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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형제마저 뒤로하며 구도자의 삶을 살겠다며 출가한 사람, 삭발을 하고 염의를 입고 사는 수행자 중에는 평생 절집에 살며 염불이나 하고 법문이나 하며 사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겁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이런 구도자의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삭발을 하고 염의를 입은 출가수행자 중에는 만해 한용운처럼 독립운동에 앞장선 사람, 사명대사처럼 승군이 되어 외침에 항거한 사람, 무학대사처럼 한 나라를 세우는 데 역할을 한 사람, 일연처럼 <삼국유사>라는 걸출한 기록을 역사서로 남긴 사람도 있지만 묘청처럼 나라의 국운을 좌우할 만큼 커다란 난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산 사람도 있습니다.

<이이화의 명승열전>
 
 <이이화의 명승열전>(지은이 이이화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9년 3월 14일 / 값 18,000원)
 <이이화의 명승열전>(지은이 이이화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9년 3월 14일 / 값 18,000원)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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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화의 명승열전>(지은이 이이화, 펴낸곳 불광출판사)은 신라시대 불교를 상징하는 원효부터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 중 한명이었던 한용운까지 17인이 승속불이의 삶을 살며 뒤안길처럼 남긴 이야기들을 열전으로 엮은 책입니다.

구도의 길을 찾아 나선 출가수행자들이지만 그들이 산 삶은 세속인들의 삶보다 더 뜨겁고, 역동적이고, 열정적이고 가열 찹니다.

때로는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는 마중물로 살고, 때로는 시대의 선봉장으로 우뚝 선 선구자로서의 삶을 살았습니다. 원효가 걸었던 구도의 길은 민중의 삶 가운데로 파고드는 설법이었고, 묘청이 주장하였던 유신은 구태를 뒤엎으려는 혁명의 발상이었습니다.

'님의 침묵'이라는 시를 쓰면서도 일제의 강압에 결코 침묵하지 않았던 한용운, 개혁정치의 선봉장이었던 변조, 우리 민족사의 시연을 밝힌 고려 국사 일연, 설잠이라는 법명으로 불가에 귀의한 고려 충신 김시습….

열전으로 만나는 승려 17인이 삶은 유불선은 물론 시대적 문화와 가치까지를 아우르게 하는 생생한 역사입니다. 어떤 이야기는 가슴이 벌렁거릴 만큼 감동적이고, 또 다른 어떤 이야기는 침묵하고 있는 가슴을 더 숙연하게 하는 선승의 자태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신(維新)'이라는 단어는 시월유신과 독재자 박정희를 연상시킵니다. 숙면에 들어있던 정신까지도 어느새 딸꾹질하게 할 만큼 폭력적이고 부정적입니다. 하지만 '유신'이라는 말 자체는 결코 나쁜 뜻도 아니고, 박정희가 처음으로 사용한 것도 아닙니다.
 
 신채호의 주장을 더 들어보면 이 사건을 "묘청의 서경 전역(戰役)"이라고 설명하면서 반역 사건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이어 이 사건이 실패로 끝난 뒤 고려는 기상을 잃고 노예근성으로 전락했다고도 했다. 신채호의 논단이 과격하게 보일지 모르나 나라가 식민지가 된 마당에 누구보다도 민족사항을 추구한 역사학자로서 자주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이화의 명승열전>, 103쪽-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인 신채호는 난을 일으킨 묘청을 단순히 타락한 승려로 평하지 않았습니다. 웅대한 민족적 스케일을 지닌 인물로 서술하였다고 합니다.

묘청, 인종에게 유신을 건의하다

묘청은 인종에게 건의해 15조목의 유신정령(維新政令)을 발표했습니다. 15조목의 유신정령은 '지방수령의 부정을 고칠 것', '의복 및 수레제도의 간소화,' '필요하지 않은 관리의 축소'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니 과거 정부들은 물론 작금의 정부에서도 귀담아 들어 새기면 좋을 내용들입니다.

출가자이기에 오롯이 출가자의 삶을 산 삶도 분명 감동적이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출가를 했음에도 결코 세속의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고 산 삶, 중생들을 핍박하는 세력에 기꺼이 항거하는 삶을 산 명승들이야말로 대승불교의 최고 가치를 또다른 방편으로 펼쳐 보인 살아있는 설법이었을 겁니다.

오롯이 구도자의 삶을 산 출가수행자의 삶은 두 손을 모으게 하고, 승속의 경계를 넘나드는 파계의 삶을 산 삶은 인간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는 요지경속 거울이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이화의 명승열전>(지은이 이이화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9년 3월 14일 / 값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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