없이 법정을 돌아본 뒤 피고인 대기실로 빠져나갔다.

보석이 결정되자, MB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은 변호인단과 지지자들을 향해 "고생하셨습니다, 다들"이라며 웃어 보였다. 지지자들은 "재판이 끝났으니 법정에서 나가라"는 법원 경위의 제지에도 이 전 대통령을 보기 위해 피고인석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한 지지자는 "우리 대통령님, 지금이라도 봐야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수감돼 있던 동부구치소로 이동한 뒤 퇴소 절차를 거쳐 풀려날 예정이다.

보석 반대한 검찰, 별다른 반응 보이지 않아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날 열린 속행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병환은 보석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관련기사: 보석 허가한 법원 "집에만 있어야 한다", MB "난 공사 구분하는 사람, 걱정마라").

재판부는 석방을 위해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이 전 대통령이 자택에 머물러야 하며 변호인, 배우자, 직계혈통 외에 접견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또 보증금 10억 원 납부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를 설명하기 직전 "피고인은 아예 증인석에 서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서 증인석으로 이동했다. 양쪽에 앉아 있던 변호인이 피고인석 의자를 빼주자 의자를 잡고 일어난 이 전 대통령은 약간 절뚝이며 증인석으로 걸어갔다. 재판부가 "불편하면 앉아도 된다"고 했으나 선 채로 보석 조건을 듣던 이 전 대통령은 재판부의 설명이 끝날 즈음 의자에 앉았다

설명을 마친 재판부는 10분 동안 휴정해 이 전 대통령과 변호인에게 보석 허가를 받아들일지 논의할 시간을 줬다. 이 전 대통령은 강훈 변호사 등 자신의 변호인단과 4월 8일 구속기간 만료일까지 기다릴지, 아니면 곧바로 구치소를 나갈지 논의했다.

공판 직후 취재진과 만난 강 변호사에 따르면, 휴정 시간 동안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에 "4월 8일에 나가는 게 낫지 않냐"라고 물었다. 또 "(자택에 머물러야 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면) 나를 증거인멸 할 우려가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에게) '그런 게 아니라 대통령일수록 그런 면모를 보여달라고 조건을 가혹하게 단 것'이라고 말씀드리니 이해하셨다"라고 전했다. 또 보석을 위한 보증금 10억 원과 관련해서도 "증권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허가해서 감당할 수 있을 듯"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은 곧장 보석금을 납입했다.

조건부 보석 허가를 받아들인 이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충분히 상의한 것 맞냐"라고 묻자 "예"라고 말했다. 이후 잠시 뜸을 들인 뒤 "숙지했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조건을 이행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구속 전부터 오해 소지가 있는 일은 하지도 않았다, (저는) 철저히 공사를 구분하는 사람이다"라며 강한 어조로 답변했다.

법정에 있던 지지자들은 여러 의견을 내놨다. 한 여성은 "(이 전 대통령을) 구치소 면회보다 더 뵙기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라며 우려를 표했다. 방청석에 앉은 남성은 "아예 보지 말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반면 이날 법정에 온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은 "재판부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수면무호흡증은 이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도 겪어온 지병"이라며 "(병 보석은 아니지만) 한 달이라도 빨리 나오시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보석과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구속만료 이후 심리를 해도 된다는 이유 등으로 보석을 반대한 바 있다.  
 
보석 석방된 이명박 자택 도착 구속 349일만에 보석으로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태운 승용차가 6일 오후 서울 논현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 보석 석방된 이명박 자택 도착 구속 349일만에 보석으로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태운 승용차가 6일 오후 서울 논현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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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집인가 감옥인가 구속 349일만에 보석으로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후 높은 담장이 둘러쳐진 서울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이 전 대통령은 '주거지를 논현동 사저 한 곳으로 한정해 외출 제한' '배우자,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변호인 외에는 접견과 통신 제한' '10억원 보증금' '매주 보석조건 준수 보고서 법원 제출' 4대조건을 지켜야 한다.
▲ 이곳은 집인가 감옥인가 구속 349일만에 보석으로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후 높은 담장이 둘러쳐진 서울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이 전 대통령은 "주거지를 논현동 사저 한 곳으로 한정해 외출 제한" "배우자,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변호인 외에는 접견과 통신 제한" "10억원 보증금" "매주 보석조건 준수 보고서 법원 제출" 4대조건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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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의식한 듯한 재판부 "엄격하게, 엄정하게" 반복

재판부는 여론을 의식한 듯 "엄격한", "엄정한" 등의 표현을 반복해 사용했다.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엄격한 요건 하에 피고인에 대한 보석을 허가한다"라며 "이에 따라 피고인은 법원, 검찰, 관할 경찰서장 등 2중, 3중의 감시를 받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법원은 주심 판사 주재로 '보석조건 준수 여부 점검회의'를 정기적으로 열고 엄정하게 잘 감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 부장판사는 "새로 구성된 항소심 재판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란 역사적 의무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라며 "공소사실 등과 관련해 피고인에 대한 어떠한 편견도 없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석은 무죄 석방이 아니라 엄격한 보석 조건을 지킬 것을 전제로 구치소에서 석방하는 것이다, 구속영장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라며 "피고인이 추후에 보석이 취소돼 재구금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 달라"라고 덧붙였다.

정 부장판사는 검찰을 향해서도 "피고인이 보석 조건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잘 감시하고 보석 조건을 어길 경우 적절히 법원에 협조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또 "1심에서 핵심 증인에 대한 신문이 없었는데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2심에서 (증인 신문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마지막 사실심인 2심에서 핵심 증인에 대한 증인 신문이 불가피하다, 검찰 측도 소재파악을 통해 제때 증인 신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 어쩔 수 없이 '금도' 지키게 된 MB). 필요한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는 최근 법원 정기 인사로 구성원이 모두 교체됐다.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이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이날 재판부는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 구성돼 구속 만기날(4월 8일)에 판결 선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43일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라며 보석 사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교체되기 전 항소심 재판부는 10차례의 공판 기일을 열어 증인신문 일정을 잡기도 했지만, 대부분 증인이 출석하지 않는 등 심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새로 재판부가 구성된 탓에 이날 공판에선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이 각각 PT 자료를 이용해 사건 쟁점을 다시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변호인단이 예정보다 오래 시간을 사용하자 "변호인이 시간을 많이 썼다"라며 "우리가 말을 할 줄 몰라 시간을 적게 쓴 게 아니다, 시간을 좀 지켜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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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