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곧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이다. 판문점선언이 나올 때만 해도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정착될 듯했다. 이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북미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만난다는 것만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북미관계는 정상회담 이후 잇따른 난관에 부딪혀 교착 상태에 놓여있다. 그럼에도 북미는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열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결렬됐다. 한동안 대화 실마리를 못 찾던 북미는 지난 11일 한미정상회담으로 북미 대화의 불씨를 살려낸 듯하다.

현재 한반도 정세를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 상임의장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16일 서울 마포역 근처의 민화협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대표 상임 의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 이 인터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의 별세 전에 이뤄졌다. 지난 20일 김 전 의원이 타계하자 김홍걸 의장은 따로 "군정 종식과 민주화를 위해 공헌해오신 고인의 숭고한 정신에 다시금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라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사실 남측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김홍걸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
 김홍걸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
ⓒ 이영광

관련사진보기

 
- 지난주 열린 한미정상회담까지 최근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아직은 안갯속에 있는 느낌이죠. 북측도 아직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 같고, 내부 정리가 필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고 쉽게 단언하기는 어려워요.

일단 그렇더라도 한국이 냉각된 분위기를 깨는 조정자 역할을 과거보다 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북한이나 미국을 쉽게 설득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다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죠."

- 북한은 우리가 중재자 역할 하는 게 못마땅한 거 같아요. 북미 사이 대한민국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그 사람들이 예전엔 '비핵화 문제는 북미간 문제니까 남측이 핵 문제에 있어서는 끼지도 말라'는 통미봉남 자세를 보였잖아요. 어떻게 보면 직접 당사자로 나서라고 했으니 우리로서는 나쁘게 해석할 필요는 없죠. 그리고 거친 언사를 쓰긴 했지만, 김정은 위원장 연설 자체가 남측이나 미국을 상대로 한 게 아니라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한 것이잖아요. 그리고 북에서도 겉으로는 강하게 얘기하지만 사실 남측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북은 한국이 자기네 편에서 이야기하길 바라는 거 같은데.
"북한이 (한국에게) 당사자가 돼 나서라고 한 것은,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북한 편만 들어달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그보다는 미국과 문제는 자기들이 풀더라도 남북간 교류, 경협 문제에 있어서는 남북관계 특수성을 들고 미국 설득해서 좀 더 과감히 나서 달라는 거예요. 그것이 김정은 위원장 채면과 관련된 문제니까요. 지난해에 세 번이나 정상회담을 했는데 아직까지 손에 잡히는 성과가 안 나왔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자기네 채면 살려달라는 뜻일 수도 있는 거죠."

- 미국 눈치를 너무 본다는 생각인 것 같아요.
"유엔 제재와 무관한 인도적 부분도 아직 과감히 하질 못하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불만이 있는 거 같아요. 정부가 직접 나서기 어렵다면 민간을 활용해서라도 유엔 제재와 무관한 인도적 지원은 적극적으로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북한에 전달할 메시지 있으니 문 대통령 부른 것"

-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여야 평가가 엇갈리는 것 같던데.
"지금 단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얘기를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고 우리가 북한 설득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어떤 메시지가 있었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입니다. 또한 이를 외부에 쉽게 공개할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성급하게 회담 성공 여부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만약 우리 뜻을 충분히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앞으로 북한과 미국 체면을 살리면서 그동안 서로의 주장을 절충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발견했다면 결코 실패라고 볼 수는 없는 거죠."

- 몇몇 언론은 '단독회담이 2분밖에 안 됐다'고 혹평하던데.
"그 부분은 왜곡된 얘기고요. 펜스 부통령부터 볼턴 보좌관, 폼페이오 장관까지 따로 만나 이야기를 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간을 가지고 할 얘기는 다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단둘이 앉아있던 시간이 길지 않았다고 해서 회담이 제대로 안 됐다고 말할 수는 없고요. 또 상식적으로 판단하더라도 미국 측에서 그동안 언론에 공개적으로 얘기한 걸 반복하기 위해 문 대통령을 워싱턴D.C.로 와달라고 하진 않았겠죠.

뭔가 북한 측에 전달할 메시지가 있으니까 초청한 거겠죠. 그 점은 북미회담이 결렬돼 돼 돌아갈 때도 문재인 대통령께 연락해서 북측 의도를 파악하고 설득하는 데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걸 보면 뭔가 메시지가 있었을 겁니다."

- 그 '뭔가'가 뭐라고 보시나요?
"지금 단계에서 당장 제재를 해제해주겠다는 건 아니겠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죠. 뭔가 절충을 자기가 원하는 빅딜이 어떤 것이고 어느 정도 선에서 절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전 문재인 대통령의 방명록을 보고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2019.4.12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전 문재인 대통령의 방명록을 보고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을 고수하면서도 스몰딜의 여지는 닫지 않았어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뭘까요?
"아직 회담에서 얘기한 게 스몰딜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고 아직은 빅딜을 선호한다고 봐야죠. 스몰딜 할 여지를 뒀다고 볼 수는 없고요. 빅딜이라는 것도 어디까지가 빅딜인지가 문제인데 하노이에서 요구한 건 북한이 핵무기는 물론 완전히 무장해제하라는 식의 요구였습니다. 그런데 그걸 북한이 들어줄 리가 없고 그걸 미국 쪽에서도 모르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때 요구한 조건이 빅딜이라기보다는 아예 일단 회담을 결렬시키기 위해 무리한 주장을 했던 것이죠.

제 생각엔 영변 핵시설에 대한 영구적 폐기를 이야기하며 추가로 뭔가 트럼프 대통령 체면을 살려줄 수 있는 '플러스알파'죠. 예를 들어 당장에라도 핵심 시설 사찰을 허용한다는 식으로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비핵화 프로세스가 성공적으로 가고 있다고 큰소리를 칠 수 있도록 해주는 조치를 취해주면 빅딜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 하노이 회담 후 미국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기 전까지 제재 완화는 없다고 하는데, 이건 엄포일까요?
"완전한 비핵화라는 게 어디까지인지 해석하기 나름이죠. 왜냐면 북한의 핵시설 핵물질을 깨끗이 정리하는 건 5~10년 걸릴 수 있는 문제기 때문에 그때까지 제재 완화해줄 수 없다면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어요.

북한이 본격적 비핵화 길로 들어가서 다시 핵무기를 만들어내거나 핵실험으로 미국 위협하거나 할 가능성이 없어지는 단계로 가는 걸 완전한 비핵화 길로 들어섰다고 보고, 그때부터 단계적 제재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리적 협상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앞서 얘기한 대로 '영변 플러스알파'로 트럼프 대통령 체면을 세워주고 미국 내에서도 여론을 북한이 비핵화 길로 들어섰다는 방향으로 돌아선다면 그때부터 단계적 제재 완화가 가능해질 거라고 봅니다."

-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을 한 번 더 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올해 안으로 못박았어요. 또한 미국의 태도 변환을 요구하기도 했죠.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 말은 앞서도 얘기했지만,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나온 것이니까 액면 그대로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결국 아직은 비핵화 협상 포기할 생각 없고 계속 협상해나가자는 의미도 있죠.

또 하나 연말을 시한으로 둔 것은 북한만 급한 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도 내년 대선 전까지 북한 비핵화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리려면 올해 말이 되기 전에는 서둘러 북한과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우리만 급한 게 아니라 너희도 급하지 않느냐'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죠."

-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급할 거 없다고 했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말한 건 지금 북한이 제재 때문에 경제 사정이 안 좋은 걸 놓고 그걸 북한의 약점이라 생각해서 집요하게 압박해 항복 받아내겠다는 겁니다. 북한은 '우린 자력갱생으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은 정치적 업적을 비핵화 협상에서 만들어내려면 한도 끝도 없이 끌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 않나'라고 받아친 거죠."

"금강산 관광은 올해 안으로 가능해지지 않을까"
 
 북한이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11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북한이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11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 연합뉴스=조선중앙TV

관련사진보기

 
- 북한이 원하는 경제 제재 완화 수준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일까요? 아니면 그 이상일까요?
"글쎄요. 일단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했기 때문에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최고 지도자로서 체면에 손상이 가니 그건 필수적이라고 보겠죠.

그러나 저는 김 위원장 최근 발언 '제재 해제에 매달리지 않고 자력갱생할 수 있다'라는 대목에서 한편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원래 북한은 오랜 세월 미국과 협상할 때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는 불가침을 보장해주고 북한과 연락사무소 단계에서는 외교 관계 수립식으로 북한을 정상국가로 대우해 달라는 걸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지 제재 완화를 우선적으로 내세운 적은 없었거든요.

최근에 와서 제재 해제 문제가 가장 핵심인 거처럼 다뤄지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비핵화 되기 전에 제재 해제를 해줄 수 없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는데 그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도 제재 해제 요구를 노골적으로 하지 말아야죠. 노골적으로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걸 들어 줬을 때 북한 요구에 굴복한 거처럼 보입니다. 그러니 앞서 얘기한 대로 '영변 플러스알파' 카드로 트럼프 대통령 정치적 입지를 살려주며 단계적으로 해야죠.

현재는 미국이 제재에 해당 안 되는 인도적 지원조차 마음대로 못하게 압력을 가하는 상황이니까 그런 거부터 서서히 허용해주고 금강산 같은 건 남북관계 특수성을 들어서 예외를 인정해주는 등 단계적으로 조용히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 그럼 언제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할 거라 보나요?
"개성공단은 여러 가지 풀어야 할 문제가 있고, 유엔 제재에서 제재 예외를 인정 받아야 할 문제도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금강산 관광에서 관광 자체는 유엔 제재에 해당하는 부분이 아니예요. 

과거 우리가 금강산 관광할 때 1인당 얼마씩 입산 요금 냈던 부분이 유엔에서 제재하는 벌크 캐시로 간주돼 재개하기 힘들었던 건데 그걸 현물로 준다든지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 창의성을 발휘한다면 금강산은 올해 내에 재개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 북한이 세대교체를 단행했어요.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대폭으로 세대교체를 한 건 아니지만 일부나마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원로 세대를 하나둘 씩 은퇴시키고 자신이 주도권을 잡고 전면에 나서서 국정 운영하겠다는 뜻을 보여준 걸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을 기용하기 위해 그런 결정 했다고도 볼 수 있어요. 과거엔 김영남 위원장이 외국을 상대할 때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젠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국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자신이 그 부분까지 맡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북미회담 결렬로 민감한 시기... '조용한 외교'로 가야 한다"

- 문재인 대통령이 4차 남북정상회담을 형식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 4차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에서 원포인트일까요?
"당장은 그럴 수밖에 없죠. 서울이나 평양에서 성대하게 정상회담 열 분위기는 아니고, 정상회담을 열 경우엔 뭔가 손에 잡히는 성과가 양측에 주어져야 하는 데 지금 분위기로는 그게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막힌 곳을 뚫고 시급한 현안만을 논의하는 짧은 정상회담이 될 수밖에 없겠죠."

- 특사 파견 얘기는 안 나왔어요.
"특사 파견이 필요는 하다고 보지만 북측 입장 정리가 안 된 거 같아요. 지금은 북미회담 결렬로 민감한 시기기 때문에 가급적 그 문제는 조용히 처리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 그럼 물밑 대화나 비공개 특사가 바람직하다고 보나요?
"그렇죠. 특사 한 번 보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남북미가 서로 체면을 살릴 수 있도록 조용한 외교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지금 여러 가지로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북미간 비핵화 협상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고, 그것이 하루아침에 쉽게 끝날 수 있는 거라면 20여년 씩 끌어오지도 않았겠죠.

그렇기 때문에 한국 측 입장에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끈질지게 북미 양자가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구상과 우리가 가진 원칙을 양측에 확실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그때그때 분위기에 따라 이리 저리 흔들리는 게 아니고, 우리가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고 그 원칙대로 진행해 나간다는 단호한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