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자리에 모인 유가족과 참가자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한자리에 모였다.
▲ 한자리에 모인 유가족과 참가자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한자리에 모였다.
ⓒ 김병준

관련사진보기


산재사망사고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와 동료를 잃은 이들이 모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간담회를 열었다.

30일 대전시의회 4층에서 "산업재해 유가족과 함께하는 기업처벌법 이야기마당"이 진행되었다. 제일제당에서 실습중 사망한 고 김동준씨의 어머니 강석경씨,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 고 김형준씨의 어머니 최인숙씨, 그리고 한국타이어 컨베이어벨트 협착사고로 숨진 고 최아무개씨의 동료 김용성씨가 한자리에 모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간담회에 앞서 인사에 나선 정기현 시의원은 "법을 만들기 위해 진행하는 간담회는 우리의 의지를 모아 나가기에 생동감 있게 진행해야 하는데, 오늘은 그러기가 너무 어렵다"라며 "산업재해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수많은 시민들이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미미한 상황이다. 또한 기업의 이에 대한 처벌도 극히 미미하다. 오늘 이 자리가 산업재해에 대한 기업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자리가 되고, 나아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간담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대식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본부장도 "이 자리에 서서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고, 마음이 아프다"라며 "사람을 귀히 여기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산업재해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이, 안전이 기업의 이윤보다 뒷전인 사회가 지금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전사고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사람의 목숨값이 기업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거운 것임을 안다면 사회가 조금은 바뀔 수 있지 않을까"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하여 산재사고가 예방될 수 있음을 호소했다.

"누구도 이런 아픔을 다시 겪어서는 안 된다"
   
강석경 어머니와 김용성님 왼쪽은 CJ제일제당 실습생 고 김동준님 어머니 강석경님, 오른쪽은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협착사고 고 최00님의 동료 김용성님이다.
▲ 강석경 어머니와 김용성님 왼쪽은 CJ제일제당 실습생 고 김동준님 어머니 강석경님, 오른쪽은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협착사고 고 최00님의 동료 김용성님이다.
ⓒ 김병준

관련사진보기

 
처음 발언에 나선 CJ제일제당 실습생 고 김동준씨의 어머니 강석경씨는 "사람들이 공부를 하고, 돈을 벌고, 일을 하는 이유는 모두 살아가기 위해서"라며 "이 자리에 모이신 모든 분들도 모두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살아가기 위해 일하던 동준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었는지, 회사는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며 회사의 책임을 강조했다.

강씨는 이어 "2달 근무하다 가버린 아이, 월급 받아서 엄마 아빠에게 삼겹살 사주려고 일한다는 아이가 스스로 몸을 던졌다"면서 "지금 우리가 가만히 있는다면 이러한 일이 또 반복될 것 같아 이 자리에 나와 이야기 한다. 다시는,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도 이러한 아픔을 다시 겪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실습생 고 김동준씨는 지난 2014년 1월 20일 아침 7시 40분경 CJ제일제당 진청공장 기숙사 옥상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신청한 산업재해보상청구가 받아들여져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되었다. 상사의 괴롭힘과 폭행 및 협박, 과도한 연장근무 등이 원인이 되어 자살했음을 인정한 사례인 것이다.     

태안화력발전소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아들이 일하던 현장은 사람이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며 "계단만 해도 일반적인 계단이 아니라 난간을 붙잡지 않고는 오르내릴 수 없는 험난한 경사의 계단이고, 고공에서 이동할 때에도 바닥이 뚫려있는 상태로 이동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특히 사고 현장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며 "증거를 없애려는 회사의 태도가 너무 분노스러웠다"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이어 "(사고 현장을 돌아보고 난 뒤) 제가 용균이 동료들에게 '너네 부모가 너희들이 이런 곳에서 일하는 걸 알면 바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참혹한 현장의 현실은 누군가가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결국 용균이의 사고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장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이라는 구조의 문제이고 이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비정규직을 없애고, 모든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개선될 것을 요구하며 투쟁해온 과정도 덧붙였다.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씨는 2018년 12월 11일 발전소 현장에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그의 어머니와 동료들, 그리고 이 죽음에 아파한 수많은 이들이 함께 비정규직 철폐와 산업재해 감소를 위해 촛불을 들고 싸웠다. 2019년 2월 구조적 원인까지 밝힐 수 있는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정규직 전환을 포함한 개선방안 등에 합의하며 2월 9일, 62일 만에 장례를 치렀다. 
 
김미숙 어머니와 최인숙 어머니 왼쪽은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님 어머니 김미숙님, 오른쪽은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 고 김형준님 어머니 최인숙님이다.
▲ 김미숙 어머니와 최인숙 어머니 왼쪽은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님 어머니 김미숙님, 오른쪽은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 고 김형준님 어머니 최인숙님이다.
ⓒ 김병준

관련사진보기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 고 김형준씨의 어머니 최인숙씨는 "한화 측에서 공장업무를 재개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사람 목숨을 대가로 돈을 벌려고 하는 이러한 업체가 다시 재개되어서는 안 된다"며 "공장 현장을 둘러보니 첨단무기를 만드는 공장이 동네 철공소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 사고 이후에 1년도 되지 않은 기간에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것"이라며 "보안을 이유로 제대로 된 관리감독도, 안전점검도 진행되지 않은 부분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또 "1차 사고 이후 제대로 관리감독과 안전점검이 이루어졌다면 2차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 된다"며 "결국 사고가 발생된 후 제대로 된 조치만 진행되어도 사고를 방지할 수 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이러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제대로 된 안전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 고 김형준씨는 2019년 2월 14일 오전 8시 한화 대전공장의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2018년 5월 1차 사고로 5명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특별한 안전조치 없이 다시 공장을 재가동해 2차 사고가 발생했다고 유가족과 노동계가 주장했다. 한달 여의 시간이 지난 후 유가족과 한화, 그리고 노동청, 방사청, 대전시청 등이 합의해 장례를 치렀다. 4월 30일 현재 공장이 재가동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자 협착 사고로 숨진 고 최아무개씨의 동료 김용성씨는 "고무원단이 끊어지는 트러블이 발생한 상황에서 원단을 손으로 밀어 넣는 작업을 수행 중 좁은 컨베이어에 손이 빨려 들어가면서 전신이 협착 되어 발생한 사고"라며 "동료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이들의 고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며 그날의 아픔을 되새겼다.

"사람 목숨값이 기계 수리비보다 싸더라"

"안전을 위한 집게장치가 있지만 다수가 고장 나 모든 작업자가 대부분 수작업을 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결국 사람의 목숨 값이 기계를 수리하는 값보다 싼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산재사고로 인해 피해가 발생해도 이를 기계 수리비 등과 비교하여 비용이 적게 드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현실을 비판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로 인해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회사의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협착 사고로 숨진 고 최00씨는 2017년 10월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 고무를 정련하는 일을 하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전신이 협착 되어 사망했다. 

이상윤 집행위원장(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은 "사람을 죽여도 처벌받지 않는 기업이 이 모든 산재사고의 원인"이라며 "매년 2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죽거나 일과 관련되어 죽고 있다"며 "산재사망에 대한 책임을 사업주에게 물음으로써 산재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산안법 위반이 아닌 형사상의 책임과 대기업의 경우 경영책임자나 고위 임원등이 처벌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만 제대로 된 산재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노동과세계에도 실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민주노총 대전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노동, 통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