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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성에서 중학교 다니는 딸 정서에게 3년 동안 쓴 손편지를 모아 책으로 펴낸 이선우(오른쪽) 씨와 부인 박미진씨 모습. 부부는 순천에 산다
 보성에서 중학교 다니는 딸 정서에게 3년 동안 쓴 손편지를 모아 책으로 펴낸 이선우(오른쪽) 씨와 부인 박미진씨 모습. 부부는 순천에 산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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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야! 오늘 우리 딸 생일이구나. 할머니 말씀을 빌려 '우리 이쁜 내 새끼! 하늘에서 뚝 떨어졌니? 땅에서 솟았니?' 생일 축하하고 또 축하한다. 네가 아빠 딸로 태어난 것보다 더 감사한 일은 없구나. 아빠는 오늘도 너 때문에 심장이 뛰고 있단다. 네가 기쁘면 함께 기쁘고, 네가 슬프면 함께 슬프고, 네가 아프면 함께 아프고, 네가 행복하면 아빠도 행복하단다"
 
49세 아빠가 딸 생일날 딸에게 보낸 편지다. 연애편지를 이렇게 쓸까? 딸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절히 묻어난다. 필자는 연애편지를 써본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수채화처럼 그려져 있다. 2016년 6월 1일에 지리산 종주 중인 딸에게 보낸 편지 말미에 쓴 글을 보면 그가 얼마나 딸을 사랑하는가를 알 수 있다.
 
"하늘에 저 별을 다 준다 해도 단 일초도 바꿀 수 없는 우리 정서가 지리산 종주하는 셋째 날에 아빠가"
 
필자가 딸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 펴낸 <오늘도 그리워> 저자 이선우씨를 알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글 이야기를 하다 여성 한 분이 "내 동생이 중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3년 동안 매주 편지를 썼는데 책으로 나왔어요"라는 말을 듣고 자세한 전말을 알아보기 위해 만났다.
  
 이선우씨가 외지에서 유학중인 딸에게 보낸 편지를 책으로 냈다. <오늘도 그리워>는 순천에 사는 아버지 이선우씨가 보성에서 3년 동안 중학교 생활하는 딸 이정서 양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 펴낸 책이다.
 이선우씨가 외지에서 유학중인 딸에게 보낸 편지를 책으로 냈다. <오늘도 그리워>는 순천에 사는 아버지 이선우씨가 보성에서 3년 동안 중학교 생활하는 딸 이정서 양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 펴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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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간문인 <오늘도 그리워>는 딸인 정서가 초등학교를 마치고 순천에서 한 시간 거리인 보성 용정중학교로 유학을 가면서부터 시작된다. 학교에서는 1학년을 은하수, 2학년을 북극성, 3학년을 북두칠성이라고 부른다.

아빠가 딸인 정서에게 편지를 쓰게 된 계기가 있었다. 정서 초등학교 시절 오빠를 보성에 있는 중학교에 보내기 위해 상담하러갔다 오면서 가져온 팸플릿을 본 정서가 "중학교는 순천이 아닌 보성에 있는 학교로 가겠다"는 의사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서류면접과 구두면접, 체력장, 성적 등의 까다로운 입학시험 절차를 거치고 합격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정서가 합격했다. 정서가 유학을 떠난 것은 특별히 문제가 있어 떠난 건 아니다. 단순히 인성을 중시하는 학풍이 좋았고 정서의 꿈을 키워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선우씨가 딸한테 보낸 편지는 컴퓨터로 쓴 편지도 있지만 대부분 손으로 쓴 편지다. 아빠의 체온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라나. 정서는 아빠가 보낸 편지를 3년 동안 모아 두고 있었다. 매주 보냈으니 150여 통쯤 된다. 학교를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온 딸이 보석처럼 소중히 간직한 아빠의 편지를 본 엄마가 "책으로 출판하자"고 제안해 나온 결과물이 서간문 형태로 나온 책 <오늘도 그리워>다.

딸에게 편지를 쓰게 된 계기를 묻자 "안쓰럽고 잘 적응할까 걱정됐어요"라며 대답하는 이선우씨가 2016년 3월 2일 보낸 첫 번째 보낸 편지내용이다.
   
 정서 아빠 이선우씨가 외지에서 유학 중인 딸에게 3년 동안 보낸 편지로 150여 통이나 된다.   엄마가 딸이 한 말을 전해준  얘기에 의하면 "지금껏 살면서 아빠의 편지가 최고의 선물"이라고 전해줬다
 정서 아빠 이선우씨가 외지에서 유학 중인 딸에게 3년 동안 보낸 편지로 150여 통이나 된다. 엄마가 딸이 한 말을 전해준 얘기에 의하면 "지금껏 살면서 아빠의 편지가 최고의 선물"이라고 전해줬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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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하루가 지났다. 어제 그리워했던 것처럼 오늘도 몇 번이고 네 방문을 열어보며 너를 생각했다. 이번 주 토요일에 널 본다는 기다림으로 식탁에 놓인 달력을 얼마나 쳐다보는지, 토요일 칸에 인쇄된 숫자 '5'와 '경칩'이라는 글자, 엄마가 적어놓은 '청주오빠 결혼'이라는 글자가 네가 올 때쯤이면 닳아 없어질지 모르겠다. 보는 날까지 모두 건강하자. 몸도 마음도, 너도, 나도, 나보다 더 소중한 피붙이여 사랑한다."
 
이선우씨는 딸이 살아가면서 지켜야할 주옥같은 교훈도 편지글 속에 적었다. 책을 출판하려고 생각하지도 않고 딸에게만 보낸 편지지만 편지글 속에 그의 사람됨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사람은 혼자서만 살 수 없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 그래서 서로 배려하며 나누고 살아야 기쁘다는 것! 함께하는 이들이 행복했을 때 나도 더불어 행복하고, 그것이 '참 행복'이라는 것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회정의와 자연보호 사상에도 상당한 일가견을 가진 그는 한국날씨와 식물의 일생에 대한 깨달음을 딸에게 전수해주고 있다. 미세먼지가 많고 하늘이 뿌연 날 바쁜 일상 때문에 작별인사도 못하고 헤어진 딸에게 보낸 글이다.
 
"정서야! 대부분의 식물은 잎이 먼저 나온 뒤에 꽃이 피는데, 꽃이 핀 후에야 잎이 나오는 벚꽃에 대해 이상하다 생각한 적은 없니? 꽃이 먼저피고 나중에 잎이 나는 것을 '선화후엽(先花後葉)'이라 하는데, 이런 꽃으로는 너도 잘 아는 목련, 산수유, 생강나무, 메화나무, 개나리, 진달래, 벚나무, 산수유, 살구나무, 앵두나무 등이 있단다. 하지만 꽃이 먼저 피고 나중에 잎이 나오고, 잎이 먼저 나오고 후에 꽃이 피고, 꽃과 잎이 동시에 핀다고 해서 무엇이 더 좋고 나쁨의 차이는 없단다. 그저 다를 뿐, 생명은 제각각 소중하고 아름다운 거란다. 꽃이 그렇고 나무가 그렇고, 풀이 그렇고, 새가 그렇고, 동물이 그런 것처럼, 우리 정서도 그렇고, 옆에 친구들도 그렇고, 모두모두 다."
 
"수학 때문에 고민하며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딸의 얘기를 들은 후 "친구를 미워하지 말아라. 미워하는 마음을 품고 있으면 그가 아픈 게 아니고 미움을 담고 있는 네 마음이 아프단다"라고 편지를 쓴 그는 사회정의를 대하는 분명한 기준을 제시했다. 됨됨이와 아무런 관계없는 점수를 가지고 무시하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우리 집 거실 책장 옆에 아빠가 써 붙여놓은 글 있지? 정의, 옳은 것을 옳다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는 것을 기억해라. 그리고 아빠가 진정 부탁하건대 성적이 좀 좋지 않다고 기죽어서는 안 된다. 절대로 기죽지 마라! 아빠가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거나 잘 생겨야 네 아빠이고 그렇지 않다고 네 아빠가 아닐 수 없듯이, 우리 정서 또한 성적이 높아야 우리 딸이고, 낮다고 아닐 수는 없지 않겠니? 정서는 아빠, 엄마의 딸로서 온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가장 귀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이기에, 네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 아빠, 엄마의 행복이고, 또한 존재의 이유이다"

이선우씨는 시인의 감성도 가지고 있다. 주말에 딸의 학교 주말도우미를 하면서 학생들이 간식을 먹고 난 후 깨끗하게 정리하고, 주변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에게 보냈던 시를 편지로 보냈다. 시 제목은 <정갈하다는 것>이다.
 
내게 정갈하다는 것. 참빗으로 빗어 올린 쪽진 외할머니의 하얀머리. 보리쌀 잔잔히 섞인 밥에 토란국, 구운조기 한 마리, 김, 동치미, 총각김 치로 차린 아버지의 겨울 저녁밥상. 풀먹여 다듬이질한 허옇게 멍든 모시옷. 세월의 걸레질로 반질거리는 나무마루, 댓돌 위에 놓인 갓 씻은 말끔한 하얀 고무신. 대빗질에 곧 피날 듯한 흙마당  

정서 엄마가 3년 동안 쓴 편지를 묶어 책으로 만들어 졸업선물로 주자고 제안했을 때 그가 쓴 편지글 내용이다.
 
"그동안 보낸 편지가 일상의 이야기들이고 더욱이 누구에게 보일 수 있는 수준의 글이 아니기에, 책을 낸다면 구멍난 양말 사이로 삐져나온 때 낀 발가락을 내보이는 것 같아 부끄러워 망설였다"
 
커피숍에 함께 앉아 이선우씨의 얘기를 듣고 있던 정서 엄마 박미진씨에게 책을 내게 된 동기와 남편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했다.
  
 정서 졸업식 날 기념촬영했다
 정서 졸업식 날 기념촬영했다
ⓒ 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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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성장해서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궁금해요. 멀리 있지만 항상 함께 있다는 생각으로 딸한테 편지를 보낸 남편이 딸한테는 100점이 아닌 만점 아빠에요. 평소 생활도 삶도 만점이에요."

딸인 이정서 양이 아빠의 편지를 맨처음 받은 소감을 얘기했다.

"편지를 처음 받은 건, 학교 생활에 적응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첫 주였어요. 집에서 가족들이 날 걱정하고 응원한다는 마음이, 편지를 통해 고스란히 내게 전달 되어 떨어져있지만 함께하는 듯한 느낌에 큰 힘이 되었죠."

정서가 3년간 아빠의 편지를 받으며 느낀 점과 자신이 변한 점을 말했다. 

"늘 아빠께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바쁜 시간을 쪼개서 단 한 번도 빠짐없이 편지를 보낸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학교를 다니며 가족들의 추억에 나만 빠지는 느낌이 들어 속상해 한 적이 있었는데, 편지를 통해 가족들, 또는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재미있게 이야기 해줘서 그 뒤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 되었고 오히려 글을 통해 추억을 공유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빠의 꾸준한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힘든 시기에는 그동안 받은 편지들을 꺼내어 읽어보기도 하고, 나를 응원해주는 가족들이 있다는 걸 늘 머릿속에 새기며 힘을 냈습니다. 3년 동안 여러 일들을 겪으며 성장했는데, 온전히 내가 이루어냈다기보단 그 속에서 아빠의 조언들과 응원이 한몫 했던 것 같아 감사합니다."


책은 정서 친구와 부부 지인들에게 배부됐다. 그들과 헤어지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요즘 세태를 생각해보았다. 돈 욕심에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고 부모가 자식을 고발하는 씁쓸한 뉴스가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요즈음 사랑이 가득한 가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훈훈해졌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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