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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이 운영 2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이 담긴 국민청원은 국민 여론을 형성하고 수렴하는 공론장의 역할을 했습니다. 청와대는 그동안 88건의 국민청원에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다수 여론이 소수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청와대의 권한을 벗어난 청원이 빗발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한, 언론이 청와대 청원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언론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청원 글만 골라 '국민 여론'으로 규정하고 자기주장의 근거로 활용했습니다. 이는 다양한 의견 중 특정 의견만 부각해 보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론 조작'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언론은 청와대 청원을 인용하는 기준조차 없어 보입니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의 청와대 국민청원 활용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모니터 방식은 이렇습니다. 1월 1일부터 4월 1일까지 5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와 2개 경제지(매일경제‧한국경제)의 기사 중 '청와대 청원'을 언급한 보도를 모두 모았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인용 횟수가 높은 청와대 민원을 추리고, 원문과 보도내용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장자연 사건 재수사 청원 언급 안 한 조선일보‧한국경제

우선 모니터 기간 내에 신문에 가장 많이 인용된 청와대 청원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특이하게도 '방송통신위원회의 https 차단 반대 청원'이었습니다. 이 청원내용은 신문 기사 18건에서 언급되었습니다. 다음으로 '공수처 신설 요구' 청원이 12건,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사건 1심 재판 판사 탄핵 청원'이 12건, '고 장자연씨 사건 재수사 청원'이 8건,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가해자 엄벌' 청원이 5건으로 인용 보도되었습니다. 

올해 3월 '고 장자연 사건 수사 기간연장 및 재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있었습니다. 서명인은 73만 8566명이었는데, 이 정도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이 수렴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이 청원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는 1번 언급했는데, 27만 명이 서명한 'https 차단 반대' 청원을 8번 인용한 것과 비교됩니다. 언론은 '국민 여론'이라며 청원을 인용하고 있지만, 그 인용의 기준은 없어 보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9년 1월 1일부터 4월 1일까지 5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와 2개 경제지(매일경제?한국경제)의 기사 중 '청와대 청원' 인용 횟수가 높은 청와대 민원을 추리고, 원문과 보도내용을 비교 분석했다. (자료 제공: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9년 1월 1일부터 4월 1일까지 5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와 2개 경제지(매일경제?한국경제)의 기사 중 "청와대 청원" 인용 횟수가 높은 청와대 민원을 추리고, 원문과 보도내용을 비교 분석했다. (자료 제공: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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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전쟁의 도구가 된 청와대 청원

2월 1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촬영물의 유포를 막고 해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차단하는 SNI(Server Name Indication) 차단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그러자 일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검열'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곧 청와대 청원으로 이어졌습니다.

청원인은 "인터넷 검열의 시초가 될 우려가 있으며, 차단 정책에 대한 우회 방법 또한 계속 생겨날 것"이라며 반대 이유를 밝혔습니다. 청원이 20만을 넘자 이효상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번 차단이 불법 촬영물 유포 및 해외 도박 사이트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성인이 합법적으로 무엇을 하든, 무엇을 보든, 국가가 관여해서도 안 되고, 관여하지도 않습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청원의 서명인은 26만9180명으로 가장 많은 서명을 한 청원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청원 관련 보도는 18건으로, '공수처 설치 청원'(청원 동의자 302,856명)과 '드루킹 사건 1심 재판 판사 탄핵 청원'(청원 동의자 270,999명)보다 6건이나 더 많이 보도되었습니다. 서명인이 20만 명을 넘었다는 점에서 분명한 여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73만8566명이 서명한 장자연 사건 재수사 청원이 8건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유난히 많이 보도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청원' 관련 보도량이 이렇게 많은 데는 중앙일보의 영향이 큽니다. 조선·동아일보가 3건씩 보도한 데 비해서 중앙일보는 8번을 인용했습니다. 중앙일보가 이 청원에 주목한 이유가 뭘지 살펴보겠습니다. 

중앙일보 <"성인이 성인물 보는 게 죄냐" https 차단에 들끓는 2030>(2/19 김준영 기자)는 서울역 앞에서 일부 남성이 https 차단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습니다. 소제목은 <문 대통령 과거 "인터넷 자유" 언급, 네티즌 "집권 뒤 변했다" 불만 폭발>입니다. 보도의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무슨 권리로 개개인의 인터넷을 뒤지고 야동(야한 동영상)을 막아요?" 
"이것은 민주주의인가 공산주의인가…지금까지 이런 정부는 없었다."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가득 메우는 게시글 중 일부 제목들이다. 속어인 '야동'이 포함된 게시글만 해도 최근 1주일 새 330건 이상 검색될 정도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정부의 'https 차단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며 정치 쟁점으로까지 떠올랐다. 한 청원인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라는 제목의 글은 등록(2월 11일) 1주일도 안 된 17일 오전 서명 인원 20만 명을 넘어섰다.

중앙일보는 26만여 명의 서명을 받은 <방송통신위원회의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보도했지만 리드문에서 인용한 내용은 해당 청원이 아닙니다. 

"무슨 권리로 개개인의 인터넷을 뒤지고 야동(야한 동영상)을 막아요?"라는 21명이 서명한 <무슨 권리로 개개인의 인터넷을 뒤지고 야동을 막아요?>(2019/2/15)의 청원 제목입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인가 공산주의인가…지금까지 이런 정부는 없었다"도 20여 명이 서명한 <지금까지 이런 민주주의는 없었다>(2019/2/13)에 있는 표현 중 일부입니다. 26만여 명의 서명을 받은 내용에는 없는 자극적인 문구를 굳이 청원인이 극소수인 청원에서 찾아내 리드문에 담은 속내는 문 대통령에 대한 젊은 층의 비판이 커지고 있음을 부각한 것으로 비칩니다.

100명 이하 청원 인용 비율 20.3%, 조선일보 11번 인용, 한겨레는 0번

청와대 청원 182건 중 서명인이 청와대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은, 즉 국민 여론으로 수렴됐다고 볼 수 있는 청원의 언론 인용 비율은 49.4%였습니다. 반면 국민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됐다고 보기 어려운 '서명인 100명 이하' 청원의 언론 인용 비율은 20.3%였습니다. 서명인이 101명~19만9999명인 청원의 언론 인용 비율은 30.2%였습니다. 

100명 이하 청원을 인용한 횟수는 조선일보가 11번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경제가 8번,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각각 6번, 매일경제가 5번 경향신문이 1번이었습니다. 한겨레는 100명 이하의 청원을 한 번도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일부 언론은 청와대 청원에 올라온 소수 의견 중 자기주장의 근거가 되는 청원만 골라서 인용했다. 프레임을 만드는 '도구'로 활용한 것이다.?(자료 제공 :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일부 언론은 청와대 청원에 올라온 소수 의견 중 자기주장의 근거가 되는 청원만 골라서 인용했다. 프레임을 만드는 "도구"로 활용한 것이다.?(자료 제공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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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공시가격 현실화=세금폭탄' 프레임에 청와대 청원 활용

언론이 인용한 '서명인 100명 이하' 청원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일부 언론은 청와대 청원에 올라온 소수 의견 중 자기주장의 근거가 되는 청원만 골라서 인용했습니다. 프레임을 만드는 '도구'로 활용한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공시가격 세금 폭탄론'입니다. 3월 14일 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전국 평균 5.32%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여지없이 '세금 폭탄론'이 등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국민 세금 올려놓고 정부가 "기준 못 밝힌다"니>(3/18)에서 이렇게 전합니다.
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한 후 인터넷과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각종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12억 이상만 공시가격 많이 올렸다고 국민을 속였다' '집값이 2억 원 넘게 빠졌는데 공시가격이 왜 2억 원 넘게 올랐느냐?'는 불만부터 "가격 결정 기준이 무엇이냐"고 근거를 알려달라는 민원도 많다. 실거래가격이 비슷한 인접 아파트 단지들의 공시가격 인상률이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서 주민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과 특정하지 않은 인터넷 반응 3건을 모아 국민이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에 반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위 기사 내용 중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 확인된 문구는 "12억 원 이상만 공시가격을 많이 올렸다고 국민을 속였다"이었습니다.

청원인은 "국토부는 3월 14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에서 '상위 2.1% 고가주택 보유자 외에는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주장을 여러 번 폈지만, 실제 6억 원~9억 원 구간은 15.1%가 상승했다"며 "국토부 관료와 여당이 고의로 국민을 속였다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책임자를 파면해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청원인은 근거로 조선비즈 기사 <고가주택 28만 채만 때린다더니... 보유세 뛰는 아파트 118만 채>(장상진 기자 3/15)를 인용했습니다. 이 청원인의 주장은 사실일까요?

국토교통부 "6억 이하 주택을 상대적으로 낮게 선정"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5.02%)와 비슷하게 평균 5.32% 상승>(3/14)에서 "지난 1년간의 시세 변동분을 반영하는 수준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하였다"며 "시세 12억 이하 중저가 주택(전체의 97.9%)에 대해서는 시세변동률 이내로 공시가격을 산정하였다"고 했습니다. 이어 "전체의 약 91.1%에 해당하는 시세 6억 이하 주택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상대적으로 더 낮게 산정하였다"고 했습니다. 실제 주택가격 분포현황을 보면 6억 원 초과~9억 원 미만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5.1% 올라 상승 폭이 커진 건 사실입니다. (2017년 8.46%, 2018년 12.68%) 

하지만 청원인의 주장과는 다르게 국토부는 "6억 원 이하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상대적으로 더 낮게 책정했다"고 했을 뿐입니다. 정부·여당 관계자가 '12억 원 이하를 낮게 책정했다'고 말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6억 원 초과~9억 원 미만은 시세 변동분이 반영돼 다소 큰 폭으로 올랐을 뿐입니다. '2018년 부동산 광풍' 탓에 시세가 크게 올랐기 때문에 공시가격도 오른 것이죠. 청원인이 사실관계를 오인한 것입니다. 게다가 6억 초과~9억 미만 주택의 비율은 전체 주택의 8.9%입니다. 공시가격이 6억 원~9억 원이면 아파트 실 가격은 10억 원~15억 원 사이일 것입니다. '세금폭탄'을 걱정하는 서민이라고 보기도 힘듭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청원을 인용해 공시가격 폭등 불안감을 부추겼습니다. 가장 황당한 것은 이 청원에 서명한 사람은 10명이라는 겁니다.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없는 익명의 단편적 의견을 조선일보는 비중 있게 인용한 꼴입니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아무리 청와대 청원이라 하더라도 사실관계를 확인하여 근거가 정확한 것만 보도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서명 동의자가 많은 내용 중심으로 보도해야 합니다.

'공시가격 현실화' 요구하는 청원도 있는데

조선일보와 정반대 내용의 청원도 있었습니다. 한 청원인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공시지가 현실화 절대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 제목의 글에서 "강북의 5억짜리 아파트와 강남의 20억짜리 아파트의 세금이 비슷하다면 믿을 수 있겠냐?"며 "공시지가와 실거래가가 같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아파트 공시 재가율 90%로 상향시켜라"에서 "정부가 도리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꼴이 됐다. 정신 차리고 일해라"고 일갈했습니다. 언론의 편파 인용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입맛에 맞는 청원 인용하는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52시간 지키려 116명 더 뽑았더니, 일 더 하겠다며 113명 떠났다>(3/28 전설리 기자)에서 청와대 청원을 근거로 활용하여 국민이 '최장 52시간 노동제'에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지킬 수도 없고 지켜도 행복하지 않은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에 인용된 청원 5건 중 4건은 서명인이 100명 이하인 청원이었습니다. 

한국경제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30대 근로자는 '돈이 있어야 여유 있는 삶이 아니냐.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했다"며 인용한 청와대 청원은 12명이 서명했습니다. "한 생산직 근로자는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탓에 평균 300만 원 이상이었던 월수입이 200만 원대로 줄어 매달 적자다…서민적이지 못한 정책'이라고 말했다"고 인용한 청와대 청원은 9명이 서명했습니다. 나머지 2건의 청원도 각각 14명과 8명에 그쳤습니다.

"야근문화 없애주세요"라는 청원도 있는데

편파적인 청와대 청원 인용이 문제인 이유는 실제 여론을 왜곡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의 기사가 나온 3월 한 달,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한국경제 기사와 정반대의 청원이 자주 보입니다. 

한 청원인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야근 수당도 없이 오후 11시~다음날 0시까지 일하는 회사들도 많다"며 "'사람이 먼저'라는 가치를 이제는 법으로 강제해주세요. 야근을 없애 달라"고 청원합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주 52시간 시행되면 남편과 함께하는 저녁 있는 삶을 기대했는데... 시행되고 있긴 한가요?"라면서 "주 52시간을 좀 강력하게 추진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자의 눈에는 이같은 목소리는 보이지 않는가 봅니다.

조선일보의 평소 소신과 닮은 청원 인용

조선일보의 청와대 청원 활용은 <골프 하고, 접대받 고, 정보 흘리고... 민정수석실이 이래서야>(3/19 김명진 기자)에서도 나타납니다. 버닝썬 사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조선일보가 선택한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3월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버닝썬 비리 실세 총경, 청와대 민정수석 조국 사퇴하라' '민정수석실 해산하라'는 청원 글이 올랐다.
 
이 청와대 청원의 서명인은 45명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조선일보가 청와대 관련 의혹 사건이 터질 때마다 '조국 책임론'을 꺼내 든 것의 연장선에 놓여있습니다. 버닝썬 비리 총경과 민정수석실의 관계는 수사 대상이지만, 자신의 논조를 보강하기 위해 45명이 서명한 글을 인용하는 행태가 언론의 바른 모습인지는 의문입니다.

김일성 별장 반대? 공격 위해 인용

조선일보는 <54억 들여 김일성 별장 복원 추진... 뭇매 맞는 포천시>(3/22 조철오 기자)에서 경기도 포천시가 김일성 별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54억 원을 들여 '김일성 별장'을 복원하겠다고 했다고 전합니다. 조선일보는 이에 다음과 같이 전했습니다.
 "계획이 알려지자 주민 항의가 잇따랐다"며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반대 글이 올라왔다. '세금 54억 원으로 김일성 별장이라니' '포천시 김일성 별장 복원 반대' 등의 글이었다." 
조선일보는 국민 반발의 근거로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인용했습니다. 그런데 인용된 2개의 청원 <세금 54억 원으로 김일성 별장이라니> <포천시 김일성 별장 복원 반대>의 서명인은 각각 16명, 58명입니다. 사실상 반대의 근거를 찾으려고 청와대 청원을 찾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조선일보 보도 이전에 포천시 관계자는 "김일성 별장 복원 추진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포천일보 <"산정호수 김일성 별장 복원계획 없다"…포천시 공식 입장 밝혀>(3/13)에 따르면 시 관계자는 "특히 54억 원의 사업비를 책정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예산을 확보한 바 없고, 시가 산정호수 전망대 터 중 일부인 1천㎡를 매입 완료했다는 내용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해명이 나왔지만 조선일보는 10일 뒤 청와대 청원을 인용해 다시 보도한 것입니다.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입니다. 

과격한 발언 인용해 적극 활용

조선일보는 <또 '적폐 판사'낙인... MB 보석허가 판사에 "판레기" "지옥에 가라">(3/8 박국희 기자)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석 결정한 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악의적인 인신공격성 글이 인터넷에 많다면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습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3월 7일 정준영 부장판사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특히 일부 사이트에서는 정 부장판사의 얼굴 사진을 올리고 "정준영 판레기(판사+쓰레기)" "지옥에나 떨어져라" "술과 여자를 좋아하게 생겼다"는 등의 막말이 이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정준영 부장판사, 네가 사람이냐" "법원 전체를 압수 수색을 해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법조계 인사들은 이런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위에 인용된 2개의 청와대 청원 글은 <정준영 부장판사 x아, 네가 사람이냐> <제발 나라를 바꿉시다>로 각각 청원자 수가 27명, 44명에 불과합니다. 일부 과격한 주장을 '문 대통령 지지자'와 연결해 이젠 사법부까지 공격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만들어냅니다. 

매일경제도 <사설/판결 마음에 안 든다고 무차별 인신공격, 법치 훼손이다>(3/9)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석으로 풀어준 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지적하며 국민청원을 인용했습니다. 사설에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선 '정 판사가 이명박 변호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처먹은 것이 의심된다'며 탄핵을 하자는 주장이 나왔고(생략)"라고 지적했는데요. 이 청와대 청원의 서명인은 31명이었습니다. 

물론 일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무분별한 행동은 지양해야 하지만, 익명에 기댄 소수의 인신공격성 글을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뤄야 할지 의문입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매일경제의 사설 내용처럼 "법원 판결에 대한 건전하고 합리적인 비판"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무분별하고 자극적인 발언만 끌고 와 인용하는 태도가 정당한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말만 해)는 아닌지 스스로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불특정 청원도 많아

특정한 청원이 아니라 "청와대에 이런 글이 올라오고 있다"는 방식의 인용도 자주 보입니다. 청원을 특정하지 않고 청와대 청원에 여론이 있다며 기사에서 인용한 경우는 총 49건으로 한국경제가 14번으로 가장 많고, 중앙일보와 일보가 각각 8번, 한겨레가 6번, 경향신문이 5번, 매일경제와 조선일보가 각각 4번이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분석 결과, 청원을 특정하지 않고 청와대 청원에 여론이 있다며 기사에 인용한 경우도 다수 발견되었다. (자료 제공 :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분석 결과, 청원을 특정하지 않고 청와대 청원에 여론이 있다며 기사에 인용한 경우도 다수 발견되었다. (자료 제공 : 민주언론시민연합)
ⓒ 김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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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그야말로 입맛대로입니다. 한국경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신 전 사무관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탈원전 반대를 외치는 청와대 국민청원 역시 누적 기준 700건을 웃돌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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