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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된 시민기자라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나는 33년 교단생활 가운데 정확히 27년을 이대부고 한 학교에서 근무했다. 이 학교는 서울 신촌 이대 캠퍼스 내 후문 쪽으로, 연세대와 이화여대 사이에 있었다. 그래서 재직기간 동안 대학가에서 시위가 있을 때마다 최루탄 가스를 엄청 많이 마시면서 지냈다.

대학가의 시위가 몹시 심한 날은 단축수업을 하고 일찍 퇴근했다. 그때 이대 캠퍼스나 연세대 앞을 지나노라면 이따금 졸업생들을 만나곤 했다. 재학 중 양 같이 온순한 학생들이 그새 열혈 운동권 학생으로 변한 모습을 보고는 어쩌면 그새 저렇게 변모할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가 많았다.

어느 하루, 시위 중인 졸업생을 만나 그 까닭을 들어보았다. 그들은 초중고교 다닐 때 "저희는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대학 입학 후 선배들의 말이나 여러 책을 보니까 그동안 기성세대에 속아 살았던 느낌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그 후 한 재학생이 아무개 대학교 수시입시에 응시했다. 대학입시 구두시험관이 '윤봉길' 의사의 행적에 대해 질문했다고 한다. 그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너, 그것도 몰랐느냐'고 꾸중하려다가 바로 교단에 선 우리 선생님, 곧 나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는 자책감에 몹시 부끄러웠다. 당시 같은 충남 예산 출신의 프로야구 선수 박찬호의 방어율과 승수는 잘 외면서도 윤봉길 의거는 잘 모르는 게 학생들의 실정이었다.

사실 나도 1999년 하얼빈에 있는 동북열사기념관에 가서야 내 고향 출신의 13도창의군 군사장 왕산 허위(許蔿) 선생을 알았고, 그분의 조카 동북항일연군 허형식 장군의 항일투쟁사를 알게 되었다. 

나를 더욱 부끄럽게 한 것은 서울 동대문에서 청량리까지 도로명을 '왕산로'라고 하는 바, 그 길을 대학 4년 동안 지나다면서도 그 유래를 몰랐다. 나는 그저 그 도로 부근의 어느 산 이름을 딴 줄로 알았다.

어느 하루 대학 선배요, 재학 시절 타 과이지만 강의를 들은 바 있었던 강만길 교수님의 연구실을 방문하여 환담 중 내가 그런 부끄러움을 말하자 그분의 답변이다.
 
"평생 우리 근․현대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다가 이제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우리 역사 교육, 특히 근․현대사 교육에 대한 불만은 지금도 여전하다. 남의 강제 지배에서 벗어난 민족 사회는 당연히 전체 교육과정에서 '민족해방운동사'를 따로 가르쳐야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해방 후 우리 역사학계는 상당한 기간 민족해방운동사를 따로 엮어서 가르칠 만한 여건에 있지 못했다." - 박도 지음 <항일유적답사기> 추천사 중에서.
  
 전남 함평 심남일 의병장 거의터인 덕동재의 남일공원
 전남 함평 심남일 의병장 거의터인 덕동재의 남일공원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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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독립운동가조차도 몰랐던 부끄러움
 

나는 충절의 고장, 경북 선산 구미에 태어나서 중학교까지 고향에서 다녔다. 그래서 고향 출신의 일본군 장교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잘 알면서도 13도 창의군 군사장 왕산 허위 선생을 까마득히 몰랐다. 이른바, 글을 쓴다는 사람으로 그 낯 뜨거운 부끄러움은 뒤늦게나마 나로 하여금 의병 및 독립지사들의 항일유적지와 그분들의 발자취를 뒤쫓게 했다.

그리하여 우리 독립지사들이 일제와 투쟁했던, 중국대륙 곳곳을 네 차례나, 국내 호남의병 전적지로 전남 고흥에서부터 전북 정읍 산내면 회문산까지 각 고을을 여섯 차례 두루 샅샅이 살폈다. 그 결과물이 나의 졸저 <항일유적답사기> <누가 이 나라를 지켰을까> <영웅 안중근> 등이다.
 
 중국 조선족자치주 화룡현 청산리 부흥향에 있는 '청산리대첩비' (2004년 제3차 답사 때 촬영).
 중국 조선족자치주 화룡현 청산리 부흥향에 있는 "청산리대첩비" (2004년 제3차 답사 때 촬영).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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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2일, 원주 시내 한 대중목욕탕에서 손전화가 울렸다. 한 출판사의 편집자인데, 느닷없이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사' 집필을 부탁했다.

한 선배 문인이 말했다. 작가 최고의 로망은 마지막에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나 동시를 쓰는 일이라고. 어린 영혼들에게 진짜 애국자 얘기를 전하는 일은 그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어쩌면 그런 일은 작가로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일 것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상하이 마지막 청사
 대한민국임시정부 상하이 마지막 청사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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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편집자의 곡진한 부탁에 곧장 승낙을 하자 그 며칠 후 그 편집자는 팀장과 함께 원주 내 집까지 찾아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 뒤 곧장 집필에 들어갔다. 지난 해 연말에 원고를 탈고하여 출판사로 넘긴 바,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일을 앞둔 이즈음 막 발간되었다.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와 그 의의는 책 머리말에 잘 나타나 있다.
 
아시아 동쪽 끝 한반도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은 예로부터 산수가 매우 아름다운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다. 지금으로부터 5천 년 전 나라의 가장 으뜸 어른이신 단군 할아버지가 이 땅에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웠다.

이 아름다운 나라에 흰 옷 입은 어진 백성들은 이 나라 곳곳에 오순도순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또한 우리 백성들은 예로부터 예의와 도덕을 높이 받들고 학문과 예술을 사랑하며 슬기롭고 꿋꿋하게 살아왔다.

오늘 대한민국이 반만년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높은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이처럼 훌륭한 조상님들이 있었던 까닭이다. 우리 조상들은 그동안 숱한 외적의 침략에도 자신들의 목숨을 지푸라기처럼 버리면서 나라를 지켰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우리나라가 바깥세상의 흐름을 모른 채 문을 닫고 지내다가 1910년, 그만 이웃나라 일본에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기고 말았다. 그러자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괴나리봇짐을 메고서 나라 안팎을 떠돌며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빼앗긴 나라를 되찾겠다고 꿋꿋하게 일본 제국주의와 맞서 싸웠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그해 4월 11일에는 마침내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세운 뒤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굳건히 지켜 내 오늘날 대한민국의 주춧돌을 놓았다.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샘)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개천절 노래'의 소절이다. 물과 나무가 그렇듯이 우리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곧 조상이 있다. 우리는 조상들의 삶과 그 역사를 앎으로써 오늘의 우리 삶을 더욱 사랑할 수 있고, 내일을 알 수 있으며, 또한 다음 세대에 자랑스러운 조국을 물려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조상들의 피 어린 발자취를 더듬으며, 자라나는 세대들이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샘과 뿌리의 근본을 바로 알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시작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였음을 가슴속에 아로새기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이 책의 특징은 대한민국임시정부 27년의 복잡한 이야기를 총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좀 더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절반을 만화와 화보로 구성했다. 봉오동 · 청산리 전투, 이봉창 의사의 의거, 임시정부의 귀국 등, 흥미롭고 중요한 사건들을 만화로 보며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였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게 쉽게 썼지만, 청소년소녀 및 일반 독자들도 이제까지 잘 몰랐던 대한민국임시정부사에 쉬이 접근할 수 있으리라. 본문의 글은 내가 썼고, 그림은 김소희 아티스트가, 감수는 동북아역사재단의 장세윤 박사가 맡았다.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 표지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 표지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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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 정부입니다

박도 지음, 김소희 그림, 장세윤 감수, 사계절(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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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등.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