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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일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주인공은 단연 여영국 정의당 의원(창원성산)이었다. 여 의원은 개표 99%까지 상대 후보에 뒤쳐졌지만, 막판 대역전을 이뤄내 504표 차이로 당선했다. 

그런 여 의원이 당선 한 달을 맞았다.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지난 한 달의 국회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여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노회찬 후계자' 호칭? 부담스럽지 않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
 여영국 정의당 의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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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 들어오신 지 한 달이 지났어요. 지난 한 달 어떻게 보내셨어요?
"딱 한 달하고 며칠 지났어요. 뭔가 일을 해야 하는데 지금 자유한국당이 집 나가서 안 들어오는 상황이니까 최고 답답한 상황이죠. 하지만 제가 노동자 출신이다 보니 여러 노동 현안에 대한 민원이 있어요. 민주노총, 전교조, 금융노조, 금속노조를 찾아가 인사를 하고 현안 청취를 하기도 했고요,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 고 노회찬 의원이 쓰던 사무실과 집기를 그대로 쓰고 있잖아요. 의원님이 그렇게 하신 건지, 아니면 원래 보궐선거로 당선하면 그래야 하는 건지?
"집기를 안 바꾸고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원래 그래야 하는 건 아니고요. 당선하고 바로 국회로 왔기 때문에 사무실을 어디로 쓸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어요. 오히려 잘된 거죠. 가끔 노회찬 의원님의 향수도 느끼며 때로는 긴장감을 갖기도 해요."

- 당선하고 처음 사무실에 왔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노회찬 의원님 계실 때 자주 왔다 갔다 했거든요. (처음에 노회찬 의원) 영정을 같이 들고 들어왔는데 너무 익숙했어요. 여러 집기가 그대로 있었어요. 집기 같은 게 새것으로 바뀐 줄 알았는데, 그대로 있는 걸 보고 너무 놀랐어요. 사무실에 들어오는 순간, 노회찬 의원님 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노회찬 의원 별세로 치러진 보선이라 더 부담이 컸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가장 컸죠. 노 의원님이 워낙 큰 정치를 하셨기 때문에 그걸 잘 이어갈 수 있을지 부담도 있었고요. 저도 경남도의원을 했고 노 의원님 만큼은 못했지만 지역에서 누구보다 노동자들, 영세상인들과 부대끼면서 지방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노 의원님이 가지지 못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밑바닥과 잘 소통하면 이번 선거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어요. '이번 선거 지면 어떻게 하냐'라는 부담도 있었지만 질 수 없다는 사명감이 크게 작용해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당선하고 눈물을 보이진 않으셨어요.
"선거 과정에서 많이 울었고, 이제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울지 않으려고 무지 노력했습니다. 근데 울긴 울었어요(웃음). 개표 다음날 노회찬 의원님 묘소를 찾아갔는데, 거기서 울음이 터지더라고요.

노회찬 의원님이 떠나간 것에 대해 마음 아파했던 성산구민들, 전국민들이 다 지켜보고 있었잖아요. 먼저 그분들께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게 먼저였죠."

- 의원님에겐 '노회찬'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죠. 그런 게 부담스럽거나 싫진 않나요? '노회찬 후계자'보다 '정치인 여영국'으로 인정받고 싶기도 할 듯한데요.
"제가 노 의원을 창원으로 모셔온 당사자이기도 해서, 의원님이 못 이룬 꿈을 이어가야 한다고 자임하고 있습니다. 노 의원이 가신 후 많은 국민이 슬퍼했던 이유는 국민 가슴속에 '노회찬은 내 편'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런 존재가 아프게 가서 슬픔이 전 국민적 애도로 이어진 것 아닌가 싶습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고, 대체할 수 없는 큰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그런 분의 후계자 소리를 듣는 건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또 노 의원님이 못 다한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노회찬 후계자'보다 '정치인 여영국'이라는 평가가 앞설 것 같습니다. 부담이라기보다는 자랑스럽습니다."

국회서 잠자는 '노회찬 1호 법안'

- 노회찬 의원 1호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노 의원님이 2016년 선거에 출마하면서 '정리해고 제한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해 통과시키겠다고 했어요. 당선 후 약속을 지켜서 1호 법안으로 발의를 했지만, 국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정리해고는 지금처럼 경제 사정이 안 좋을 때에는 더욱 제한해 고용의 유연성보다 노동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굉장히 시급합니다. 그렇기 대문에 지금 당장 필요한 법입니다.

그동안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를 엄격히 하고자 하는 법인데 마치 정리해고를 마음대로 해도 되는 법처럼 사용자가 악용해왔단 말이죠. 그러나 (이제) 해고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경영상 긴박한 사유가 있는지를 두루뭉술하게 할 게 아니라 아주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4464일간 농성했던 콜텍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됐던 건 미래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었는데,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말도 안 되는 판결이 나왔단 말이죠. 미래 경영의 어려움으로 해고를 해선 안 되고, 업종을 전환한다는지 신기술을 도입한다든지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에 의해 자행되지 않게 조항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는 자산 상태 등을 통해 객관화 해야죠. 예를 들어 쌍용자동차의 경우 잘못된 회계 분석 자료에 근거해서 정리해고를 했습니다. 결국 재판 과정애서 회계자료가 잘못됐단 것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가 인정되는 경우였습니다. 기업이 제출한 자료만 믿을 수는 없는 것이죠. 객관적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는지 확인돼야 하는 것도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 경영계에서는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면 기업 경영이 위축된다고 하는데.
"정규직은 OECD와 비슷한데 지금 간접 고용이 많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고용의 유연성이 어느 나라보다 높은 나라입니다. 여기에 해고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마저 풀어버리면... 고용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노동 안정성이 완전히 무너지는 겁니다. 정리해고는 대한민국 사회·경제 발전에 도움이 안 되고, 양극화와 실업을 부추기는 것으로서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을 위해서도 필요한 법안입니다."

- 여 의원은 노동전문가인데 상임위가 교육위입니다. 어려움은 없나요?
"교육위에서도 할 일이 많습니다. 제가 8년간 도의원을 하면서 교육위 활동을 2년간 했거든요. 그래서 생소하진 않습니다. 특히 고등학교까지의 교육 문제는 제가 쭉 다뤄온 사안입니다. 전교조 합법화 문제도 교육위에서 다룰 수밖에 없고요.

최근 학교 안전 문제가 많은데, 창원시의 경우 석면이나 지진에 대비한 보강사업 비율, 국공립 유치원 비율이 낮습니다. 국공립 유치원 비율은 전국 최하위인데 17.4%밖에 안 돼요. 창원에 국공립 유치원을 늘려서 유아교육의 질을 높여야죠."

"패스트트랙 상정 때 기분이 어땠느냐면..."
 
가로막힌 심상정 위원장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5일 오후 국회 정개특위 전체회의가 열릴 예정인 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가로막혀 있다. 뒤로 여영국 의원과 이정미 대표도 보인다.
▲ 가로막힌 심상정 위원장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 사진은 4월 25일 오후 국회 정개특위 전체회의가 열릴 예정인 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가로막혀 있는 모습. 뒤로 여영국 의원과 이정미 대표도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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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한 달 사이 국회에서 많은 일이 있었죠. 그중 가장 큰일은 패스트트랙 상정 과정일 것 같은데.
"맞습니다. 제가 국회 온 지 한 달도 안 돼서 경상도 말로 '험한 꼴'을 다 겪어봤어요. 저는 국회선진화법이 있기 때문에 저쪽(한국당)에서 막는 시늉 정도만 하고, 결국 회의는 정상적으로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갔어요. 그런데 한국당 의원들은 뒤로 빠진 채 보좌진·당직자 등을 동원해서 물리적으로 막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어떻게 당 보좌진이 국회의원의 정상적인 입법활동을 방해할 수 있나 했어요. 중대 범죄행위거든요. 그걸 보고 너무 놀랐어요. 물리적으로 밀치고 끌어당기면서 저도 고발당했어요."

- 여야4당이 합의한 법안들이 패스스트랙에 상정됐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제가 지역에 가서 노동절 집회 때 '진흙탕에서도 수레바퀴를 굴렸습니다'라고 표현했어요. 참 대단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같은 경우, 교섭단체도 아닌 당의 심상정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서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었잖아요. 대단한 자부심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우리 정치를 한 걸음 더 발전시켜야죠. '있는 그대로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구조'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많은 사람이 인상적 장면으로 뽑은 게 한국당이 '헌법 수호'와 '독재 타도' 구호를 외칠 때 민주당과 정의당이 '독도 수호'와 '일제 타도' 구호로 대응한 거였습니다. 의원님은 어떻게 보셨나요?
"한국당 의원이나 보좌진 입에서 '헌법 수호'가 나오는 것 자체가 적반하장격이었죠. 특히 '독재타도'라는 말이 어떻게 나올까 했어요. 따지고 보면 그분들이 독재의 본류잖아요.

계속 그 구호를 외치는데 정의당 당직자들은 민주화운동이나 학생운동 현장에서 누구보다 대응력이 뛰어난 활동가 출신이잖아요. 그냥 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헌법 수호'를 '독도 수호'로, '독재 타도'를 '일제 타도'로 즉석에서 대응했죠. 순발력을 발휘한 겁니다. 한국당 관계자들이 당황해하면서 더 이상 대응하지 못했던 기억입니다."

- 지금 한국당은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어떤 행동을 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한국당이 명분 없는 투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당의 원내대표가 약속한 선거제도 개혁을 무시했습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패스트트랙 상정을 한 거잖아요.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어겼습니다. 그러고 나서 민생을 내팽개친 채 국회를 나가버렸습니다. 이런 명분으로 나가서 투쟁하고 있으면 국민들의 지지를 못 받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대권욕에 사로잡힌 것밖에 안 된다고 봅니다. 결국 실패할 겁니다."

"민주평화당과 교섭단체 구성, 포기하지 않는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
 여영국 정의당 의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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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됐습니다. 평가는?
"우선 집권 초반 과감하게 개혁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한 것은 긍정적으로 봅니다만, 미국의 장벽에 가로 막혀서 국민이 손뼉 칠 만한 진전이 없었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어쨌든 임기 내에 남북관계를 개선해주길 바라죠. 남북관계 개선에 쏟는 정성만큼 국내 경제 문제에도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추진했던 최저임금 인상 등의 문제가 자본의 공격과 반대로 왜곡되고 있지 않겠습니까.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구호가 퇴색된 건 아닌지 우려가 있습니다. 남은 기간동안 경제민주화를 위해 실질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 실현에 전념을 다해야 한다고 봅니다."

- 노 의원님 별세 전 민주평화당과 교섭단체를 구성했었죠. 보궐선거에서 정의당이 이기면 교섭단체가 복원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아직까지 안 됐죠. 교섭단체 복원은 물 건너간 건가요, 아니면 아직 여지가 남아있는 건가요.
"4월 26일에 제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만나 인사를 드린 적이 있어요. 그때 '법안들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가더라도 이제 논의 시작이기 때문에 강한 의지를 가진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갖고 참여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 말씀을 드렸죠.

개혁과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불투명한 것처럼 보이지만, 저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직 문 닫은 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저희가 정치를 더 잘하겠습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국민의 살림살이가 더 나아지는 진보정치에 매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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