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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소호요트장에 정박한 범선 코리아나호를 타기 위해 도착한 고려인 출신 학생들을 환영하는 정채호 선장 (맨 우측)
 여수 소호요트장에 정박한 범선 코리아나호를 타기 위해 도착한 고려인 출신 학생들을 환영하는 정채호 선장 (맨 우측)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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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12시 반, 여수 소호요트장에서는 12명의 고려인 후손을 태운 범선 코리아나호가 미끄러지듯 항구를 떠났다. 배에는 여수정보고등학교(교장 조순희)에서 공부하는 키르기스스탄 출신 3명(2학년)과 카자흐스탄 출신 9명(3학년-7명, 2학년-2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이 한국에서 공부하게 된 계기는 전라남도교육청이 실시한 특별한 사업(2016년) 때문이다. 전라남도교육청에서는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고려인 후손들에게 한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고려인 사회의 차세대 인재육성과 전남 특성화고 위상 제고를 위해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3년간 한국어를 배우고 창의적 체험활동과 문화체험, 기술교육을 받은 후 고등학교 졸업장을 수여받을 예정이다. 이 교육에 참가하게 된 학생들은 카자흐공화국 알마티한국교육원과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 등이 주관한 선발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추천된 인재들이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체험학습에 나선 학생들은 배를 타고 여수 앞바다를 돌아볼 수 있다는 기분에 들떠 있었다. 학교에서 마련해준 간식을 들고 콧노래를 부르며 범선에 승선한 이들을 반긴 코리아나호 정채호 선장의 환영사다.

"범선 코리아나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먼 나라에서 한국으로와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가운데서도 공부하느라 힘들었죠? 잠시나마 바다를 보며 그동안 머리 아프고 힘들었던 생각을 훌훌 떨쳐버리고 미래에 일어날 좋은 일만 생각합시다."
  
 키를 잡고 있는 선장과 함께 한 컷
 키를 잡고 있는 선장과 함께 한 컷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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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기관실과 선실 등을 돌아보고 주변 섬들을 구경하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주변 풍광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던 학생들에게 정채호 선장이 마이크를 넘겨주자 노래를 부르며 합창하기도 했다.

2학년과 달리 3학년 학생들의 얼굴에 그늘이 있어보이기도 했다. 갑판에 앉아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빅토리아와 대화를 나눴다.

"선생님, 왜 기자가 되셨어요?"
"응? 원래 나는 너희들을 가르치는 영어선생님이었어. 그런데 운명이 나를 기자가 되도록 만들었어. 설명하려면 좀 복잡한데... 그건 그렇고 넌 졸업하면 진로는 어떻게 할 거야?"
"중학교 때는 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과학과 수학이 재미있어서 공학자나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요.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 토픽(한국어 능력시험)5급을 획득해 IT나 바이오계통, 또는 전기공학자 중 하나를 선택할거에요."

  
 졸업 후 IT나 바이오계통, 또는 전기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빅토리아 양
 졸업 후 IT나 바이오계통, 또는 전기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빅토리아 양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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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경영학을 전공하는 카리나 양 모습
 관광경영학을 전공하는 카리나 양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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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나(고3)는 관광경영과에 재학 중이다. 아빠가 러시아인이고 엄마가 고려인이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한국 친구들이 잘 대해줬다고 한다. 엄마가 고려인이기 때문에 음식도 비슷했다. 하지만 러시아어만 할 줄 알기 때문에 한국말은 혼자 배웠다. 그녀의 가장 큰 고민도 '어느 대학을 가서 무엇을 전공할까'이다.

양지아나(고3) 양은 열심히 공부해 토픽 5급 자격을 취득했다. 지도교사는 "토픽 6급을 따면 우리나라 최고 명문 대학교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회계사가 꿈인 그녀가 한국 유학을 꿈꾸게 된 계기를 말했다.
  
 열심히 공부해 한국어능력시험(토픽) 5급을 취득한 양지아나 양. 회계사가 꿈이란다. 6급을 따면 대한민국 최고명문대를 장학금타고 갈 수 있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해 한국어능력시험(토픽) 5급을 취득한 양지아나 양. 회계사가 꿈이란다. 6급을 따면 대한민국 최고명문대를 장학금타고 갈 수 있다고 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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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고향인 '갑차가이'의 한국문화센터에서 주최한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1등을 했어요. 상으로 한국여행을 보내줬어요. 그때부터 한국이 너무 마음에 들어 시험에 응시해 여수정보고등학교로 오게됐어요.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한국과 카자흐스탄 문화가 다른 점입니다. 토픽 시험의 경우 문법은 괜찮은데 출제자가 뭘 원하는지 몰라 당황스러운 때가 있어요."

그녀는 올해 전교생이 참가하는 꿈발표대회에서 2등을 했다. "한국으로 유학왔을 때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 집에 돌아가고 싶었는데 지금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1935년에 블라디보스톡에서 태어났던 그녀의 할아버지는 스탈린의 고려인 이주정책에 떠밀려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흥에겨워 즐겁게 노래부르며 노는 학생들
  흥에겨워 즐겁게 노래부르며 노는 학생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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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부모님 대부분이 한국말을 못하고 러시아어만 말해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웠단다. 이들은 80년 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했던 고려인의 후손들이다. 지도교사들의 평에 의하면 매우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란다.

이들은 강제이주를 당해 척박한 땅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일어난 우리 동포들이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들의 꿈이 이뤄지길 빌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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